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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아주 사소한 바램(1) 가이버 | 2011.06.06 | 조회 7,009 | 추천 10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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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년 전..
30대로 접어들던 저는,
약 3년 정도 사귄,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던 동갑내기 여친과 헤어지고
2년을 솔로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헤어진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크게는 이른 바 '성격 차이'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있는 크고 작은 의견 대립들,
그리고.. '와이프'라는 별명으로 불렀던 제 여자'친구'의 존재였지요.
저는 꽤 어릴 때부터..
남자임에도 남자보다는 여자 친구들과 더 편하게 지내는 쪽이었고,
남자들 사이에서의 거친 놀이 문화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남녀 사이의 친구, 우정도 성립할 수 있다는 쪽이었고,
실제로도 저를 '언니'라고 부르는 여자 후배들도 있을 정도로
여자 '친구'나 후배, 누님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이 친구.. 그러니까 ‘와이프’라고 부르던 이 녀석과도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오래전 작은 동호회에서 만난 우리는..
여타 동호회 회원 몇 명과 함께 '가족놀이'를 했었는데,
그 때 얼렁뚱땅 부부 관계(?)가 형성이 되면서
서로를 '당신', '와이프'라고 부르며 놀 던 것이 세월이 오래지나면서
어느새 호칭으로 굳어버리게 됐죠.
사실 서로를 알게 된 이래..
전혀 이성으로서의 기대감이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꽤 이쁘장하기도 했고, 말도 잘 통했으니까요.
이 친구에게 흔들리기도 했었지만
좋은 관계로 지내는 친구를 잃을까 두렵기도 했고,
여타 이런저런 서로의 상황과 맞물려 자연히 서로를
'부부만큼 아끼는 친구' 사이로 정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후 몇 차례 짧은 연애를 해보니,
헤어짐의 결정적 이유까지는 아니었으나,
사귀는 상대방 입장에게는 이 '와이프'가 늘 거슬리는 존재가 되더군요.
아무리 제가, “이 친구와 나는 '친구'일 뿐이며, '와이프'라는 호칭도 어쩌다 붙은 것일 뿐이고,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설령 이성적인 호감이 눈꼽 만큼 생긴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 당신에게 충분히 충실할 수 있는
사랑과 이성적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라고 얘기하고, 또 그것을 상대가 (머리로는) 납득을 하더라도
'와이프'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여자사람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그들에게 모종의 불안감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사귀는 여친을 두고 이 '와이프'를 자주 만나거나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럴 수도 없었죠.
제가 한참 연애질을 하던 기간에 이 친구는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이용해 열심히 해외 순방 -_- 중이었거든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3년 여친과 헤어진 후,
길고 집중적이었던 연애의 부작용과 남성비 높은 일터로 이직하게 된 상황
등등으로 인해 당시 제 주변에는 여자사람이
'씨가 마르다'시피 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애를 시작하려 해도
그 기나긴 '맞춰감'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막막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2년 째 그냥 기르던 고냥이들과 함께
싱글의 자유를 누리길 선택하며 지내던 어느날,
'와이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 돌아온 지 얼마 안됐다더니,
곧 또 어디로 3개월쯤 갔다올 예정이라더군요.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 친구를 '와이프'로 부르는 한,
나의 연애 전선에는 늘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다른 호칭으로 부르면 되지 않겠냐도 생각했지만,
당시 기준으로 6년넘게 불러오던 호칭을 바꾸기도 어색하고, 막상 바꾸자해도 뭐라 해야할 지 답이 안 나오더군요.) 그렇다고 연애하자고 좋은 친구를 잃기도 싫고.. 하지만 만약..
'와이프'랑 정말 사귀어 결혼까지 해버리면 아무 문제 없을 것 아닌가.
전혀 매력을 못 느꼈던 것도 아니고,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잘 알아왔으니 삐걱댈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와이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제가 잘 생각한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볼 필요도 있었고,
또 그 나라는 워낙에 '와이프'가
가보고 싶다고~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노래를~ 불렀던 곳이라
일단은 조용히 보내주는게 맞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3개월 후, 돌아온 '와이프'에게 이런 제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대답은 뭐, 당연히 'NO'였습니다.
그 친구도 역시
"좋은 관계가 깨질 수 있다,
친구 사이와 달리 남녀 관계가 되면 서로에게 바라는 게 많이 달라질 것이다."
등등의 이유를 얘기하더군요.
저는 그녀에게
"내가 먼저 꺼낸 제안이니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책임을 지고 맞추겠다.
어차피 난 이제 사랑하는 사이에서 서로 고집 부리며 싸우는 게 지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서로를 봐온 게 있는데
절대로 조율이 안될 정도로 심각한 갭은 없는 거 같다."
라고 말했고,
거기에는 '와이프'도 동의하더군요.
하지만 '와이프'는 얼마 간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금과 언어 능력 시험 등의 준비를 하다가
다시 지구 반대편 나라로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나갈 수 있는 나이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이번엔 나가서 아예 거기서 자리 잡을 생각까지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에서 살 수가 없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아는 사람 없는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면서요.
사실 이 말은 '와이프'가 평소에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는데,
저는 이 말이 그냥 대인 관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때문이거나,
자주 아프기도 했던 와이프의 여러가지 상황 때문이겠거니 했습니다.
