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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스물아홉앓이
풋사과 | 2011.08.19 | 조회 6,302 | 추천 7 댓글 0


지금으로 부터 3년하고도 좀 더 된 이야기네요..


그와 저의 첫만남..


 

2008 7즈음...

첫 연애가 깨빡이나고, 폐인생활을 약 3개월쯤 하고 난 후

'지난 연애가 5년 이었으니...

앞으로 5년은 누군가를 만날 자신이 없다.

자존감이 무너질대로 무너진 나를 우선 추스리자.'

하며 운동도 하고 친구들이랑 여행도 다니며

저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데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그런대로 적당히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때 친했던 언니가 갑자기 절 보고 싶다하며

저를 언니 동네로 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언니들 말을 참 잘 들어요.. ㅎㅎ

알겠다며 잽싸게 달려 나갑니다.

 

그런데 그 언니 옆에 굉장히 왜소하고 까만 남자가 서 있어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저만 모르고 나간 소개팅 자리였던 거에요.

 

'나 지금 남자 만날 마음 없는데?

자가치료 기간인데?

게다가 이 남자는 내 스타일도 전혀 아닌데?'

 

조금 쌩뚱했지만 뭐 어차피 오늘 만나고 끝인데~’ 하는 생각에

이 밥먹고 차마시고 그가 보여주는 마술쇼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게 됩니다.

 

그는 마술을 보여주면서 제 번호를 알아갔어요...

.. 뻔한 수법인데 제가 걸려든거죠...

 

그런데 그가 하는 연락이 참 깔끔했어요.

2,3일에 안부 묻는 문자 한두개 정도.

가끔 전화도 해오는데, 저도 가볍게 응대해 줍니다.

정말 별 생각없는 행동들이었어요.

 

그런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렇게 연락이 잦아지고 가끔 만나 마술도 보여주고 하다 보니 정이 들더라구요.

그 느낌이 흡사..

게이 친구를 사귀게 된 기분이었어요.




뭔가 보통의 [남자]같은 느낌이 없었거든요.

예를 들면 너무 작고 말랐다던가..

꼼꼼, 세심, 예민하달까..

 

한마디로 그가 남자로 보이지 않았던 것저의 진심이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그는 공무원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시험에서 1점차로 떨어졌다 말하더라구요.

그는 1년여를 더 공부해서 다시 도전해야 한다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친구처럼 3개월을 더 연락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10월즈음이 되었을 때 그는 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어요.

나는 너 게이인 줄 알았는데???"하고 말하니

신체 건강한 남자를 왜 게이로 생각했냐?”며 웃더라구요.

 

지난 사랑이 너무 절절하고 힘들었기에 편한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 그에게 마음을 열었고,


'사랑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 과 연애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그는 제게 용기내어 이야기를 꺼냅니다.

나 사실 이번에 시험 안봤어.

왠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겁이 났나봐.

시험보러 집에서 나와서 그냥 돌아다녔어...”

 





....



 

그는 참 다정한 사람이라서

제가 사랑니를 뽑으러 병원에 간다고 하니

하던 공부를 멈추고 병원에 동행을 해줍니다.

조금 부담되어 그러지 말라 해도 꼭 자기가 같이 가야 한다고 하네요.

불꽃 축제가 곧 있으니 같이 보러 가자 합니다.

즐거운 데이트였어요.

가을 단풍이 좋으니 산에 가자 합니다.

서울대 뒤의 관악산에 올라가고 경치를 구경해요.

날도 좋고 기분도 상쾌하고 좋아요.

 

그런데 어째..


이렇게 맨날 저랑 붙어 있으면 공부가 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와 통화를 하던 중에

수화기 너머로 중년여성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어쩐지 그 중년 여성에게 짜증을 버럭내고는


저에게는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네요.

 

..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의 어머니입니다.

요즘 부쩍 누구랑 통화를 하느냐.

왜 그리 오래 전화기를 붙잡고 있느냐,

통화료를 얼마나 많이 나오게 하려고 그러느냐..”

참으로 사납게 카랑카랑 울려퍼지던 그 소리...

 

저는 참을 수 없이 미안해집니다.

그는 인생을 바꾸기 위해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 사람인데

나를 만나 나와 통화하고 데이트 하는 바람에

할 공부를 못하고 엄마한테 꾸중이나 듣다니...

안되겠습니다.

 

우리 통화는 짧게 하자.

만나는 것도 나는 한달에 한두번이면 돼.

난 외로움 타는 성격도 아니고^^”

 

그에 대한 저의 감정이 그 정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말이었을까요...

 

그 후로 정말 한달에 한두번만 만났고,

그렇게 2009 5월..


그 남자의 시험일이 되었습니다.



여의도에는 벚꽃이 한창이었지요
.

시험을 보고 그는 여의도로 옵니다.

같이 벚꽃을 구경하고 재미지게 놀고 밤이 되었는데

그가 오늘 자기랑 같이 있어 줄 수 있냐고 묻네요.

 

 

.. 그가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

봄바람에 흙먼지로 잔뜩 온몸이 휘감긴 듯..






그래서 저희는 숙박업소에 갑니다.

 

제가 씻고 나왔는데 그 남자는 모텔방의 컴퓨터로 점수를 맞춰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

 

아마도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듯 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참... 어리석게도.. 잠자리에 응해 주었고..





