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결혼을 알리는 신호탄인 상견례. 양가 부모님이 정식으로 만나 결혼을 의논하는 중대한 자리인 만큼 그에 어울리는 절차와 격식을 갖춰야 한다. 기본을 지키는 것만큼 훌륭한 에티켓은 없는 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최고의 상견례 매너를 익혀두자.
상견례의 의미
남녀가 교제를 하다 자연스럽게 결혼에 이르게 되면 상견례 자리를 갖게 된다. 양가의 주선으로 만난 것이 아닌 한 부모는 서로의 집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상견례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양가의 분위기와 가풍을 살피고, 배우자감의 됨됨이를 보는 공식적인 첫 절차이기 때문이다. 결혼할 당사자들이 이미 뜻을 맞추었다 해도 양가의 입장에 차이가 생기면 결혼 자체가 없던 일로 될 수 있으므로 상견례 준비와 예절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상견례절차와 예절
결혼은 남녀의 사랑인 동시에 양가의 맺음이다. 따라서 매듭이 견고히 묶이려면 그 시작인 상견례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긴장된 분위기를 매끄럽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예비 신랑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른들을 모시는 자리인 만큼, 양가 어른들의 사정과 개인 취향을 꼼꼼히 살펴 상견례 시간과 장소, 식사 메뉴 등을 결정해야 한다.
상견례에 정해진 형식은 없으니 예의를 갖추어 서로를 맞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진행하면 된다. 상견례 당일 약속 장소에는 10~15분 정도 미리 도착하고, 나중에 도착한 쪽은 입구에서 재킷을 벗어 손에 들고 간단히 목례를 한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간단한 가족 소개가 끝나면 부모들은 상대편의 자식을 칭찬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가족을 소개할 때는 집안의 어른인 아버지, 어머니, 형제 순으로 소개하고, 대화를 나눌 때 학력이나 재산 등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피하도록 한다.
상견례 자리에서 결혼에 대해 최종 허락을 받으면 추후 결혼 날짜를 정하는 것이 수순이지만 요즘에는 미리 신랑의 사주를 받아보고, 신부의 집에서 몇 개의 날을 받아와 상견례 전이나 상견례 때 예식 날짜까지 정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날짜는 상견례 후 두서너 달 후에서 6개월 이내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비 신랑 신부가 지켜야 할 예절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말끝을 흐리거나 작은 목소리로 얼버무리지 않는다. 긴장된다면 평소보다 말의 속도를 천천히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시선은 너무 여기저기 두지도, 어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도 좋지 않다. 자연스러운 미소를 곁들여 편안하게 이야기하되 의사 표현은 분명하게 한다.
은연중에 은어나 비어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하고, 여성이 너무 무뚝뚝한 것이 흠이 될 수도 있으니 붙임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결혼 전에도 서로의 집에 왕래가 잦은 편인데, 평소 친밀하게 지내며 애교 섞인 반말을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반드시 존댓말을 쓰도록 한다.
또 상대방을 부를 때는 정식으로 ‘OO씨’라 호칭하며 반말은 삼간다. 식사가 모두 끝나고 후식이 나올 때쯤 예비신랑은 분위기를 깨지 않는 차분한 태도로 양해를 구한 뒤 조용히 자리에서 나와 미리 계산을 한다.
상견례가 모두 마치면 두 사람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 상대방 집안에 대한 느낌, 실수나 실언한 부분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다음 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잘 도착했는지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분위기를 살핀 다음, 상대가 본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바꿔주는 형식으로 통화를 한다.
상견례시간 및 장소 정하기
적어도 1~2주 전에 양쪽 집안의 일정을 확인한 뒤 상견례 날을 정하고, 2~3일 전에 다시 한 번 시간과 장소를 확인한다. 정해진 상견례 시간과 장소는 웬만해서 변경하지 않도록 한다. 장소 예약 상황과 입고 나갈 의복 등은 미리 점검해 두어야 당일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시간대는 주말 점심 시간, 위치는 양가의 중간 지점으로 정하되 한쪽의 연배가 높을 때는 그쪽에 가까운 곳으로 정하는 것이 예의에 맞다.
