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주말 오후. 짠돌 씨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방에서 구르며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은 뜨거웠고 매미 소리는 청명하며 짠돌 씨 마음도 평화로웠다. 매주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드디어 집에서 제대로 ‘뻗을 수’ 있게 됐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쏘냐. 막신과 막희 남매는 늦은 점심으로 시킨 피자를 먹느라 짠돌 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 이 행복을 영원히 누리고 싶어라.
그러나 기쁨도 잠시, 막희가 칭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불길한 신호다.
“엄마. 콜라 더 없어~?”
“어머나. 작은 거라 그런지 벌써 다 마셨구나. 이제 더 없는데 어쩌지.”
“헉, 막희 너 벌써 다 마셨어? 나도 콜라 마시고 싶은데~!”
“냉장고 안에 오렌지 쥬스 있어. 그거라도 마시렴.”
“싫어~ 콜라 사줘요 엄마. 나 콜라 마시고 싶어~!”
집안일을 하느라 손을 놓을 수 없는 초보주부 김 씨. 뜨거운 햇볕 아래 단 둘만 심부름 보내기엔 너무 어린 남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 사람의 고개는 조용히 짠돌 씨를 향했다. “뭐? 나보고 사오라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짠돌 씨의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눈빛은 더욱 강해지기만 했으니···. 결국 짠돌 씨는 한숨과 함께 일어서서 부엌으로 나갔다. 눈을 반짝이는 남매를 바라보며 짠돌 씨는 입을 열었다.
“콜라 대신 톡 쏘는 사이다는 어떠니?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단다.”
“어머. 자기, 사이다도 만들 수 있어?”
“그럼~ 물론이지. 얘들아, 같이 만들어 마실래?”
“응, 좋아!”
“와~ 실험이다~”
[실험방법]
준비물 : 그릇, 얼음, 소금, 컵, 물, 설탕, 소다, 구연산, 레몬수
1. 그릇에 얼음과 소금을 넣는다.
2. 컵에 생수를 150mL 정도 담아 그릇에 담가놓는다.
3. 설탕은 두 스푼 넣는다.
4. 소다를 아주 조금 넣고 물에 녹인다.
5. 구연산을 소다를 넣은 양만큼 조금 넣고 랩으로 막아둔다. 이때 레몬수를 넣는다.
6. 1분 뒤 마셔본다. 사이다와 비슷한 맛이 난다.
“아빠, 진짜 사이다는 아니지만 사이다 같아. 거품도 나고 소리도 나.”
“그렇지? 소다와 구연산이 만나서 탄산가스를 만들어서 톡 쏘는 맛을 내는 거란다.”
“그럼 진짜 사이다도 이렇게 만드는 거야?”
“우리가 사먹는 사이다는 물에 이산화탄소를 녹인 액체인데 원래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단다. 그래서 물에 이산화탄소를 녹이기 위해서 높은 압력을 가하는 거지. 이산화탄소가 녹을 만큼 많이 들어가면 사이다병 내부의 압력이 밖(사이다병 외부=대기)의 압력보다 높아지게 돼. 이 상태에서 뚜껑을 열면 사이다 내부보다 밖의 압력이 낮아서 물속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들이 나오면서 거품이 보이게 되는 거란다.”
“그럼 사이다의 비밀은 이산화탄소를 높은 압력으로 물에 녹인 거네? 그럼 우리가 만든 사이다는 어떻게 한 거야 자기야? 높은 압력을 가할 수 없잖아.”
“그래서 구연산과 소다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 거야. 아까 얼음물에 컵을 담가 놓은 이유도 얼음으로 온도를 낮추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기체로 날아가는 것을 조금은 막을 수 있게 때문이지.”
“그럼 얼음에 소금을 넣은 이유는 뭐야? 그냥 얼음만 넣어도 되잖아.”
“얼음에 소금을 넣게 되면 처음에는 빠르게 얼음이 녹지만 어느 정도 온도가 내려가게 되면 소금이 얼음의 온도를 더 낮게 해주게 되어서 얼음끼리 서로 붙어. 이때 온도가 영하 20℃까지 내려가지. 소금을 넣으면 온도가 더 내려가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날아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막을 수 있어.”
“아빤 역시 대단해~!”
기쁜 표정으로 수제 사이다를 마시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며 짠돌 씨는 뿌듯해졌다. 시달린다 어쩐다 해도 역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최고다. 이산화탄소가 올라오며 내는 쏴아~ 소리와 창 밖 매미 소리가 겹쳐 공기를 시원하게 물들였다. 어느새 오후 5시. 짠돌 씨의 주말이 또 하나 저물어가고 있었다.
[실험 Tip]
구연산과 소다가 반응하여 거품이 생길 때 소리도 들어보면 재밌습니다.
진짜 사이다처럼 거품이 나고 냄새도 비슷합니다.
거품이나 소리를 더 내고 싶으면 소다와 구연산을 더 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