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서울의 골목길은 개구쟁이의 놀이터이자 떠돌이 장사치들이 상업구역이었다.
새벽 물장수들이 골목 골목을 돌아 물 한 동이씩 배달을 끝낼 무렵이면 어김없이 장사치들이 나타났다.
“두부 사-료, 비지 사-료”
“무우 사-료 ,배추 사-료”
지게를 진 남정네 장사치의 외침이다. 뒤이어
“조개젓 사-우, 새우젓 사-우”
“굴젓 사-우, 어리굴젓 사-우”
하는 아낙네 행상의 목소리가 들린다. 채소장수는 동대문·광희문 밖에서, 젓갈장수는 서대문 밖 마포에서 왔다. 집집마다 아침 설거지를 마칠 때면 찬거리 장수들은 들어가고 다른 장수들이 나타난다. 그릇 장수, 건어물장수, 엿장수, 비단장수, 칼장수, 기름장수, 소반장수, 넝마장수, 휴지장수 등 온갖 장수들이 순서대로 골목길에 등장했다. 그리고 땜장이, 통메장이, 구두나 우산 고치는 장수, 굴뚝청소부 등이 정기적으로 골목길을 들렀다.
이런 한 바탕 장사치들의 소동 속에 어디선가 아코디언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푸른 눈의 러시아 화장품 장수가 등장해, “이쁜이도 발라보고, 복순이도 발라보고” 서툰 우리말로 아낙들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