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없어?"..사유리, 비혼모 향한 불편한 관심에 "내가 아빠다" ('슈돌')[TEN피플]
정태건입력 2021. 10. 25. 10:53
'비혼모' 사유리 "내가 아빠다" "혼자서 키워, 아빠 역할도 한다" 상처 많은 사유리의 당당한 용기
[텐아시아=정태건 기자]
자발적 비혼모가 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가 아들 젠의 아빠에 관한 질문을 슬기롭게 대처해냈다.
지난 24일 방송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사유리가 젠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그는 해녀 체험에 도전하면서 수십년 경력을 가진 해녀들을 만났다.
젠을 본 해녀들은 사유리에게 "아기를 TV에서 많이 본 것 같다"며 "아빠도 우리가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당황한 사유리는 "내가 아빠다. 엄빠다. 혼자서 아기 키운다. 아빠는 없지만 내가 아빠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해녀들은 "아들이 딸보다 더 힘들다"며 걱정했고, 사유리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혼인 아들이 있다는 해녀에게 그는 "나랑 결혼하면 바로 손자가 생긴다. 나이가 비슷하니까 괜찮다. 며느리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해녀는 젠에게 "나중에 크면 엄마 봉양 잘 해야겠다. 아빠 없이 어떻게 애기를 키우냐"고 말을 돌렸다. 이에 사유리는 "잘 키우면 된다"며 "그렇게 걱정되면 저한테 아들 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해녀는 "생각해보겠다"며 웃었다.
자발적 비혼모에게 아빠를 묻는 질문이 뼈 아플 수 있지만 사유리는 특유의 넉살로 유쾌하게 넘어갔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향한 걱정에 대해 "말로만 하지 말고 아들을 달라"고 당당한 태도로 말해 동정 섞인 시선을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선보였다. 자녀를 홀로 키우는 부모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서 사유리의 행동은 큰 울림을 안겼다.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4일 일본에서 3.2kg의 아들 젠을 출산했다. 싱글인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출산을 하기 위해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았다.
평소 출산에 대한 마음이 컸던 사유리가 2019년 산부인과에 갔다가 난소 나이 48세라는 진단을 받고, 평생 아이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자발적 비혼모가 될 것을 택한 것이다.
사유리 역시 비혼 출산을 경험한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요청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사유리처럼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통해 출산하는 건 불법이기에 한일 간 문화 차이에 대한 설명을 청취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유리는 "(출산 후)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상처가 많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비혼모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지만, 사유리는 담담하게 맞서며 조금씩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친절하고 유쾌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사유리에게 많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