그 남자.. 그 기분에 잘 될 리가 없었죠
.

 

 

새벽 첫차를 타고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에게서는 연락이 없네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그는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소리만 하고 1주일간 연락이 없네요.

 

 

저는... 사실 누군가에게 버림 받는 것이 매우 무서웠었어요.

그리고 잠자리..

저에게는 그것이 그대를 받아드린다는 의미...

그대가 나의 인생에 들어왔다는 의미를 두고 하는 행동인데...


고단함을 품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는 동굴로 숨어버렸네요
.... 

저의 경솔했던 행동을 반성합니다.

 

나때문에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디가 아픈가?

별 생각을 다 합니다.

그리고 제가 다시 연락을 해봅니다..


그러자 그가 문자로... 이렇게 말하네요.

 

사흘동안 과자 한봉지 먹은게 다야...

엄마랑 싸워서 아무것도 안먹고 있어....”

 

저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싸운다고 밥을 굶는다..??

그래서 기운이 없어서 연락을 못한다....??

 

싸운 이유도 말 안해주고 그저 자기가 연락한하겠다는 말만 하네요...

그렇게 또 연락없는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

 

수술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어요..

치질이래요.. 치질...


그래서 밖에도 못나간다고..

그렇게 또 연락만 기다리다 한달이 더 지났습니다.

 

 

잠자리 이후 연락두절..

그날로부터 얼굴을 보지 않은지도 두달이 지났어요.





오랜만에 연락한 그가 제게 보고 싶다 말하네요
.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갑니다.

그리고 그를 만나 이야기했습니다.

헤어지자.”

 

그는 저를 붙잡지도, 뭐라 묻지도 않더군요.

제가 미안한 마음에 왜 아무말도 안해?”라고 하니,

그는...

이미 그렇게 결정해 놓고 나더러 무슨 얘길 하라는 거야?”

라고 되물었어요. 

 

그리고 그는 그 후 제게 단 한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혹시 모를 진상짓을 예방하고자

인연이 깨빡난 사람들의 번호는 과감하게 지워버리는데,

그렇게 헤어지고 1년 하고도 몇개월이 더 지난 2010년의 10월의 어느날

낯익은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안받았어요.



또 전화가 옵니다
.

또 안받았어요.



또또 전화가 옵니다
.

또또 안받았어요.





그리고 도착한 문자
...

 

 

“10분후에 전화할께. 받아.”



-_-



전화가 정말 오네요
.

안받았지요.

 

다시 도착한 문자...

너무하네.. 일부러 시간 많이 지나고 연락한건데...

흥! 나도 이제 연락 안할거얏.”

 

 

하루종일 기분이 후지더라구요...

 

 

그리고 그로부터도 6개월쯤이 더 지난,

올 봄..

 

또 다시 그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안받았습니다.

그랬더니 문자가 오네요...

 

그냥 한번 전화 받아주지?


피차 마음 편할 것 같은데?”



그리고 또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아요
.

 

너무하네.. 난 그래도 한때 나랑 친했던 사람이

이렇게 나한테 등돌린 게 좀 마음 아프네, 잘지내슈.”

 

제가 전화를 받았어야 했나요...?

 

통화하고 싶은 그의 마음도 진심이겠지만

통화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지난 기억을 잊고 싶은 저의 마음도 진심인걸요...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몇주전 카톡.. 낯익은 얼굴, 낯익은 이름으로 친구추천이 떠 있네요.

차단합니다.

 

그리고 오늘... 페이스북에 낯익은 이름으로 친구요청이 들어왔네요.

페북은 차단버튼이 없나봐요...?

"나중에 버튼을 누릅니다.



그리고 저는 또 몇시간째 기분이 안좋아요
.

 

연달아 두번의 연애를 실패하고 나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어둠이 없는 남자를 찾으려 했어요.

이게 정말 유일한 조건이었어요...

(징글징글하게 사랑했던 첫 남친도 결손가정,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진학 못하고..

신분상승의 길은 공무원밖에 없다고 생각한 두번째 남친도 결손가정에 고졸..)

 

그리고 그런 남자를 올해 2월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저를 좋아하지만 사랑하진 않는다고 하네요.



.. 그렇다면 우리는 인연이 아닌것이지요.

(그래놓고 팟은 하다니.. 너는 좀 못됐어...)



그의 전화번호 또한 영구삭제 되었습니다
...

 

 

언니... 연애라는 것이 참 어렵네요.

만약 제가 그들과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면

계속 친구처럼 연락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끝난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며 지낼 수 있나요?

저는 도저히 아닌데요..

 

그리고 그에게 연락이 오면

왜 끝까지 간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좋은 사람이었어..] 하는 기억으로


남았을 지도 모르는 인연인데..’

하는 자괴감과 자책에 빠지곤 해요...

 

그 상황에서는 그가 원하고 있었고,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이유로 제가 선택한 행동이었는데...

아.. 모르겠어요.


너무 마음이 안좋아요..


그 어리석은 선택과 행동을 반성할 뿐이에요..

 

스물아홉앓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서로가 서로의 삶에 긍정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러나 연애는 참 어렵고
...

한번 맺은 인연의 끝이 너무나도 깔끔하지 못하여,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무섭습니다...

나의 서른은 누구보다 빛날 줄 알았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 그래도 마음이 많이 편안해 진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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