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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 ||||||||
만병통치? 양파가 와인을 만났을 때 어푸 | 2019.07.19 | 조회 654 | 추천 2 댓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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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짙푸른 산들이 낮게 휘돌아 감싸 안은 들판. 그 앞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갯벌. 아련한 추억이 깃든 곳부터 지금은 사라진 포구까지 구불구불한 뱃길을 따라 그 옛날 기억이 천연덕스럽게 오갔다. 기억을 따라 걷다 보니 고랑을 따라 양파들이 줄지어 쌓인 밭이 나왔다. 양파를 다 캐 놓고도 팔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서울로 돌아오니 양파가 풍년이라 값이 떨어져 아예 수확조차 않는 농가가 많다는 뉴스가 나온다. 고향에서 보았던 양파밭이 떠올랐다. 여러모로 여운이 가시지 않은 오늘은 ‘희미한 옛 추억의 그림자’도 되새길 겸, 와인 담금주를 소개하겠다. 양파와 와인이 ‘콜라보’한 혼성주로, 일명 양파와인이다. 세상의 모든 술은 제조 방법에 따라 양조주(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눌 수 있다. 포도를 발효해 만든 와인은 양조주에 속한다. 양조주를 증류한 술도 있는데 코냑이나 아르마냑 같은 브랜디가 대표적이다. 한편, 양조주도 증류주도 아닌 술이 있다. 어쩌면 양조주라고 해도 되고 증류주라고 해도 될지도 모르겠다. 바로 혼성주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담금주라고 말하는 술이다. 혼성주는 양조주나 증류주를 베이스로 해 재료의 성분을 우려내는데, 인삼주나 매실주처럼 보통 재료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공부도 했겠다, 이제 양파와인을 만들어보자. 먼저, 레드 와인 한 병과 양파를 서너 개 준비한다. 와인에는 눈길만 주되 잔에 따르고자 하는 욕망을 최대한 억누른다. 그사이 껍질을 벗긴 양파를 4~6등분 한다. 담금주병에 양파를 넣고 와인을 과감하게 쏟아붓는다. 양파가 와인에 푹 잠길수록 좋다. 이때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은 양파 탓이지, 결코 와인을 외면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담금주병 뚜껑을 얼른 닫고 실온에서 보관하자. 와인이 양파 성분을 쪽 빨아내는 동안 직사광선을 피해야 한다. 너무 덥지 않은 그늘에 3~5일쯤 두면 양파와인이 만들어진다. 그럼 양파와인을 맛볼 차례. 5일쯤 굶주린 사람처럼 득달같이 달려들지는 말자. 와인을 맛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와인을 체에 걸러내야 한다. 거른 와인은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드디어 양파와인을 마실 수 있으나,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양파와인은 ‘약술’이다. 일반 와인 마시듯 연거푸 여러 잔을 마시면 안 된다. 하루에 작은 잔(50㎖)으로 한두 잔만 마시는 게 좋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양파와인은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고혈압, 심장병, 당뇨, 탈모, 비만, 이명, 시력장애 등 사람이 걸릴 수 있는 대부분의 질병에 효험이 있단다. 심지어 완경을 한 여성이 다시 월경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얘기도 있다.
이 정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었다. 2017년 소펙사 소믈리에 대회 어드바이저부문 우승자인 조인호씨는 현직 약사이자 와인 블로그(그랬지의 잠꼬대)를 운영한다. 약학과 와인을 두루 섭렵한 전문가다.
전문용어가 등장하니 마시기도 전에 취한 느낌이었지만, 양파와인을 꾸준히 마시면 건강에 득이 된다는 요지는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양파와인에 대해 이리저리 알아보는 사이, 시간은 고맙게 잘도 흘렀다. 5일 전 담근 양파와인 맛은 어떨까? 다들 예상했겠지만 양파향에 양파맛이 났다. 당도가 살짝 높아졌고, 산도는 낮아졌으며 타닌은 부드러워졌다. 코(Nose)뿐만 아니라 입(Palate) 안에서 느끼는 향의 강도와 맛의 여운(Finish)이 상당히 길었다. 맛을 보다 보니, 아뿔싸 필자는 세 잔을 넘겼다. 뭐, 그러면 어떠랴. 지금은 양파가 제철이고, 어떻게든 양파를 많이 소비해야 할 때가 아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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