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예쁘다.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갖고 사는 세상에다가, 너도나도 특정 형태를 겨냥한 수술을 받은 덕에, 도저히 누가 더 예쁘고 덜 예쁘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하건데 당신에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단지 자신이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그래서 미녀 계보는 존재하는 것이다.
1950년대
김지미 1950년대 당시로써는 그녀를 수용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최고의 섹시미를 자랑한 배우였다. 1940년생인 그녀가 데뷔한 게 1957년 영화 ‘사랑’을 통해서였으니 스물 전에 대중 앞에 선 것이다. 1993년 오렌지나라에 출연하기 전까지 홍콩의 마도로스 등, 명자아끼꼬쏘냐, 물의나라, 아낌없이 주련다, 잘돼갑니다, 추억의 이름으로, 아메리카아메리카, 티켓 등 수많은 작품에서 열연을 보였었다. 연기를 잘해 폭발적인 인기가 있던 엄영란에 비해 김지미는 강렬한 섹슈얼 코드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여성이었다. 얼굴과 이름 만큼 남성 편력도 대단해서, 당대 최고의 미남에 남성미의 대명사였던 최무룡, 나훈아 등과 네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하기도 했다.
1960년대
문희 1960년대는 문희, 남정임, 윤정희 등 1기 트로이카 시절이었다. 60년대 미녀의 기준은 동그란 얼굴형에 또렷한 눈과 코, 입 등이었다. 그런데 문희는 그런 기준에 비해 살짝 긴 얼굴형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미녀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희는 지적인 이미지로 당시 지식인들에게 크게 어필하기도 했는데, 결국 한국일보 집안 사람이 된 후 지금까지 조용한 사업가로 지내고 있다. 당시 문희는 늘 피해를 입고 상처받는 청순가련 역할은 그녀가 도맡았다.
남정임 남정임은 결코 눈물 머금은 사슴 눈동자를 가지지 않았다. 또한 남자에게 의존하려는 이미지도 아니었다. 사랑스럽지만 결코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그런 신여성 스타일의 미녀였다. 촉촉한 청순미를 갖추지도 않았다. 당당한 말괄량이의 도도한 태도가 바로 남정임의 캐릭터였다. 남정임의 결정적 매력은 도톰한 입술. 앵두같은 입술의 대명사였다. 그녀를 질투하는 사람들은 썰어 한 접시라고 시비를 걸기도 했지만, 그녀의 입술은 단연코 당대 최고의 섹시 코드였다.
윤정희 윤정희야말로 1960년대가 요구하던 그런 미인이었다. 어쩐지 슬퍼보이는 눈매, 곱고 작은 얼굴, 다소곳한 자태, 거기에 목련같은 피부에 풋풋한 미소! 어쩌다 살짝 웃음을 보이기라도 하면, 당시 끓는 청춘들은 완전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문희나 남정임이 다른 남자의 여인이라는, 범접키 힘든 캐릭터였다면, 윤정희는 누구나의 연인이었다. 그러나 만인의 사랑 윤정희는 어느날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전격 결혼, 대중을 떠나면서 숱한 추측과 뒷얘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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