꽃 같은 사람 새봄에 피어난 꽃 앞에 마주 서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건성으로 스쳐 지나가지 말고 차분한 마음으로 꽃잎에 눈길을 모아 꽃술 하나하나와 그 오묘한 빛깔과 모양을 살피고 그 향기에 귀를 기울여보라 꽃향기는 코가 아니라 귀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문향(聞香) 마음을 활짝 열어 무심히 꽃을 대하고 있으면 어느새 자기 자신도 꽃이 될 수 있다 옛날 꽃을 몹시 사랑한 어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 침구까지 메고 가서 그 꽃나무 아래 묵으면서 꽃의 개화를 지켜보고 만발했다가 시들어 떨어지는 과정까지 낱낱이 살펴본 뒤에야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가히 꽃 같은 사람이다 - 법정 스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