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자산부인과 최은아 과장은 “남편 산후조리는 산후 아내의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좋은 태교를 위해서는 임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듯 산후 조리도 마찬가지라는 것. 실제로 출산 전에 예비 아빠 교실에 열심히 참여했던 남편일수록 산후조리에 훨씬 적극적인 반면, 그렇지 않은 남편들은 산후조리에도 소극적일 때가 많다고 한다. <표 designtimesp=6528>를 참고하여 산후 아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알아두도록 하자.
이젠 아내의 산후조리에 남편이 도와줄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남편이 해주는 산후조리의 내용 첫 번째는 그간 아내가 상당 부분을 담당해왔을 집안일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편은 집안일 중 어떤 걸 담당해야 할까?
옛날에는 산모에게 산후 삼칠일까지는 절대로 집안일을 못하게 했다. 산후엔 몸과 마음이 불안정하고 금세 피곤해지므로 무리한 일은 가급적 피하도록 한 것이다. 요즘에는 산모가 무조건 누워 지내는 것보다는 서서히 움직임을 늘려가는 게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그래도 산후 4주까지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산후 첫 일주일 동안은 무엇보다 절대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수유 이외의 무리한 움직임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니 밀린 집안일이 아내의 눈에 띄지 않도록 배려해주도록 하자. 집안일을 서서히 시작하는 산후 2~3주 무렵에도 간단한 식사 준비나 아기 옷 입히기 등의 초보적인 일 이외에 아내가 집안일을 전담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남편이 상당 부분을 담당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아내는 임신으로 인해 늘어난 체중과 함께 뼈마디가 약해져 있는 상태이므로, 무리한 집안 청소나 힘든 손빨래, 걸레질,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과 같이 허리나 고관절, 손목 관절 등을 사용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자칫하면 관절이 삐거나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거나 산후풍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다림질도 마찬가지다. 다림질은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고 손목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적어도 ‘힘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들은 전적으로 남편이 담당하도록 한다.
아내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도 남편이 해야 할 일이다. 서거나 누워서 머리를 감는 것은 산후 3일이면 가능하지만 앉아서 감는 것은 복압을 높여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오로가 멈출 때까지는 피해야 한다. 그리고 분만시 출혈로 인해 빈혈이 올 수 있으므로 산후 일주일 정도는 화장실이나 세면장에 남편이 함께 가주는 것이 좋다.
▶아기 보기는 ’아빠 되기’의 수련 과정
진정으로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면 아기 돌보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게다가 아내는 아직 몸이 덜 회복된 상태이므로 아기를 안고 있다 보면 금세 팔이 아프고 쑤시게 마련. 적어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거나 재우는 일을 맡아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실제로 앙쥬 편집부가 산후조리시 ‘남편으로부터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부분’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아기 목욕시키기’가 64명(34%)으로 가장 많았으며, ‘설거지·상차리기·다림질 등의 집안일’ 53명(26%), ‘정신적인 위안’ 46명(22%), ‘유방 마사지’ 28명(13%) 순이었다.
반면에 ‘밤중 수유’를 도움받았다는 응답은 전체의 12명(5%)으로 가장 낮았다. 가사나 육아에 있어서 남편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밤에 짜증을 내는 남편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직장 일로 인해 피곤하겠지만 안정이 필요한 산후조리 기간만이라도 새벽 수유를 대신해보는 건 어떨까? 아내는 아내대로 고마워할 뿐 아니라 아기도 어느새 아빠의 얼굴을 좋아하게 된다.
아기 돌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다. 하루에 단 5분을 투자하더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해야 아기와 교감할 수 있으며, 아기도 아빠를 ‘알아본다’. 출근 전에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이든, 밤중 수유든, 혹은 아기 목욕시키기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퇴근 시간이 늦더라도 적어도 아기 돌보기에 관한 한 한 가지 이상의 일을 정하여 꾸준히 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