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박정희 정권은 청사진을 내놓았다. '대망의 80년대'에 대한 청사진이었다. 

"1980년대가 되면 우리는 100억 달러 수출과 1인당 1천 달러 국민소득을 달성한다. 그러면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된다. 군사력도 현재의 영국 수준이 된다. 북한 괴뢰의 위협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 '대망의 80년대'를 앞둔 1977년 말, 유신정우회는 '내일의 한국-대망의 80년대'라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는 어려운 시련을 극복하고 대망의 80년대를 넘겨다보게 되었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며, 대망의 100억 달러 수출과, 1인당 국민소득 1천 달러 목표를 4년 앞당겨 달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시 젊은 월급쟁이들은 귀가 닳도록 '대망'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 꿈은 이루어지는 듯했다. '88서울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의 국력이 하늘을 찔렀다. '종합 4위'를 달성했다. '대전 엑스포'에서는 대한민국의 과학을 세계에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나'가 있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1인당 소득 1만달러를 달성했다고 큰소리치더니 곧 외환위기를 맞고 말았다. 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아야 했다. 나라꼴은 한심해졌고 수많은 월급쟁이들이 좌절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21세기가 되었다.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다. '국민과의 인터넷대화'였다. "걱정말고 쓰시라. 미래를 위해서 저축하는 분들도 우선 쓰고 보시라"고 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과 닮은꼴이었다. 

노 정권은 그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2030년이 되면 1인당 소득이 4만9천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삶의 질은 세계 일류국가가 된다고 했다. 하필이면 4만9천 달러였다. 1천 달러쯤 더 보태서 5만 달러가 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망을 조금 깎았다. 이른바 '7·4·7'을 공약했다.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공약 역시 물 건너갔다.  작년 1인당 소득은 되레 줄어들었다.  2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IMF는 '세계경제 전망 수정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의 1인당 소득이 2015년이 되어도 27907달러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3만 달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젊던 월급쟁이들은 '미덕'이라는 소비 한번 제대로 못해본 채 늙은이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늙은이들을 위한 '다운 재테크'라는 것이 등장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다운 재테크'는 돈이 마르지 않도록 하자는 재테크다. 수입이 감소하더라도 돈이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지는 것은 막자는 재테크다. 돈이 없는 늙은이는 집을 큰집에서 중소형으로 줄여서 남은 돈으로 먹고살자는 재테크였다. 집이 작은 사람은 더 조그만 집으로 옮기자는 재테크였다. 집도, 생활비도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이자는 '다운(down)'이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를 겨냥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어떤 금융상품의 경우, 1억 원을 맡기면 매달 30만∼40만 원 정도를 월급처럼 지급하되 해약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자녀 결혼 등의 이유로 맡긴 돈 전부 또는 일부를 찾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원금만큼은 까먹지 않아야 매달 '푼돈'이나마 생활비로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금융상품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다. 두둑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달 일정한 금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국격'이 치솟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늘리기는커녕, 줄이고 살겠다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