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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산악시인 조재형의 개골산 빙벽 등반기
마운틴코리아 | 2011.09.02 | 조회 12,312 | 추천 0 댓글 1







지난 1월 3일 한국등산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서울특별시산악연맹 소속

산악조난구조대원들이 금강산 비봉폭과 구룡폭 빙벽등반 초등 기록을 세운 것. 이들과

4박 5일 간의 등반 일정을 함께 한 조재형씨의 등반기를 싣는다.<편집자주>











금강봉래, 풍악. 개골(설봉), 금강산은 사계절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봉래산과 풍악산을 두 차례 다녀오면서 문필가들이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왜 그토록 예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애절한 단풍이나 암벽, 그리고 툭 터진 계곡 암반에 담겨 있는 물이 아름답고 황홀하긴 하지만 눈과 빙폭이 있는 개골산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금강산에 다녀온 여행사 직원에게 눈 소식을 묻곤 했었다.


눈 소식은 없고 한겨울로 접어들었다. 양력 설 휴일을 끼고 여행 계획을 하고 있던 중 서울 산악조난구조대가 금강산에서 1월 1일부터 4박 5일간 빙벽등반을 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장봉완 서울시연맹 전무이사와 김남일 구조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1월 2일 설봉호로 출발해서 3일 날 구조대와 합류하기로 했다.


1월 2일 14시 승선 절차를 마치고 설봉호에 올랐다. 설봉호는 공해상으로 12해리 나간 후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장전항으로 향했다. 갑판 위로 올라가 희미하게 보이는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니 감회가 깊다. 백두대간 설악산 구간을 종주할 때 진부령에서 북쪽으로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고성 통일전망대로 달려가서는 금강산 자락을 망원경으로 당겨보고 또 당겨보다 동전이 다 떨어졌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봉호는 북방한계선을 지나자 해안쪽으로 키를 잡아 5해리 선상에서 북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남쪽은 연안에 어망이 많아서 공해상으로 항해하고 북쪽은 어망이 없기 때문에 5해리 해역에서 항해가 가능하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북쪽의 성북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고 입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날은 금세 저물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온정각에 도착하자, 현대아산 산악조난구조대 박기성 반장이 북쪽에서 운영하는 금강원으로 안내했다. 금강원에서 저녁을 먹고 설봉호로 돌아왔다.


“목숨 걸고 그걸 왜 하느냐”


3일 아침 8시 30분에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자 북쪽 환경관리원은 우리의 복장을 보고 “빙판 오르려고 왔느냐”고 물었다. 빙판이 아니라 빙폭이라고 했더니 “빙판이나 빙폭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면서 “목숨을 걸고 그걸 왜 하느냐, 안사람이 말리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안사람은 말리다가 이제는 지쳐서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한다 했더니 “못 말리는 사람이군요” 하면서 웃었다.

















 


목란관을 지나 수림대를 오르고 금강문에 들어서면 옥류동이다. 설악산보다 확 트인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연주담. 세존봉에서 흘러내린 능선 중턱에 150미터 높이의 비봉폭포가 다 얼어 있었다. 서울 산악조난구조대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구룡대를 올라가 상팔담을 보고 오리라 마음먹었다.


상팔담은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담겨 있는 세 번째 담을 제외하고 전부 얼어 있었다. 원래 선녀와 나무꾼 전설은 한하계의 문주담인데 홍수 때 바위가 굴러 떨어져 못이 없어지자 전설을 상팔담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구룡대 탐승객들 사이로 낯익은 북쪽 여성 환경관리원이 보였다. “혹시 저를 알아 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잘 기억은 안나는데 낯익은 얼굴”이라고 한다. “관동별곡을 기억하시느냐”고 묻자 “국어 선생님하고 같이 오셨던 분이죠”하며 반갑게 맞아 준다.


“국어 선생님 잘 계시느냐”는 안부를 물으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다. 지난 여름 일행이었던 국어 선생님과 북쪽 환경관리원 K양은 산행 중에 관동별곡을 이야기하면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깊은 정이 들었다고 했다.


구조대가 연주담에 도착했다는 무전을 받고 비봉폭포로 내려와 합류했다. 구조대와 달리 우리는 빙벽 등반을 할 수 있는 일정이 하루 밖에 없기 때문에 비봉폭포와 구룡폭포를 다 등반하려면 완등은 할 수 없다. 절반 정도까지만 올라가기로 하고 구조대가 깔아놓은 픽스로프에 카라비너 통과로 등반을 시작했다.


