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친척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말을 듣고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른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아내 B씨가 누나의 남편(매형)인 C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C씨가 아내와 통화하면서 “네 남편이 우리 둘 사이의 일을 아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에 A씨는 아내에게 C씨와의 관계를 추궁했다. 아내 B씨는 “성추행이 아니라 C씨에게 두 번 강간당했다”고 털어놨다.
격분한 A씨는 술을 마신 다음 흉기를 챙겨 C씨 자택으로 찾아갔다. A씨는 화장실에 있던 C씨를 보자마자 흉기를 휘둘렀다. C씨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A씨는 흉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C씨는 “대화로 풀자”며 위기를 모면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A씨는 “아내와 잤냐”고 소리치면서 다시 흉기를 집어 들고 C씨의 얼굴 부위를 6차례나 찔렀다. C씨는 이마, 코, 뺨, 목 등을 크게 다쳤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 목숨을 건졌다.
A씨는 수사기관에 붙잡힌 뒤 아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던 중 몸싸움이 발생한 것일 뿐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흉기를 들고 간 것은 방어 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 주장을 일축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피고인은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피해자의 얼굴과 목 부위를 노리고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며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C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처가 하는 이야기 보면 거짓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용서해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가 “(A씨를) 용서해주겠다”며 오락가락했다. 1심 재판부는 “처벌 불원 의사가 불명확하다”며 이를 감형 요소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형을 대폭 감형했다. C씨에게 범행을 유발한 책임이 있고, 선처 의사도 확실히 밝혔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아내의 강간피해 사실을 듣고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에게도 범행 유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씨가 2심에서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했다”며 “1심이 내린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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