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문화에 따라 다를까?
인간 심리의 보편성과 다양성에 대한 논쟁
문화심리학을 하면서 다른 학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한국의 고유한 심리라는 게 진짜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한국 문화심리학의 연구 중에 한(恨)이나 정(情), 신명 같은 한국의 문화적 심리를 개념화한 것들이 있는데요. 그런 연구가 발표될 때면 늘 나오는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한이 없겠느냐?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고 정을 안 느끼겠느냐? 다른 나라 사람들도 신이 나지 않겠느냐? 그런데 그걸 한국의 고유한 심리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이런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심리학이 사람의 마음이 보편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은 '과학'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이란 '관찰 가능한 것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연구하는' 학문이지요.
보이지 않는, 즉 관찰 불가능한 '마음'이라는 대상을 연구하기 위해 심리학은 여러 가지 방법론을 개발해 왔고, 그 방법들을 가지고 지금도 마음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의 방법론을 대표하는 것은 측정입니다. 측정이란 마음에 수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내 여자친구가 나를 7점 만점에 6만큼 사랑한다, 나는 오늘 5점 만점에 3만큼 행복하다.. 이런 식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 연구의 설문지들은 대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심리학 연구들은 이런 방식으로 추출된 수치들을 사용해서 마음을 연구합니다. 심리연구에서 이 측정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통계가 심리학의 필수과목인 것이 이해가 되실겁니다.
그런데, 측정을 한다는 것은 측정의 대상이 일관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리학의 연구대상들을 떠올려보면 쉬운데요. 물리학에서 측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질량, 길이, 부피, 거리 등의 속성입니다. 이들은 측정도구만 정확하다면 언제 어디에서 재든지 동일한 값을 나타내지요. 그렇지 않다면, 예를 들어 한국에서 50kg인 사람이 미국에서는 60kg가 나왔다면 그 저울은 믿을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