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이 아이인 줄 알았으면, 잡아달라고 하지 말 걸 그랬네요 형사님…."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곳에서 1천만원을 훔친 절도범이 30일 광주 북구의 허름한 주택에서 붙잡혔다.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에 경찰서로 달려온 피해 업주는 눈앞에 앉아있는 범인 A(27)씨의 얼굴을 보고 "착한 놈인데, 어쩌다"를 되뇌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고, 친아버지마저 대책 없이 외국으로 떠나면서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랐다.
광주 북구 외곽의 허름한 주택에 세 들어 살던 중 지난해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겨진 A씨는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벌어 하루를 버티는 '하루살이' 인생을 살았다.
범행을 저지른 게임장도 아르바이트하며 거쳐 간 곳이었다.
A씨에게 내일이 없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막막한 삶 속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열심히 일하던 아르바이트 업체가 갑자기 폐업하게 된 것이다.
당장 일거리를 찾아야 했던 A씨는 온종일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일자리를 찾았다.
급한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상품권을 사들여 되파는 일로 푼돈을 만져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찾아왔다.
스마트폰 요금이 130여만원이나 청구된 것이다.
A씨에게는 100여만원은 억만금과 같은 큰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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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A씨는 지난 6~7월 일했던 게임장의 담을 넘었다.
20일 오전 3시 40분께 침입한 게임장 금고를 서랍에 있던 열쇠로 열고 현금 1천만원을 훔쳤다.
생활비가 급해 돈을 훔친 A씨는 추적에 나선 경찰에 사건 발생 10일 만에 검거됐다.
훔친 돈 중 770만원을 되돌려 받은 업주 B(61)씨는 "착하고 성실한 아이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냐"며 "이 돈이라도 되찾았으니, 불쌍한 이 아이를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A씨에게는 "네가 교도소를 갈지 선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벌을 받고 나오면 다시 나를 찾아오라"며 "밀린 휴대전화 요금은 내가 내줄 테니, 다시 세상에서 새 출발 하라"고 말하며 어깨를 다독였다.
B씨의 용서를 받은 A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었으나, 초범이고 도주 우려가 없는 데다 피해자의 선처 요청을 참고해 그를 석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남의 돈을 훔친 절도죄는 불구속 상태에서라도 처벌받아야 한다.
경찰은 A씨가 처벌받은 이후에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취업 교육 등 지원책도 찾아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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