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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김구라·남희석 논란'으로 드러난 '라스' 딜레마
jajongamja 2020-08-08     조회 : 533
왼쪽 남희석, 김구라 © 뉴스1

MBC '라디오스타'가 13년간 지속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역시 깊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독한 토크쇼에서 변해야한다는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라디오스타'는 그간 적극적인 변화나 새로운 시도를 사실상 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강점을 살리는데 중점을 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지금의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독설가 김구라의 캐릭터를 토크쇼의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사이 김구라의 독설은 점차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캐릭터는 여전히 토크쇼의 정체성으로 소비되고 있다. 

최근 방송인 남희석이 '라디오스타'에서의 MC 김구라의 진행 태도를 지적하면서부터 '라디오스타'의 딜레마는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남희석은 김구라의 진행 태도가 캐릭터이긴 하지만,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라디오스타'가 지속해온 콘셉트와 정체성을 흔드는 발언이 됐다. 남희석의 지적이 지나쳤다는 의견을 보인 누리꾼도 많았던 반면, 만만치 않은 수의 누리꾼들이 그의 공개 지적에 공감하면서 '라디오스타'는 또 한 번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했다.

 

 


발단은 남희석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초대 손님이 말을 할 때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등을 돌린 채 인상 쓰고 앉아 있다"며 "뭐 자신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참 배려 없는 자세"라는 글을 게시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면서 남희석은 "그냥 자기 캐릭터 유지하려는 행위"라고 꼬집으며 "그러다보니 몇몇 짬 어린 게스트들은 나와서 시청자가 아니라 그(김구라)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종종 있다"고 적었다.

남희석은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그의 발언은 순식간에 확산됐고 김구라의 진행 태도에 대한 다양한 여론이 형성됐다. 이후 남희석은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공개 지적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에게 "2년동안 고민하고 올린 글" "사연이 있다"고 밝혀 그 내막을 궁금하게 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도 페이스북에 "콩트 코미디 하다가 떠서 '라디오스타'에 나갔는데 개망신 쪽 당하고 밤에 자존감 무너져 나 찾아 온 후배들 봐서라도 그러면 안 되심. 약자들 챙기시길"이라고 잇따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라디오스타'는 7월31일 공식입장을 냈다. 방송에서의 김구라의 모습은 캐릭터일 뿐이라는 해명을 전한 것. 제작진 공식입장의 요지는 △드러나진 않지만 김구라는 출연자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배려하며 세세하게 챙기고 △무례한 MC가 아니며 △방송에서의 모습은 재미를 위한 '라디오스타'만의 캐릭터이고 △개그맨들 섭외를 먼저 이야기하는 등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방송인이라는 것이다.

제작진은 김구라의 본래 인성에 대해 세세하게 해명하는 입장을 내놨지만, 남희석의 공개 지적에 일부 시청자들이 근본적으로 공감했던 부분은 놓치고 말았다. 시청자들의 공감은, 김구라의 독설 캐릭터가 더이상 '라디오스타'를 소비하는 주된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하지만 '라디오스타' 측은 일부 시청자들의 불편한 시각을 해소하겠다는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라디오스타'가 13년간 방송되는 동안, 토크쇼 인기의 정점을 찍는 등 전성기를 맞이했다, 영향력이 축소되는 등 하락세에 접어들기도 했다. 토크쇼 포맷의 침체도 하락세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유튜브와 1인 방송 등 필터링 없는 더 독한 프로그램과 차별화가 옅어진 데다 김구라의 독설이 외부적인 변화에 따라 힘이 빠지면서 재미도 반감된 것이 사실이었다. 

B급 재미, 직설, 독설은 분명 오랜 시간 지속돼온 '라디오스타'의 색깔이고 정체성이다. 게스트들을 대하는 자세나 MC들이 지켜야 할 선에 대해 어느 정도 기준을 갖게 되고 방송계 흐름에 따라 김구라의 독했던 캐릭터도 옅어졌지만, 그간의 콘셉트를 고수해야 하는 '라디오스타'는 분명 딜레마에 빠져 있다.

남희석의 공개 지적 발언으로 시청자들도 문제 의식을 다시 한 번 갖게 된 이 시점, '라디오스타'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졌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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