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30대후반 맞벌이부부입니다. 저는 공기업에 다니고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구요.
아들 하나 있는데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죠. 그다지 말썽 안피우고 뭐든 알아서 척척 해내는 아들이 대견하기만 하네요.
저희 부부 두 사람은 벌이도 적잖기 때문에 경제사정도 남들보다는 비교적 나은 편이지요.
그런데 요즘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저는 공기업이라 비교적 고용이 안정되어있지만, 남편은 대기업 쪽이라 요즘 나이도 나이인지라 좀 불안한 모양이더라구요. 남편 선배들도 하나 둘 직장을 떠나는 걸 보고 남편도 불안감을 느끼고 또 업무스트레스도 많은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몇 일전에 남편이 문득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나.. 직장 관두고 그냥 전업주부하면 안될까....? 당신하고 아들하고 정말 뒷바라지 잘할 수 있는데....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듯 띵~하더군요. 이게 도대체 무슨???
전 이제껏 살면서 남편이 집안에 눌러앉는 건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내가 무슨 멀쩡한 남편 먹여살리는 팔잔가.... 이런 생각까지 들자 기가 차더군요.
제 남편은 사실 평소에 살림에 소질이 있긴 있습니다. 요리 청소..등 저도 그다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워낙 남편이 잘 하니까 맞벌이하면서 남편에게 집안일을 많이 맡긴 부분은 있네요. 아들도 아빠가 해주는 요리가 더 맛있다고 하고...
그게 화근이 됐는지 이제 아예 남편은 집에 눌러앉아서 마누라 버는 돈으로 먹고살려고 드니.. 참..
충격을 가라앉히고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남자가 땅을 파먹더래도 밖에 나가서 처자식 책임을 져야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느냐고...
그랬더니 남편은, 이제 우리도 먹고살 만한 재정상태도 되었고.. 단촐한 세 식구에 당신 월급이면 먹고사는데 지장없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아무래도 나는 살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살림 칼같이 하면서 짬짬이 나 하고 싶은 취미생활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속에서 천불이 나더군요. 마누라 돈벌러 밖에 내보내고 자기는 집에서 살림하면서 자기 하고싶은 취미생활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남자가 할 소리랍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