사실 곁에서 오래 지켜봐온 사람의 마음으로도
'이제 그만 이 친구를 편하게 해주고 싶다.'라는 생각도 있었거든요.
삶이 고단해 보이는 친구였고,
특히 한국에서의 삶을 힘들어 했던 것같아요.
그래서 저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럼 뭐, 나가기 전까지만이라도 일단 만나보자.
그리고 나갈 수 있을 때 나가고 싶은 데 다 갔다 와라.
거기서 자리 잡으려거든 잡아라.
나도 일단은 당신이 돌아와야만 할 때를 대비해
최대한 당신이 한국에서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보겠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거기 있길 선택한다면
최대한 빨리 쫓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물론 제 입장에서는 그녀가 그냥 한국에 눌러앉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못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던 저는,
정말로 '와이프'가 이민을 간다 해도 응원할 마음이었습니다.
다만, ‘상황이 잘 안 풀린다면 어쩔 수 없이 '와이프'도 포기하겠지..’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거죠.
하지만 와이프 입장에서는 그런 제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을 테고,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어쨌든 저와 그녀는 계속 만나면서
구애와 연애의 중간쯤 되는 상태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반년을 넘게 지내던 어느날,
힘든 계약직 생활과 스트레스, 안좋은 몸 상태로 인해
극도로 지친 와이프가 결국 저에게 잠시 마음이나마 기대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결국 우리는 연애 상태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프의 굳건한 계획에는 변함이 없었고, 저 또한 그녀를 응원하겠다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었죠.
하지만 연애 상태에 들어선 이후에도,
그녀가 계속해서 저에게 마음의 벽을 쌓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껴야 한다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일례로 그녀는 제게 단 한 번도 제게, 스스로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해달라고 해서 한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흔히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처럼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정말 마음이 우러나면 듣기 싫어도 할 텐데,
해달라고 하니까 하기 싫어지잖아."
등등의 말과 함께 도리질을 쳤어요.
(훗날.. 지구 반대편 나라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마지막 인사를 동영상으로 담을 때,
제가 꼭 듣고 싶다고 하니까 정말 목구멍에서 넘어오지 않는,
다 죽어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처음 "사랑해.."라고 말해주더군요.
전 그것도 좋다고 방방 뛰었었지요.. ㅠㅠ)
당시 저희는 그리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고,
그녀는 그나마 주말에 집중해서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말에는 주로 서로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오후.. 저희 집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던 ‘와이프’가,
옆에서 뭘 좀 챙겨줄까 하던 저에게 느닷 없이
"당신, 나랑 헤어지고 다른 좋은 사람 만나."라고 하더군요.
진짜, 저도 놀랐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막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나중에 ‘와이프’가 해준 말을 빌자면..
'멀쩡히 웃던 사람 눈에서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뜨리더니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하더라구요..
언제쯤서부터는 ‘와이프’는 이런 말을 했어요.
“나도 당신믿고 그냥 한국에 눌러앉았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 궁합이 심하게 안 좋단다.
우리 부모님은 공무원 출신이라 사업하는 집안 안 좋아하신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무슨 비전이 있냐.”
심지어는 “못생겼다.”까지.. -_-
(아니 뭐, 제가 잘 생겼다는 건 아닌데, 아닌 거 알지만, 그래도.. 그게 그렇잖아요. ㅜㅜ
사랑하는 사람한테 면전에서 외모로 구박 받아보면.. 진짜.. 마이 아파~ ㅠㅠ)
아예 대놓고 무조건 뭐라고만 하는거면 차라리 괜찮은데,
사랑스런 여자친구처럼 굴기도 하고,
아파서 기운 없을 때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땐 저에게 기대다가도
제가 좀 거슬리거나 뭔가 자기가 좀 흔들린다 싶으면
그 때 '역시 넌 아냐.' 식으로 푹 찌르는 겁니다.
아주 미칩니다.
정말 미칠 것 같은 건 그녀의 의도가
‘떠보기, 자극해서 더 잘하게 하기’ 가 아니라,
“정말 아닌 것 같아.”진짜 밀어내기 였으니까요.
결정적으로는.. 키스.
둘 다 나이가 찬 성인들이었기에 스킨십이나 팟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나름 속궁합도 잘 맞는 편이었고요.
그런데, 팟을 하는 도중에도 그녀는 키스를 거부하기 일쑤였습니다.
입을 맞추려고 하면 고개를 돌리거나 입을 가려 버립니다.
가끔 분위기를 잘 유도해서 가볍게 뽀뽀라도 하면
곧 손으로 입을 스윽 닦았습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 번.
'나를 옆에 머물게는 해주고는 있지만,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라는 느낌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습니다.
이런 점들에 대해 서운해 하는 티라도 좀 내면
"그러게, 나는 당신이랑 사귀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이라도 관둬라."
라는 냉정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럼 또 저는 그 말이 가슴 아파서, 아니라고 그냥 해본 말이라며
서둘러 흘린 말을 주워담기 급급했지요.
그녀는 저를 애태우기 위해, 밀땅을 하는 게 아니었어요.
또한 저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도,
저의 금전을 이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용이라도 당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오히려 제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요구 받지 못하는 좌절도 충분히 힘겨웠습니다.
그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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