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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쿠마의 포스
님아 | 2011.12.20 | 조회 6,962 | 추천 11 댓글 0


내 용돈은 내가 벌자.라는 생각으로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습니다.

많은 아르바이트 자리들이 있었지만..

학기 중에 무리해서 "그 호프집을 지원한 이유는..

 

당시 학교 근처에 있던 그 호프집은 분위기는 별로지만

안주가 싸고 서비스를 듬뿍줘 유난히 남자들끼리 오는 테이블이 많아서..

여알바생-남손님간의 번호교류의 장(?)으로 불렸었기 때문입니다요..ㅋㅋㅋ

 

망설일 것도 없이 사장님께 연락을 드려 면접시간을 잡았는데..

목소리가 사장님 보다는 무척 오빠스럽더군뇨!

 

그의 조곤조곤 공손공손 친절친절한 설명은,

더더욱 이 알바자리를 꿰차야겠다는 마음을 굳건히 해주셨습니다.

 

새 옷에 공들여 화장을 하고

훈남오빠 사장님을 떠올리며 가게로 들어섰는데...

성시경의 [잘자요]스럽던 상상 속의 그 훈남은 어디가고..

 

 

일본 드라마 '고쿠센'에 쿠마..

정말 딱 10년 늙은 쿠마가 웃으며 다가오더라구요..

 


 


 




 

29..(지금의 저랑 동갑이셨네요..)이라는데..

39살은 되어보이는 그.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면접보다는 취조받는 기분..

어쨌든.... 덜덜떨며 면접을 마친 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합격을 했고..

 

저는 제 일만 (주업무- 번호교환/부업무- 서빙)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에

부푼 마음을 안고 가게로 출근을 했어요.

 

그런데 출근을 해보니 테이블 10개도 안되는 작은 호프집

서빙 여학생이 3이나 되더라구요..;;

거기에 주방오빠힘쓰는 매니저는 따로 있고요..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저야 뭐 일 편하고 좋았죠.

 

그런데 저를 제외한 알바녀들은 사장님이 가까이 오기만 하면

괜히 테이블 닦으러 가고 기본안주 채워주러 바쁜 척 다니더라구요.

사장님이 얘기하면 눈도 잘 안마주치고.

 

이 가게에 뉴비였던 저는 인상 험해 홀대받는 쿠마 사장님이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서 얘기도 들어드리고 리액션도 쳐드렸습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대놓고 자기자랑하시고.. 쎈 척이 약간 심하셨지만.. .. ㅎㅎ

 

그러려니.. 걍 사장님이니까... 하고 들어드렸죠. 

 

그런데 이 사장님은 오랜만에 생긴 말동무가 심히 반가우셨나 봅니다...

 

다이어트 하느라 저녁을 안먹고 오는 절 위해..

친히 주방오빠를 시켜 제 밥상을 차리게 하시고..

그거 싫어서 저녁 먹었다고 거짓말 하면..

한참 바쁠 시간.. 10.. 막 이런 때에 굳이 야식을 해주십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같은 가게 안에 있으면서

"야식으로 뭐해줄까^^?"

"머리 묶으니까 또 새롭네 이쁘고 좋아.."

"봄이 되니까 나도 연애가 하고 싶은데, 너는^^?"과 같은

답하기도 부끄부끄한 문자폭탄을 날려주십니다..

 

행여라도 문자 확인안하고 있으면

"핸드폰같은거 터치 안하니까 마음껏 쓰고 봐도 돼^^

문자 온 것 같던데 확인해봐!!"

라고.. 제 옆에 와서 조근조근 싸인도 주십니다.




 

당시 꼬꼬마였던 저는, 이 분이 날 사랑하시나.. ?’, ‘어떻게 하지..?’

별의 별 생각을 다했고..

결국 같이 알바하던 언니에게 나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애..”라며 털어놓게 되었어요.

