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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야 실현되는 헌법상 권리…판결문 전면공개 언제쯤
지소미 2021-03-06     조회 : 653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 재해 판결문 2만 9000여 건을 무료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판결문 공개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 /남용희 기자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 재해 판결문 2만 9000여 건을 무료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판결문 공개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 /남용희 기자

법조계 "하급심도 공개해야…비실명·수수료 재정비도 필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 재해 판결문 2만 9000여 건을 무료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판결문 공개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확정된 사건만이 아니라 하급심 판결문도 법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헌법 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하지만, 사건 당사자를 제외한 시민이 판결문을 확보하려면 시공간적 제약이 많다.

특히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담긴 하급심 판결문을 받는데 어려움이 크다. 대법원은 2013년부터 확정된 형사 판결문, 2015년부터 확정된 민사 판결문을 각각 공개해왔다. 하지만 사건의 사실관계를 따지고 비교해야 하는 시민으로서는 확정된 법리가 담긴 판결문보다 하급심 판결문에 더 목마른 실정이다.

하급심 판결문을 확보할 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사전 신청으로 이용 허가를 받은 뒤 법원도서관·대법원 특별열람실 등을 직접 방문해 판결문을 찾아볼 수 있다. 각 법원 사이트에 사건번호를 특정한 판결문을 신청해 수수료를 내고 받는 방법도 있다. 신청한 판결문은 비실명화 등 검수 절차를 거쳐 파일이나 종이로 받아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신청 절차를 거쳐 도서관을 방문한 뒤 제한된 시간(1시간 30분) 안에 원하는 판결문을 찾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전국의 법조인과 시민들이 몰리기 때문에 경쟁률 역시 치열하다. 지난해 가을 무렵 법원도서관을 이용했다는 20대 취업준비생 A 씨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도서관 문 앞에서 이틀 연속 기다린 적도 있다"며 "힘들게 들어가도 필기가 안 돼 화장실 가는 척하면서 휴대전화에 사건번호를 몰래 메모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수수료를 받고 판결문을 제공하는 것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1000원이 큰돈이 아니라는데 10건 신청하면 만 원이다. 헌법에도 보장된 내 권리를 왜 돈을 써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요 판결을 선별해 공개하고 있다지만, 시민은 다 알려 하지 말고 법원이 중요하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는 논리인가"라고 말했다.

하급심 판결문 접근이 어려운 건 판사를 제외한 법조인도 마찬가지다. 변론을 위해 판결문을 공부해야 하는 변호사, 연구 목적으로 많게는 수백 건의 판결문을 들여다봐야 하는 교수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인들은 친한 판사 등 법원 관계자에게 부탁해 판결문을 얻거나, 판결문을 모아둔 사설 사이트를 통해 유료로 자료를 구매한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헌법상 권리를 '돈과 인맥'으로 구현하는 구조로 내몰린 셈이다.

국회와 법원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사실상 매년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를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고, 법과 제도의 변화도 있었다. 사법개혁을 기치로 내걸며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12월 첫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판결문 공개를 주제로 논의했다. 지난해 9월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도 김 대법원장은 "법률 개정 전이라도 미확정 판결문의 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법관 대표들 역시 "판결문 공개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성과도 있었다. 2018년 8월 한 곳의 법원 홈페이지에서 전국의 모든 민·형사 판결문을 검색 열람할 수 있는 '판결서 통합 검색·열람 시스템'을 도입해 시민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전에는 피고인과 사건번호를 알아야 검색·열람이 가능했다.

지난해 11월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민사사건에 한해 미확정 판결문을 공개할 길도 트였다. 판결문 열람·복사에 관한 조항인 제163조의2 제목 중 '확정된 판결서'를 '판결서'로, 본문 중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를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로 변경한 것이 골자다. 해당 개정안은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4일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전국법원장회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대법원 제공
4일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전국법원장회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대법원 제공

법조계에서는 형사 판결문 역시 하급심까지 공개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변호사들은 피고인 방어권 측면에서 판결문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본다. 장윤미 변호사는 "변호사가 형사재판에서 검사 공소장만 보고, 민사재판에서는 상대측 주장만 보고 논리를 구성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공개된 확정 판결문도 하급심 판결문보다 사실관계가 많이 생략돼 있고, 확정판결이 있어도 최근 판결 동향에 따른 변론을 위해서는 하급심 판결문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태근 변호사(법률사무소 신록)는 "대법원 판결문은 어떤 법리가 맞는지 중심으로 적혀 있기 때문에 사건의 구체적 실체를 알기 부족하다. 반면 하급심 판결문에는 사실관계와 이에 대한 개별적 판단이 상세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사건을 정확한 이해를 위해 하급심 판결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학자들은 판결문 공개를 통해 하급심 재판이 충실해지고, 판결문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실명화(개인 정보를 비실명 처리하는 것) 기준과 시스템, 수수료 지급 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심 재판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하급심 판결문 공개가 필요하다. 잘 짜인 1심 판결로 국민을 설득한다면 2심·상고심까지 다툴 수고가 줄어든다"며 "판사 역시 1심 판결문부터 다양한 스크리닝과 피드백을 받고 질 높은 판결문을 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판사에 대한 불필요한 비난은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뒤따라야 한다"며 "판결문 공개 범위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비실명화 시스템도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기술·인력 지원과 예산 확충이 판결문 공개에 뒤따르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비실명화는 너무 지나치다. 어떤 판결문은 소속 법인과 직책, 재직 기간까지 모두 가려놔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까지 비실명화를 할 것인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원에서 마음대로 가공하고 개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전자적 방법을 통한 판결서의 열람·복사 제도에 대해서도 "원래 공개해야 할 공공 자산을 법원에서 대가를 받고 공개하는 구조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023년부터 시행될 민사소송법 개정안 취지에 따라 판결문 공개 체계를 구축 중이며, 민사 미확정 판결문 공개 경과를 지켜보며 형사 미확정 판결문 공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지불 절차 논의는 별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시민이 지불한 수수료는 실비로, 곧바로 국고에 귀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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