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가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독일의 베를린영화제는 프랑스 칸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힌다. 한국영화가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받은 건 2004년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받은 뒤 16년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
김기덕 이어 한국영화 역대 2번째
홍상수 “쌩큐, 쌩큐 베리 마치"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차지한 데 이은 겹경사다. 한국영화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까지 최고상을 받고 3대 영화제 중 베를린 최고상만 남겨놓고 있다.
김민희 포옹하고 무대 올라
옆자리에 앉아있던 연인이자 주연 김민희와 포옹 후 감독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홍 감독은 “이 영화를 함께 만든 모두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 감사하다”면서 심사위원들을 향해 인사했다. 이어 “나의 여배우들을 일으켜 세우고 싶다”고 객석에 시선을 돌렸다. 김민희를 비롯해 베를린 일정을 함께한 출연 배우 서영화가 기립해 감독을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쌩큐, 쌩큐 베리 마치.(Thank you, thank you very much).”
영화제 기간 나왔던 영국 매체 ‘스크린인터내셔널’의 데일리 소식지 평점에선 ‘도망친 여자’는 4점 만점에 2.7점을 받아 공동 4위였다. 1위는 미국 감독 엘리자 히트맨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뉴욕에 가는 시골 10대 소녀들을 그린 ‘네버 레얼리 썸타임즈 올웨이즈’로 3.4점, 이어 오랜 콤비 차이밍량 감독, 배우 이강생의 대만 영화 ‘데이즈’(3.3점), 독일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드의 멜로 ‘운디네’(3.1점) 순서였다.
심사 "영화 외 어떤 주제도 고려하지 않았다"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이자, 배우 김민희와 7번째 함께한 작품이다. 이번 수상은 그의 영화가 베를린 경쟁 부문에 진출한 지 4번만의 쾌거다. ‘밤과 낮’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이 초청됐고 2017년 열애 사실을 인정하고 선보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는 주연 김민희가 그해 한국배우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여자연기상을 받았다.
공식 석상에 두문불출했던 김민희와 홍 감독은 이번 영화제로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며 커플링으로 여전한 애정을 표시했다. 홍 감독은 이번 베를린영화제 일정에서 오직 외신과만 인터뷰하겠다는 방침을 홍보사를 통해 전했다.
황금곰상엔 이란 감독의 사형제도 탐구
올해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이란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의 ‘데어 이즈 노 이블’이 차지했다. 도덕의 힘과 사형이란 주제를 4가지 이야기로 변주한 작품. 남자배우상은 이탈리아 화가 안토니오 리가부에의 전기영화 ‘히든 어웨이’에서 주연을 맡은 엘리오 게르마노, 여자배우상은 독일 영화 ‘운디네’에서 고대 신화에 사로잡힌 역사가 역을 맡은 폴라 비어에게 돌아갔다.
장선우·박찬욱 받은 상 올해 폐지 이유
한국영화의 경쟁 부문 본상 첫 수상은 1994년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 독창성이 돋보이는 영화에 주는 은곰상-알프레드 바우어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도 2007년 받았던 이 상은, 그러나 올해부터 수상이 폐지됐다. 상의 이름을 딴 초대 집행위원장이 최근 나치 부역 경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단편 부문에서 한국영화는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이미 두 차례 받았다. 2011년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의 ‘파란만장’, 이어 2015년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최고 스타는 힐러리 클린턴
한해 주목할 만한 영화를 초청하는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된 이 다큐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성추문을 겪은 백악관 시기, 힐러리 자신의 정치 경력을 총망라했다. 미국 다큐 감독 나넷 버스타인이 연출을 맡았다.
레드카펫 배경음악엔 K팝
‘도망친 여자’와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 19로 인해 예정했던 개봉일정을 연기해 올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