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강소현 기자]
때론 생각없이 한 말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1월 14일 방송된 SBS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서는 선을 넘는 친구 남편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날 강재준은 스페셜 MC로 등장해 사연자들이 보낸 사연에 공감하며 조언을 보탰다. 하지만 공감이 부족했던 걸까 별다른 생각없이 뱉은 말이 아쉬움만 남겼다.
사연은 결혼 6개월 차 30대 신혼부부인 사연자가 보낸 것이었다. 평소 친구 부부와 가족처럼 지내던 사연자는 친구 선물을 골라달라는 친구 남편의 부탁에 응해 목걸이를 골라줬다. 하지만 이후 "둘만의 추억이 생겼다"는 둥 함께 고른 목걸이를 선물하는 친구 남편의 이상한 말과 행동에 당황스럽다고 고백했다. 남편에게 말하자니 걱정할 거 같고 친구에게 말하자니 관계가 틀어질까 염려된다는 것이 사연자의 고민이었다.
선을 넘는 친구 남편의 행동은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섣불리 행동하자니 친구와의 관계도 틀어져 고민 해결이 절실한 사연이었다.
충격적인 사연에 언니들은 착잡해할 무렵 강재준은 "선물 사러 가면서 이상한 감정을 못 느꼈을까? 알고 가시지 않았을까?”라고 말해 분노를 유발했다.
이에 언니들이 단체로 흥분하자 강재준은 "물론 남자가 잘못했지만 여성분도 분위기를 파악했을 텐데 가는 거 자체가 어느 정도"라며 사연자에게도 책임을 전가했다.
부탁에 응했다고 해서 마음까지 오해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언니들과 달리 일방적으로 단정 짓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강재준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연자의 고민에 공감하고 한번 더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발언이다.
기본적으로 '언니한텐 말해도 돼'는 제목처럼 말 그대로 어디에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을 MC들과 공유해 해결책을 얻는 프로그램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 고민 끝에 보낸 사연에 어떻게 '알고도 간 거 아니냐'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강재준이 아무렇지 않게 뱉은 말은 사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착오적 발언에 가깝다. 피해자 책임전가는 흔히 사회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되려 비난을 하고 '너도 알면서 그런거 아니냐'며 일말의 책임을 어떻게든 넘겨 공범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지 말라', '불법촬영을 피하려면 옆으로 서라'와 같은 것이 모두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춰 책임을 전가하는 문구들이다. 어떤 상황속에 사연자가 처했는지 알면서도 '부탁에 응했으니까, 나갈땐 감정을 알고 나간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물론 어떤 뜻이 있어서 한 말이 아닌 강재준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방송에서 스쳐 가는 한마디도 TV를 보는 누군가에겐 영향을 끼친다. 방송에서 말 한마디로 논란을 사는 이유가 그만큼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하고 발언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페셜 MC로 등장해 통찰력 있는 조언을 뽐내기에 앞서 신중함이 따랐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사진=SBS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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