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클럽’과 만난 이효리는 여전히 건재했고, 대중에게 낯설었던 이진은 새로웠다. 이효리가 세대를 불문하는 아이콘이라는 게 자명한 사실이라면 이진의 예능캐 매력은 그야말로 재발견이다.
JTBC ‘캠핑클럽’은 그룹 핑클의 네 멤버 이효리와 이진, 옥주현, 성유리가 자신들만의 캠핑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예능으로 국내 곳곳 숨은 명소를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힘으로 거뜬히 하루살이를 이어간다.
오래 전 핑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소녀들은 어느덧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됐고, 무대나 연기 아니면 한 가정에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한 채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핑클로 살지 않은 숱한 세월동안 너무도 많은 게 바뀌었듯 이들의 관계 역시 변화를 맞았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예민한 청춘들은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상대를 보듬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됐다. 네 사람의 소박한 캠핑기, 더 나아가 우리가 몰랐던 이면은 매회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캠핑클럽’ 이효리가 다시 한번 자신의 저력을 내보였다. 사진=JTBC ‘캠핑클럽’ 캡처 |
‘ 캠핑클럽’에서 리얼리티 예능을 경험한 사람은 이효리 뿐이다. 이효리는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JTBC ‘효리네 민박’ 시리즈를 통해 그동안 대중이 알 수 없었던 자연인으로서 일상을 속속들이 공개했다. 남편이자 가수 이상순과 여러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그의 삶은 시끌벅적한 세상과 정반대인 차분한 분위기였고, 그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 큰 위안을 줬다. 이 과정에서 이효리는 알고 싶은 언니, 닮고 싶은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파란만장한 세계를 지나 비로소 안정기에 접어든 한 인간의 모습이 묘한 울림과 공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영향력은 ‘캠핑클럽’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40대에 접어든 이효리는 지나온 세월만큼 넉넉해졌고 과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어른이다. 나 잘났다고 꾸미는 말이나 행동도 없으니 반감도 생기지 않는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소한 삶의 고백은 어느새 묵직한 주제가 되어 생각거리를 안긴다.
| ‘캠핑클럽’ 이진이 새로운 예능 강자로 떠올랐다. 사진=JTBC ‘캠핑클럽’ 캡처 |
‘캠핑클럽’의 또 다른 수확은 이진의 재발견이다. 핑클 활동 당시나 배우로 전향한 후에도 이진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 이진이 ‘캠핑클럽’을 만나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이렇게 사랑스럽고 웃길 수 없다.
이진은 시크한데 엉뚱하고, 허당이나 야무지다. 귀가 어두워 다른 사람의 말에 몇 번이고 ‘뭐라고?’를 외치지만 행동은 의외로 빠릿하다. 힘든 내색은 전혀 하지 않지만 멤버들에게만큼은 타향살이의 고충을 털어놓을 줄 아는 솔직함도 갖췄다. 직설적인 자신의 성격 때문에 다른 이가 상처받았을까 걱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에선 진심어린 회한이 엿보인다.
결국 ‘캠핑클럽’이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효리와 이진을 비롯해 캐릭터가 전부 다른 네 명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 안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인간미는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만 느낄 수 있는 공감이 자리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