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하고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의무이기도 한 ‘성적 권리’는 ‘스스로 자신의 건강, 신체, 성생활, 성 정체성에 관해 결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성 정체성의 하나로서 성별정체성은 자신이 어떠한 성별로 느끼고 살아가는가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성별정체성에 의해 건강뿐만 아니라 성관계, 피임, 임신, 결혼, 가족 구성 등에 대한 권리가 모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성별을 느낀다는 말이 이상한가요. 그렇다면 내가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었나요. 유방이 자라면서 혹은 생리를 시작하면서 나는 여성이라는 확신이 들던가요. 살아가면서 나의 성별에 대해 의문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면 아마도 내게 주어진 성별이라는 옷이 한번도 어색한 적이 없었단 뜻이거나, 더 흔한 이유로는 성별을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에 의해 굳이 의문을 가질 필요도 느끼지 못할 만큼 감각이 무뎌진 탓일 것입니다. 이것은 내게 지정된 성별에 알맞은 행동이나 말투, 역할에서 벗어났을 때 겪을 수 있는 부당함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염색체, 성기, 호르몬 등의 생물학적인 효과가 나를 여성 혹은 남성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만드는 것일까요. 자신이 어떤 성별로 느껴지는가는 단지 생물학적 작용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관련 연구들의 최신 견해입니다. 나의 성기 모양이나 호르몬의 분포가 나를 여성 혹은 남성으로 결정짓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죠. 더구나 성별을 여성과 남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은 과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 영역에서 오랫동안 밝혀온 것입니다. 염색체, 성기, 호르몬 등에 의해 성별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성별을 구분하여 출전하는 운동종목에서 선수들의 성별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져오는 올림픽의 역사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성별을 자연적인 것처럼 여기는 문화에서 여성도 남성도 아닌 성별로 살아간다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태어나기 전부터 초음파를 통해 성기 모양만으로도 이미 성별이 배당되는 사회에서 내게 주어진 성별에 거역하는 삶이란 어떤 위험 혹은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것일까요. 외양, 옷차림, 행동, 목소리 등으로 단번에 성별을 구별하려는 욕망이 넘쳐나는 공간에서 용변보기, 은행 업무, 병원 진료와 같은 일상적이고 사소한 권리들이 보장될 수 있을까요. 유치원, 학교, 기숙사, 직장에서 성별을 구분하는 단체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까지 성별을 의식하지 않은 사회를 상상할 수 있나요.
트랜스젠더는 자신에게 주어진 성별이 아닌 다른 성별로 느끼는 사람을 포함하여 둘 중 그 어느 쪽 성별로도 규정할 수 없는 감각을 가진 사람을 포괄하는 용어로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성별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생각하죠. ‘만약 자신이 여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남성이 되고 싶다는 의미이고, 남성이 되려면 유방이 없고, 생리를 안하고, 털이 많거나 근육이 발달한 남성의 외형처럼 보여야 하겠지. 하지만 성별에 혼란을 주지 않으려면 결혼은 여성과 남성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이미 결혼해서 아이가 있다면 성별을 바꾸면 안되고, 법적으로 남성이 되어 여성과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가져서는 안 돼.’ 따라서 태어날 때 여성으로 지정받은 사람은 유방 절제, 자궁과 난소 제거와 같은 수술을 해야만 법적인 남성으로 인정을 합니다.
출처 : 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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