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면서 '확진자 개인 정보'를 가장한 지라시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카카오톡 등 SNS를 중심으로 A기업 소속 코로나19 확진자 관계도라며 지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해당 관계도에는 '확진자'라는 한 남성의 사진과 한글·영문 이름이 적혔다. 지라시에는 이 남성의 '사내 비밀연애' 파트너라는 여성의 사진과 실명도 포함됐다. 또 그와 함께 '게이 클럽(관계도에 적힌 표현)'에 갔다는 또 다른 확진자 남성의 신상도 지라시에 적혔다.
 
A기업의 홍보를 맡은 대행사 측은 "해당 관계도에 등장한 인물이 직원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지라시에 언급된 직원들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것이 입장"이라고 밝혔다.
 
12일부터는 대기업인 B기업 직원에 대한 지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지라시에는 "B기업의 비서 2명이 5월 1일과 4일, 5일에 이태원 와인바와 클럽을 다녀와 오늘 아침에 자진신고하고 격리됐다. 이 때문에 이들이 수행하는 팀장들도 자택 격리 중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외모 품평도 서슴지 않았다. "확진자의 외모를 본 남직원들 사이에서 용서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내용이 지라시에 포함됐다. 확진자로 지목된 인물의 SNS 계정과 증명사진까지 함께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B기업 측은 "해당 지라시 관련 문의를 많이 받고 있지만, 기업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임원급도 아닌 일반 직원들의 개인적인 상황까지 파악하고 있지는 못한다"며 "다만 방역면에 있어서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지라시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소지가 크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법무법인 공간 김한규 변호사는 "정부에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배부하는 동선도 아니고, 사생활이 노골적으로 공개된 지라시라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건 전염병 예방 기능도 없는 신상털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SNS를 통해 지라시를 전파할 경우 일반 명예훼손보다도 형량이 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전파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법원에서도 죄질이 나쁘다고 파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라시에 내용이 허위라고 해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법무법인 서상 박준용 변호사는 "확진자라는 소문 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지라시 내용이 허위일 경우 처벌 강도가 더 셀 수 있다"고 말했다.
 
지라시 자체가 가상인물을 등장시켜 완전히 지어낸 '소설'이라면 이를 유포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보는 당사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지라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가 없는 데다, 정부에서 공개한 내용 이상의 사생활을 공유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으니 지라시 공유를 자제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