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엄마와 누나가 맞들어소나기 잘 내리는 마당 한복판에 들어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맞춰 보아라.이 빈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가득 채워주었겠나. 그렇단다.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나기가하늘을 가득 채워주었단다.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제법 고오운 구름이 잘도 떠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