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성실한 뮤지션’, ‘끝까지 뮤지션’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라디(Ra.D)가 신곡 ‘오픈 잇 업’(Open It Up.feat. 진보)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펑키한 트랙 위 청량하고 경쾌한 리듬과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 음의 조화가 돋보이는 ‘오픈 잇 업’으로 라디는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이어갔다.
“‘오픈 잇 업’은 2020년 계획한 것을 시작하는 의미 있는 첫 스텝”이라며 입을 연 라디는 “2년전부터 진보라는 아티스트와 기획하면서 장르적인 취향도 일치시키며 사운적인 도전을 했다. 펑크라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어쿠스틱 악기를 배제하고 일렉트로 펑크에 도전했다. 훅 파트에서도 멜로디가 아니라 신스로 채워지는데 새로운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보와 음악 작업을 하면서 큰 에너지를 얻었다. 솔직히 차트 성적은 기대나 예상을 하지 않았지만 후배 뮤지션에게 굉장히 많이 연락이 왔다.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도 얻었고 신에서 반응이 있어서 뿌듯했다. 차트인을 못하면 일반적으로는 실망했겠지만 저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만족했다.
라디가 2008년 발표한 ‘아임 인 러브’(I’m In Love)와 ‘엄마’ 등은 여전히 많은 후배가수들이 오디션 및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리며 대중에게 익숙한 곡이다. 하지만 몇곡의 히트곡으로 지금까지 그가 선보인 음악의 스펙트럼을 한정 짓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다. 그간 프로듀서로서 아이유, 다이나믹 듀오, 이승기, 가인, 신승훈 등 많은 뮤지션과 함께한 라디는 최근에도 NCT 127과 민서와 작업물을 내놓았고 싱어송라이터로서는 매번 더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임영웅이 부른 ‘엄마’를 듣고 “와우”라고 탄식했다던 라디는 “그때마다 무언가 표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의 곡을 하고 차트인이나 대중의 반응에는 눈치를 안보는 편이다. 일단 내가 즐거워야 많은 분들이 어색하지 않고 즐겁다”고 미소지었다. 덧붙여 그는 “아직까지 음악적 욕심을 다 표현하지 못해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다. 뜬금 없을 수 있지만 가인의 ‘에스페란도’(Esperando)라는 탱고 스타일의 곡도 가인은 물론 나도 장르적인 도전을 하면서 상호간 만족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플레이어와 프로듀서로서 음원차트에서 명성을 날리던 라디는 음악 레이블 리얼콜라보를 설립해 브라더수, 치즈, 주영, 디어, 러비 등 재능 있는 후배도 발굴하고 키워내며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번아웃 증후군’이 오면서 스카이다이빙, 무에타이, 등산, 템플스테이 등 음악 외의 활동을 통해 자신을 챙겼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신예 뮤지션들을 발굴하기 위해 진행한 ‘뮤직캠프66’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으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불을 지폈다.
그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차트인을 시작했는데 리얼콜라보의 대표 프로듀서로서 신인 발굴과 제작도 겸했다. 항상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갇히고 그 동안 쌓인 것이 터지면서 ‘번아웃’이 왔는데 음악 빼고 다해보고 싶었다. 애초 형-동생, 가족같은 관계라서 전속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후배들에게 마스터권을 다 넘겨주면서 일종의 해산을 했고 이 후 일탈과 방황을 했다”면서 “물론 매년 곡을 발표하며 음악을 놓지 않았지만 온전히 에너지를 쏟지 못했다. 그래서 그 시기 내 음악을 좋아한 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그러다 뮤직캠프를 통해 음악을 사랑하는 에너지를 많이 찾았고 이제는 음악을 소홀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 데뷔한 라디는 그동안 한국 음악 산업의 변화를 눈 앞에서 지켜보는 동시에 직접 몸으로 겪었다. “1집 앨범은 카세트 테이프로 나왔고 그 사이 CD, MD에 이어 MP3까지 매체 변화가 너무 많았는데 역설적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음악하는 사람의 어려움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과거에는 정보가 많이 없고 표현하기 쉽지 않는 등 환경이 좋지 않아서 어려웠다면 지금은 환경은 좋아졌지만 경쟁자가 많다. 정말 모든 정보가 많아 누구나 음악하는 시대지만 경쟁이 심해져서 여전히 쉽지 않다.”
라디도 ‘재미와 합리’라는 자신만의 철학과 기준에는 변함이 없지만 음악에 대하는 방식과 태도는 조금 달라지기도 했다. 그는 “간극이 있는 단어 조합인데 말이 되면서 재밌는 것을 하고 싶다. 노래안에서도 이것이 존재해야 한다”면서 “작업은 뭔가 감이 오면 쏟아 붓는다. 생각이 안 나면 쥐어짜는 건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감당이 안되면 다른 아티스트를 찾아 곡도 받고 의견이 맞으면 거리낌없이 함께 작업을 한다. 옛날에는 A to Z 까지 내가 다하려는 고집스러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과거부터 송창식과의 작업을 꿈 꿔온 라디는 “잘하는 분이 많으시지만 송창식 선배님은 너무 존경하고 가끔씩 공연에 찾아뵙고 에너지를 얻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어떤식으로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평소 친한 김조한 형과도 하고 싶고 성시경씨도 해보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전에 프로듀스 겸 피처링으로 참여한 아이유가 이번에는 내 앨범의 피처링이나 작가로서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오픈 잇 업’을 시작으로 올 해 네번째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인 라디는 “ 6년마다 정규가 나오는데 그 양식을 이어가면서 12집까지 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매 정규마다 확실하게 성장하는 저의 모습을 담을 확신이 있다”고 힘을 주었다. 특히 이제는 비단 곡 작업 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 개설 등 대중과 활발한 소통을 예고한 그는 “저를 아시게 될 리스너분들은 허심탄회하고 편안하게 받아 들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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