강빙, 연빙, 고드름 고루 섞인 비봉폭포


한국 등산사를 통틀어서 비봉폭포 빙벽등반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단의 벽을 넘어 빙벽 앞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한데 등반을 할 수 있다니! 아이스 바일이 얼음에 꽂힐 때마다 비봉이 된 듯 날아 갈 것 같았다. 빙질은 햇빛이 들지 않는 아래쪽은 강빙, 햇빛이 드는 곳은 연빙이다. 층층이 암벽의 결을 타고 얼은 부분은 발디딤이 편하다. 중간 오버행에 고드름으로 형성된 빙벽은 강하게 얼지 않았고 고드름과 고드름사이는 푸석 얼음이다.













오후가 되면서 낙수가 있었고 프론트 포인팅을 할 때마다 낙빙이 심하게 발생했다. 강빙, 연빙, 고드름 등이 고루 섞여 있으니 등산학교 졸업 등반 빙벽으로서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빙벽 중간에서 고드름 부분 몇 발짝 오르는 것으로 만족하고 구룡폭포로 향했다.


구룡폭포 빙질도 강빙과 연빙이 섞여 있었으며 가뭄으로 수량이 부족했다. 겨울 날씨치고는 따뜻해서인지 좌측 벽 밑에서부터 10미터 가량은 강빙으로 된 직벽이고, 나머지 70미터는 돌개바람으로 형성된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턱이 낮은 버섯얼음으로 얼어 있다. 빙벽 하단부 중앙은 무너져내린 흔적이 있다. 얼음이 들떠 다시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구조대원들의 등반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좌측 직벽에서 시작해서 약20미터 가량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빙벽의 난이도는 날씨에 따라서 얼음의 질도 다르고 경사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해마다 변할 수 있다. 굳이 비교한다면 초등의 의미를 가미해서 춘천의 구곡폭포 정도다.


관폭정에서 북쪽 환경관리원이 떨면서 등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등반 욕심이 사라졌다. 산악조난구조대 김남일 대장도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철수하자고 했다. 급하게 배낭을 꾸리고 관폭정으로 건너와 빙벽을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저 빙벽을 넘고 분단의 벽을 넘어 비로봉을 오르고 대간을 따라 백두산을 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서울 산악조난구조대의 금강산 빙벽등반은 북쪽과 산악문화 교류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일반 산악인들도 금강산에서 빙벽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문화의 차이도 극복하게 될 것이며 통일의 날이 가까워지리라 믿어진다.


통일이 되면 저녁 식사 초대하기로


저녁을 먹기 위해 해금강호텔과 금강빌리지 사이에 개업한 횟집을 찾았다. 고기를 잡는 배는 남쪽에서 지원해주고 고기는 전량 북쪽 어부들이 잡는 남북 합작이다. 잡히는 종류에 따라 메뉴는 불규칙하다고 했다. 자연산이라서 그런지 회는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담백하고 맛이 그만이다.













4일 아침 온정각에서 서울 산악조난구조대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마지막 코스 만물상을 향해 온정령 굽이길을 돌아갔다. 온정령은 백 여섯 굽이 고갯길로 대형버스는 커브를 틀지 못해 운행을 하지 못할 정도로 급커브다.


일흔 일곱 굽이를 돌아 오르자 ‘만상정’ 앞 주차장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북쪽 환경관리원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금강산에 올 때마다 만났던 사람인데 남쪽에서 빙벽등반을 하려고 온다는 말을 듣고, 올 줄 알았다고 하면서 기다렸다고 한다.


지난 가을 만상정에서 코뮤니즘 등반 사진을 보여 주면서 암벽, 빙벽 등반에 대해서 말해 주었는데 그때 기억으로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인사말일지라도 북쪽 사람이 남쪽 사람을 좋게 기억하고 반갑게 맞이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같은 민족이면서 자유롭게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더욱 절절한 민족애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서로 다른 체제에 대한 이야기는 피해가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몇인지, 어디에 사는지, 통일이 되면 저녁식사를 초대하겠다는 말까지 하다보니 만물상 천선대에 올라갔던 탐승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등산을 못해서 어떻게 하냐고 미안한 표정을 짓는 환경관리원에게 “금강산의 꽃이 여기 있고, 통일의 문이 여기 있는데 여기보다 높은 정상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얼굴을 붉히는 북쪽 환경관리원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봄에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꼭 오라며 흔드는 손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육로를 통해 돌아오는 길은 동해북부선 철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북쪽 사람들이 빙벽 등반과 같은 산악활동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듯이 우리도 북쪽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이 와서 서로의 벽을 넘어 정서를 융합할 수 있다면 민족의 염원인 통일은 멀지 않을 것이다. 북쪽 사람들과 합동으로 비봉, 구룡빙폭 등반을 같이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글 사진|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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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 추천 0 | 09.03  
헐 보기만 해도 아찔해진다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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