지방에 사는 집안이 서울로 올라올 때는 교통이 편하고 찾기 좋은 곳으로 선택한다. 장소를 정하기 전에 양가 어른들께 어떤 음식이 좋을지 미리 여쭤보면 장소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화로 예약하지 말고 반드시 찾아가 독립된 가족공간이 있는지, 주차 공간이 넉넉한지, 분위기는 어떤지 살펴본다. 예약할 때 먼저 상견례임을 밝혀두면 코스 요리가 나오는 순서나 시간 등을 적절히 조절해준다.
올바른 식사 예절
대화 매너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식사 예절이다. 반찬을 뒤적이거나 입에 맞는 음식만 먹지 않고, 수저를 같은 손에 쥐거나 양손으로 식사하는 것도 옳지 않다.
또 밥그릇을 들거나, 같은 반찬을 집으려고 다른 사람과 젓가락을 엇갈리는 것도 대단히 실례다. 다른 사람들과 식사 속도를 맞추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빈 그릇에 물을 약간 부어놓는다. 수저는 식기 옆에 가지런히 놓고 사용한 냅킨도 접어놓아 깔끔한 인상을 준다.
메뉴에 따른 테이블 매너
한식 늘 먹는 것이지만 예의를 갖추자면 한식 예절이 가장 까다롭다. 젓가락을 잡는 방법 등 평소 습관이 그대로 드러나므로 기본적인 예의를 잊지 않도록.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앉아야 한다면 앉는 자세부터 바르게 하고, 긴장을 유지하되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한다. 중식 중식은 코스 요리가 원탁에 놓이고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형태가 될 것이다.
평소 자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부담감은 크지 않지만 코스 요리라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접시의 음식은 어른이 먼저 덜어 간 후에 가져가고 자신이 쓰던 젓가락으로 음식을 덜지 않는다.
다음 사람을 위해 적당량을 담아가는 것이 예의.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다면 종업원이 직접 서빙해주는 중식당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식 정갈하고 먹기 간편해 상견례 때 선호하는 메뉴지만 모든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젓가락질에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난처할 수도 있다.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되는데, 젓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가리키거나 그릇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양식 젊은 사람은 자주 접하는 메뉴지만 부모님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여쭤본 후 메뉴를 정한다. 식사할 때 냅킨은 착석하자마자 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식사 직전에 무릎 위에 편다.
테이블 왼쪽에 놓인 음식이 자신의 것이고, 여러 개가 놓여 있는 나이프와 포크는 앞접시 좌우나 바깥 것을 먼저 사용해야 한다.
빵은 손으로 떼어 먹어야 하고, 샐러드에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기는 먹을 때마다 자르고, 후식으로 차를 마실 때는 찻잔 밑을 손으로 받치지 않는다.
상견례 헤어&메이크업 스타일
상견례의 첫인상은 의상과 머리 모양에 크게 좌우된다. 서로의 부모에게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너무 화려하거나 과시하는 느낌을 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수수하면서도 은근한 멋이 배어 나오는 의상이 좋은 인상을 준다는 점을 명심할 것.
신부는 화사한 색상의 옷을 선택하되, 치마 길이가 너무 짧거나 통이 좁지 않은 것을 입는다. 메이크업도 옷에 맞춰 화사하게 하되 진한 색은 삼간다.
머리는 깔끔하게 빗어 넘기는 것이 단정해 보인다. 양가 부모님도 첫만남의 예의를 갖춰 양장이나 한복을 갖춰 입는 것이 좋고, 어머니들은 짙은 화장이나 눈에 띄는 보석으로 치장하기보다는 우아하고 품위 있게 꾸민다.
도움말 박희수(한복 칼럼니스트) 사진 <웨딩21>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