그러자 그 언니는


 

"그 사람 원래 그래. 나한테도 그랬고, 쟤한테도 그랬고, 신경쓰지마.ㅋㅋ"

라고 쿨하게 웃어주셨고..

 

알고보니 세명의 알바생에게 시간대별로 찝쩍찝쩍질을 하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어렸던 저는 사장님의 이런 과잉친절에 서서히 부담을 넘어 공포를 느끼게 되었고,

(21살에게.. 29살은 아..저씨였습니다. ...)

저는 이 알바자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만둘 똥 말 똥 갈등 때리고 있던 와중에,

제 마음을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하게 하는 한 남자사람이 한줄기 빛마냥

우리 가게를 방문해주신 것이 아입니꽈?

 

서빙을 하며 살짝쿵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에 복학하신 따끈따끈한 복학생옵하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테이블을 찜뽕하고.

그 테이블의 주문부터 안주까지 모두 제가 다 날랐습니다.

 

그 분을 보며 구두에 발이 아파와도 눈웃음 싱긋.

안주가 무거워도 조신조신.

맛있게 드세요~”도 잊지 않고 날려주었지요.

 

다행히도 그 오라비분 저와 눈이 몇 번 마주치더니

(제가 갈 때마다 그 분만 바라봤으니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를 보면 샤방 꽃 미소를 날려주시고

물이나 소주병 등을 다 받아주더라구요.

 

그리고 이를 눈치 챈 동지 오빠들은,

저와 그 오라비를 이어주기 위해 안주도 뫅뫅 폭풍흡입,

물과 술도 쭉쭉 들이켜주시며 저를 계속 테이블로 불러주었지요.

 

그리고 드디어 그 오라비가 물들고간 저에게 말을 합니다.

"남자 친구있으세요^^?"

 

하하하하하하호호호호호호호호호홓

드디어 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멘트~~~~~~~~~

 

"아니요.. 없어요^^ㅎㅎ"

라며 부끄부끄한 미소를 동반한 대답을 날려드렸습니다.

 

