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빼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 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는 정신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은 좋은 일 하고 마음이 기뻐서 막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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