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방이 공포심까지 느끼지는 않았더라도 해악을 끼칠 의도를 알 수 있을 정도라면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더팩트 DB |
대법 "해악 고지 인식하면 범죄 성립"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상대방이 공포심까지 느끼지는 않았더라도 해악을 끼칠 의도를 알 수 있을 정도라면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특수협박죄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4월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B씨의 차량이 자신의 차량을 가로막자 "이 **들 장난치나"라며 알루미늄 파이프를 바닥에 끌며 다가가 피해자들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음주운전을 했고 위험한 물건인 알루미늄 파이프로 상대 일행을 협박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어올리거나 휘두르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시간도 길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해자도 법정에서 "파이프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고 당황스럽고 놀라운 정도였다"고 진술한 점도 근거로 삼았다. A씨의 행위는 일시적 분노의 표현일 뿐 협박 의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다시 1심 결론으로 돌아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는지와 상관없이 그 정도의 해악만 고지해 인식하면 협박죄는 구성된다. A씨가 범행 당시 소지한 알루미늄 파이프는 생명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고 실제 피해자들이 이같은 모습을 보고 차량을 빼고 뒷걸음질친 상황을 보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라고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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