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안녕 드라큘라'가 세 가지 성장담을 통해 지친 일상에 힐링을 선사했다.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연출 김다예, 극본 하정윤, 제작 드라마하우스)가 지난 17일 뜨거운 관심 속에 첫 방송됐다. 서로의 진심을 외면해왔던 딸 안나(서현 분)와 엄마 미영(이지현 분), 팍팍한 현실 앞에서 꿈마저 흔들리는 청춘 서연(이주빈 분),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위기를 맞은 유라(고나희 분)와 지형(서은율 분)의 우정 이야기가 '현실 밀착' 공감을 선사하며 호평을 이끌었다. 섬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고 연기한 서현, 이지현, 이주빈, 고나희, 서은율의 시너지에 오만석, 지일주, 이청아, 이재인의 활약도 빛났다. 감각적 연출을 선보인 김다예 감독과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를 담아낸 하정윤 작가의 시너지는 '웰메이드 단막극'을 선보여왔던 JTBC 드라마 페스타의 가치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이날 방송은 드라마 작가인 엄마 미영과 초등학교 교사인 안나, 인디밴드 보컬인 서연, 새 친구를 만난 유라와 지형의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됐다. 여느 때처럼 작품 집필에 집중하던 미영은 집안일에 몰두하는 안나를 보며 잔소리를 했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 다 혼자 하게 되면 진짜 혼자 산다고"라는 미영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너는 엄마처럼 여러 번 하지 말고 꼭 멀쩡한 놈"을 만나라며 안나를 살피는 미영에게 "남자 싫어"라고 대충 둘러댄 안나. 그에게는 이미 오랜 연인 소정(이청아 분)이 있었다. 안나의 요즘 고민은 소정과의 위태로운 관계였다.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어 소개팅에 나가게 됐다는 소정의 연락을 받고, 안나는 한달음에 집 앞에 달려갔지만 소정은 결국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안나는 홀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너 좋은 남자 소개시켜 준다고 그래서" 박원장을 만났다는 엄마에게는 더더욱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미영은 그런 안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괜히 자신을 피하는 것 같은 딸과 어떻게든 풀어보려 했지만, 안나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엄마도 내 눈치 좀 봐줘. 난 평생 엄마 눈치 보고 살았는데 엄마는 지금 엄마 찝찝한 거 싫어서 나 괴롭히는 거잖아. 엄마 남자 만나고 싶으면 만나. 그런데 결혼할 때 내 핑계 대지 말고, 이혼해도 내 탓 하지 마"라는 안나의 말에 미영은 어쩐지 억울했다. 부족한 것 없이 다 해줬다고 생각했던 미영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딸과의 관계에 지쳐갔다. 안나의 마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자신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던 때, 그 아이의 할머니에게 끌려가 교회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던 그 크리스마스부터 안나는 엄마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 지옥에 간다며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할머니에게서 미영은 기꺼이 안나를 구해냈지만, 막상 안나의 솔직한 마음은 외면했다. 미영은 안나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안나의 마음은 시간이 지난 뒤로도 그대로였다. 여전히 소정을 사랑했고, 8년의 연애가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무엇보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엄마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 안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다.
인디밴드 애쉬스의 보컬인 서연은 생계를 위해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선생님을 하고 있었다. 꿈을 위해 한길로만 달려온 서연에게는 '12월의 징크스'가 있었다. 12월 12일, 그날은 서연이 전남친 상우(지일주 분)와 만나기 시작한 날이자 헤어진 날이었다. "너 앞으로도 계속 음악 할 거잖아. 우리 나이 되면 각자 일 인분은 하고 살아야 돼"라는 아픈 말을 남기며 상우가 떠나간 후로 서연은 미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12월에 공연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나빠져 가는 상황은 밴드 멤버들과의 불화로까지 이어졌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지금, 서연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새 동네로 이사 온 지형은 홀로 치과를 찾아가던 길에 유라를 만났다. 그 뒤 유라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 지형. 유라도 지형과 함께하는 시간이 언제나 즐거웠다. 그러나 지형과 친해질수록 유라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형이 사는 동네는 유라가 사는 곳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그곳의 어른들은 유라를 반기지 않았다. 여기에 택배기사인 아빠가 지형의 동네에서 일하는 걸 목격한 유라는 지형과 벽을 느끼기 시작했다.
'안녕 드라큘라'의 세 가지 이야기는 시작부터 '따로 또 같이'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다른 매력 속에서도 같은 결의 공감이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우리가 몰랐거나, 외면해왔던 삶의 문제들은 안나, 미영, 서연, 유라, 지형의 모습을 통해 그려졌다. 인물들의 내면에 자리했던 작은 감정들이 마침내 고개를 들고 밖으로 터져 나오면서, 시청자들은 더 뜨겁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어떤 끝을 맺을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를 섬세하게 연기한 배우들의 시너지도 눈길을 끌었다. 엄마와 딸 사이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를 완벽한 호흡으로 그려나간 서현과 이지현, 청춘의 가슴 아픈 이별과 현실에 관한 고민을 개성 있는 연기로 풀어간 이주빈, 아이들의 우정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고나희, 서은율의 연기는 현실감이 넘쳤다. 마음을 건드리는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대사에 배우들의 활약이 덧입혀지며 몰입감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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