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녀 10명 중 9명 "명절 연휴 여성들에게 부담"
차례상 남녀 가사 분담 '여성 77.9% 남성 22.1%'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 직장인 서지희(36·여)씨는 추석 연휴가 마냥 반갑지는 않다. 모처럼 찾아온 연휴지만, 시댁에 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려온 것. 결혼 후 처음 맞은 명절 연휴 때는 “처음이니까 실수해도 괜찮다”며 감싸주던 시댁 식구들이 지난해부터는 “그것도 못 하냐”고 핀잔을 주기 시작하면서다. 전을 부치다, 설거지를 하다, 상을 차리다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괜히 주변 눈치만 살피던 기억이 떠올라 서씨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는 것이 영 달갑지 않았다.
한가위만 같아라.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웃고 떠드는 추석 연휴에도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며느리들이다.
이들은 한 쪽에서는 명절 음식을 장만하느라 몸이 고되고, 다른 쪽에서는 시댁 식구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실제로 명절은 여성들에게 가사 등 스트레스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 거주자 만 19세에서 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명절 인식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명절 차례를 지낼 때 남녀의 가사 분담 비중은 여성(77.9%)이 남성(22.1%)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명절이 여성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주는 날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8.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1170명을 대상으로 명절 성차별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남녀 모두 ‘명절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53.3%)을 1위로 꼽았다. 여성들만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이 비율이 57.1%로 더 높았다.
이에 따라 명절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쏟아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명절 의미도 퇴색되고, 스트레스가 극심한 만큼 명절 연휴를 줄이거나 없애자는 취지에서다.
한 청원자는 "명절을 없애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명절 폐지를 요청했다.
청원자는 "명절에 여자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고통을 받는다"라며 "김씨 성을 가진 조상들을 챙기는데 정작 김씨 남자들은 일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