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독도방어훈련에 25일 전격 돌입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지 사흘 만이다. 그간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미뤄왔던 이 훈련은 26일까지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의 잇단 무역보복에 대한 대응카드로 보이지만, 지금이 훈련의 적기인지 궁금하다. 24일 북한이 남한 전역이 사거리인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쏘는 등 미사일 도발을 계속 중이기 때문이다.
이 훈련은 정례적이다. 지난해까지 '독도방어훈련'에서 올해 '동해영토수호훈련'으로 새로 명명해 규모만 커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때가 때인 만큼 동북아 외교지형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 외무성이 즉각 훈련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건 상투적 반응이라고 치자. 무엇보다 한·미 간 신뢰에 금이 갈 가능성이 걱정스럽다. 문재인정부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일 GSOMIA 종료선언에 이어 한·미·일 삼각 안보공조를 허무는 선택을 한 격이라서다.
가뜩이나 북한 핵·미사일 협상은 제자리걸음인데 미·일과의 공조가 삐걱댄다면 큰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가 한·일 갈등을 극대화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북한의 핵 포기를 견인하려면 빈틈없는 한·미·일 공조로도 모자랄 판에 여기에서 이탈해 북·중·러로 기우는 듯한 신호를 줘선 곤란하다. 그렇게 해서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더욱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전통적 한·미 관계를 가벼이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판국에 우리가 한·미 동맹을 형해화하는 악수를 둔다면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자충수가 될 게 뻔하다. 비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난관에 빠진다는 뜻만이 아니다.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 관세장벽 등 각종 안보·통상 청구서들이 한꺼번에 밀려들 소지도 적지 않아서다. 이로 인한 비용과 피해, 즉 '코리아 리스크'는 고스란히 온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한·일 갈등의 불똥이 사활적 이해가 걸린 한·미 동맹으로 튀지 않도록 치밀하고도 거시적인 외교가 긴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