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저와 제 가족의 삶은 망가졌습니다."
한국 사회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타블로 사태가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그의 학력 논란은 경찰 수사로 진실이 밝혀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고 있지만 파장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무척 많다. 타블로 본인과 가족이 가장 큰 상처를 받았지만 그 상처는 고스란히 대중의 몫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학벌 컴플렉스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였기 때문이다.
타블로 사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이 사건은 '증오'라는 한 마디로 압축된다. 대중이 셀러브리티를 불신하는 현상은 현대 대중문화의 오래된 특성이었다. 하지만 타블로 사태는 단순한 불신이 아닌 증오였다는 점에서 문제를 달리한다,
셀러브리티뿐 아니라 아니라 그 대상이 가족 전체에게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부모, 형, 누나로 이뤄진 가족 구성원들 모두 도마 위에 올라 학력 증거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공격의 범위가 예측할 수 없는 이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중요한 것은 타블로가 공개하는 모든 진실이 거짓으로 치부됐다는 점이다. 타블로의 학력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그가 공개하는 모든 자료를 불신했다. 심지어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것 조차 거부했다.
논란을 제기했지만 정작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논란'을 생성하는 것에 더 집중했다는 얘기다. 이것은 셀리브리티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단순한 의심을 넘어 증오로 번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 증오는 그동안 유명인들이 보여준 일련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정치-스포츠-연예 등 각계 유명인사들의 거짓말에 지쳐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대중이 더 이상 유명인을 믿지 않으려는 방어 심리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럴 해저드는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문제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 주류층이 아닌 대중 전체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타블로 사태의 핵심이다. 좀 더 솔직해보자. 타블로에게 손가락질한 것은 비단 일부 안티 카페 회원만이 아니였다. 대부분이 타블로를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나의 게임처럼 사건의 과정들을 지켜봤지만 타블로와 그의 가족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인터넷 아바타가 된 기분이었다"는 타블로의 말은 사람들의 무감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성의 목소리지만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언론들은 진실을 조명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타블로에 대한 논란을 생성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누리꾼들과 행동하는 방식이 조금도 다르지 않고 똑같았다.
그 언론들은 단순한 정보를 보도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정보는 정보로 그치지 않고 커다란 논란으로 비화되기 마련이다. 언론은 이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타블로 사건은 가해자는 많지만 책임자는 없다는 특성이 있다. 타블로의 억울한 마음을 보상해줄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누구나 제 2의 타블로가 될 수 있다. 이번 타블로 사건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win@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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