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과학자들 ‘눈길’ / 기후 온난화로 ‘만년설’ 위태 / 자발적으로 현장 연구 나서 / 잦은 정전·연료 부족 등 열악 / “빙하 사라져도 현장 지킬 것” “만약 우리가 떠나면 ‘빙하의 최후’를 놓칠 테니까요.”
극심한 경제난과 폭력 사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 최소 400만명 이상이 떠난 베네수엘라에 끝까지 남기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십년 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안데스 빙하를 지키는 연구자들이다. 이들은 반드시 현장에서 기후변화의 현실을 목도하겠다고 다짐했다. | 베네수엘라 과학자들이 지난 2월19일(현지시간) 안데스 산악지역 메리다에서 채취한 식물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안데스 산악 고지대에 나타나는 독특한 생태계인 ‘파라모’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연구하고 있다. 메리다=AP연합뉴스 |
안데스 산악지역 메리다에서 빙하를 연구하는 안데스대 과학자들의 상황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AP통신은 보도했다. 실험 샘플을 보관하는 냉장고는 잦은 정전에 꺼지기 일쑤고 연료도 부족한 상황이며 종이가 귀해 연구 자료를 기록한 문서도 재사용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연구팀 일원인 물리학자 알레한드라 멜포는 “매주 사람들이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는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의 최후는 반드시 기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빙하는 극지방에 있지만 중남미 안데스산맥 고지대처럼 일부 열대지방에도 고도가 높은 산악 지역에 빙하가 존재한다. 빙하 연구자들에게는 귀한 자료다. 고지대의 경우 저지대보다 기후 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안데스 빙하가 20년 내에 완전히 녹아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데스대 산악생태학자 루이스 다니엘 얌비는 “우리 대학이 있는 메리다는 오랜 기간 ‘만년설의 도시’라고 불렸었다”면서 “우리는 이게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발견했고, 이것은 세계가 기후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빙하가 다 녹아버린 후에도 이들은 떠날 생각이 없다. 빙하가 사라진 자리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관찰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안데스 산악 고지대에 나타나는 독특한 생태계인 ‘파라모’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도 주목하고 있다. 파라모 연구는 빙하가 녹은 후 새로운 토양이 형성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빙하보다 낮은 지역에서 서식하던 동식물이 더 높은 곳에서도 살수 있을지, 이 동식물들이 온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등을 포함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편 이날 ANSA통신에 따르면 서유럽 최고봉인 몽블랑을 덮은 빙하가 기후변화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몽블랑의 이탈리아쪽 지역을 관할하는 북서부 발레다오스타주 정부는 프랑스와의 국경 부근 그랑드조라스산을 덮은 25만㎥ 규모의 빙하가 일부 붕괴할 수 있다고 보고 주변 고속도로를 폐쇄하는 등 조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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