그러자 그 오라비의 주변 친구들은




~~~~~~~~~~~~~~~~~”



얼레리꼴레리성 환호를 터뜨리고 분위기를 부농빛으로 몰고가 주었습니다
.

이젠 번호교환의 순간만이 남은 거죠.

 

그런데.

뚜둥.

 

 

그 오라비를 포함한 주변 오빠들이 급 어두운 표정을 짓더라구요..

환호성도 갑자기 뚝 끊기구요...

 

'? 내가 남친없는데 왜? 잘된거 아니야? 뭐지.. 뭐야?'

 



 

뒤에서

"손님.. 저희 업소는 그런 곳 아닙니다.


저희 알바생한테 이러지 마시지요."

 

사장놈이 !!!!!

 

???뭐라고?? ??

 

제 뒤에는 검은 그림자의 쿠마군이 서계셨습니다. 두둥.








 


 



 

 

그 육중한 몸으로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이 곳까지 온 것이냐!!

그 오라비의 일행들은 쿠마의 포스에 압도된 것인지..

 

".. 그런게 아니라.. .. 죄송합니다." 라고 굽신 사과를.. ㅜㅜ

 

그리고 사장님은 저를 카운터로 떠밀떠밀..

 

저는 진짜 울고 싶었어요.

내가 뭣 때문에 여기서 일을 했는데!!!!!

오늘이 그 날인데!!!! 꾸웨웨웨웨웨-

 

 

그 다음부터 그 테이블에서 호출이 오면


쿠마가 직접 친절 방문해주셨고..

그 오빠야들은 결국 쿠마의 포스에 못 이겨

술이 한참이나 남았는데 일어나는 것입니다. ㅜㅜ

 

저는... 그 복돌이 오빠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쿠마가 주방에서 야식을 쳐묵쳐묵하고 있을 때

재빠르게 계산을 해주며

"죄송해요.. 정말.. 사장님이 좀 예민하셔서.."라는 사과를 전했고

그 오라비는

"..아니에요 오해했다면 죄송해요..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라는 달콤한 답변..

 

그래서 저는 당돌하게 "핸드폰 번호 좀 주시겠어요..?"라는 멘트를 날렸고

그 오라비의 전화번호를 획득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뒤로 문자질전화질을 시작한 저희는

밥질영화질을 하며 연인사이로 발전. -_-v

 

 

저는 이때 바로 알바를 때려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 보다 높은 시급..

빵빵한 인력으로 날로 먹는 이 황금 알바..

 

어흑 놓지 못해 그저 잡고 있었습니다...

화근이었죠.

 

 

복돌이 오라비에서 내님이 되신 그 분은

제가 알바 끝나는 시간에 맞춰 호프집으로 데릴러 왔고,

저는 알바가 끝난 후 그 오라비와 손잡고

기숙사까지 걸어가는 소소한 데이트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쿠마 사장놈이 저를 데려다 준다는 것입니다.

내 남친은 1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놈은 옷을 다 입고 차키를 빙빙돌리며 벌써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당황한 저는 엘리베이터를 타서 머뭇머뭇.

".. 사장님.. .. 괜찮은데.. 지금 남자친구가 1층에...."








[ !]










 


 

(말 끝나기도 전에, 에라이...)

 

문이 열리고, 그렇게 삼자대면을 합니다.

어흑.

서로를 알아본 쿠마와 남친은 빠직 -_-++

어색한 인사를 건네고.. 각자의 길을

 

 

 

갈 줄 알았는데, 이 쿠마님 굳이 기숙사까지 태워다 준다며,

자신의 차로 저와 제 남친을 인도하십니다.

 

거기에 또 넘치는 친절로 문을 열어주는데..

 

 

? 왜 조수석? 왜 네 옆자리?

 

 

저는 당황했고 사장님은 얼른타라며 저를 밀어 넣습니다.

뒷문을 열고 있던 제 남친은.. 어벙한 상태로 뒷 좌석에 앉고..

 

마치 아빠, 엄마, 아들 세 식구 휴가가는 구조

기숙사까지 침묵을 지키며 함께 타고 갔지요. ㅜㅜ

 

 

그 사건이 있은 후,

저는 알바생들의 흔한 핑계 - 집에 일이 있어서요..”

라고 말씀드리고 알바를 그만두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어야 했는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날.

저는 졸업반 뒷방 늙은이 신세에

훈훈한 복돌이 오빠와도 빠이빠이를 한 지 꽤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여느 때처럼 싸이월드 로그인을 했는데

일촌신청이 들어와있더라구요?

 

확인을 해보니 처음보는 이름인데.. 일촌명이 잘생긴 ***CEO”

 

***에는 제가 일했던 가게이름이 따악!!!!!!!!

 

호프집에도 CEO???

거기다 잘생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때 그 쿠마사장이었습니다.

 

저는 풋풋했던 기억들과 추억에 아련아련하여

일촌쯤이야 뭐..’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촌을 수락.

 

그래요.....

제 잘못이죠....

이런 게 업보란 것인가 봅니다.

 

그 때부터 그 분은 제 사진마다 덧글을 달아주시며 남친 역할을 해주셨고..

다이어리에 무슨 글만 올리면

본문보다 더 긴... 기승전결을 골고루 갖춘 문장도 달아주셨습니다.

 

제 지인들은 갑자기 화려하게 등장한 그에 대한 궁금증에

그 분의 미니홈피를 클릭하고, 그를 확인하게 됩니다.

 

메인에 자리잡은 더 늙은 쿠마.... ...

변한 건, 늘어난 주름뿐인 그였습니다.

쿠마의 사진.. 그것도 흑백에..

.. .. 빈티지 효과잔뜩 넣은 그런 사진이요..... ....

 

거기다 스킨은...... 빨강하트 분홍하트 하트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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