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인국공'사태에 부글
"노력한 사람들 자리 뺐는게 평등인가"
2012년 9월 2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컵밥 포장마차에서 고시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DB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2일 승객과 수하물을 검색하는 협력업체 보안검색 요원 1900명을 공사의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청년 세대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기업 공채가 줄고 취업 문턱이 높아진 상황이라 20~30대 취업 준비생의 박탈감이 크다. 젊은 층이 ‘계층이동 사다리’로 인식하던 ‘좋은 일자리’가 노력 여하에 관계없이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23일 오후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모습. /남지현 기자
23일 오후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방침은 역(逆)차별”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높은 연봉에 고용안정성이 보장돼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20년 공기업 신입사원 연봉 순위’에서 인천공항공사는 4589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2020년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순위에서도 인천공항공사가 18.4%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인천공항공사의 지난해 일반직(5급) 신입직원 공채에는 35명 선발에 5469명이 몰려 1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취업 준비생 사이에선 “서류전형 통과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형은 서류, 필기, AI면접, 1차 면접(영어), 2차 면접(논술·주제발표), 신체검사 등 6단계로 이뤄진다. 공익어학성적도 필수다. 연세대 졸업생 A(여·27)씨는 지난 5월 인천공항공사 인턴직에 지원했다가 서류탈락했다. 그는 “토익 점수가 900점대 중반이라 탈락한 것 같다”며 “인턴되기도 바늘구멍인데 정규직되려면 토익은 만점, 자기소개서에 스펙도 빵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재학생 B(여·24)씨는 “인천공항공사는 근무지도 수도권인 데다 성차별적 꼰대 문화도 덜해서 여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직장”이라며 “한 학교에 몇 명 들어가기도 어려운 곳인데 정부의 선심성 공약으로 정규직 전환된다는 게 굉장히 불쾌하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각 대학교 커뮤니티, 취업 정보 카페 등 20·30대가 즐겨찾는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젊은 층 사이에선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라는 말도 생겨났다. 2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다니,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게 평등입니까?”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하루만에 7만여명이 동의했다.
문 대통령이 2012년 9월 노량진에서 고시생들이 즐겨 먹는 ‘컵밥’을 먹은 사진도 인터넷에서 회자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게 “공무원도 많이 뽑고 시험 횟수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인국공 사태 이후 다시 화제가 된 이 사진에는 “공무원 많이 뽑는다더니 이런 방식이었냐” “일자리를 늘려야지 인건비를 늘렸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285만명이 가입한 취업 카페 ‘독취사’에는 “인국공 사태는 참담하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2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는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이해하지만, 최소한의 면접과 시험도 없이 일괄 정규직화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고,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무기력하다” “노력한 자들이 오히려 차별받는 거지 같은 상황”이라며 실망과 분노에 빠진 젊은 층이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특히 정부·여당이 ‘기계적 평등’을 주장하면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를 무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엘리트의 밥그릇을 빼앗아 이득을 다수에게 나눠준 뒤 대중의 지지를 얻는게 정부의 전략(연세대 커뮤니티)” “단순 노동 인력과 대졸 공채 사무직이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게 어떻게 ‘평등’일 수가 있느냐(서울대 커뮤니티)”는 것이다. 젊은 층의 신분 상승 기회가 박탈되면서 “집에 돈은 많고 공부는 안했던 사람이 제일 살기 좋은 나라가 됐다”는 조소도 나왔다.
공시생 회원이 수십만명 가입한 인터넷 카페 ‘공취사’ 등 다수 커뮤니티에는 ‘엽관제(선거에 이긴 정당 출신들이 공직을 독차지하는 제도)로 회귀했다’ ‘그저 운과 시기를 잘 타야 취업되는 이 나라 현실’ ‘이럴거면 문 대통령은 노량진에 와서 컵밥은 왜 먹었나’ ‘이게 나라냐’는 글이 올라왔다.
[박상현 기자] [원우식 기자] [남지현 기자]
"노력한 사람들 자리 뺐는게 평등인가"
2012년 9월 2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컵밥 포장마차에서 고시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DB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2일 승객과 수하물을 검색하는 협력업체 보안검색 요원 1900명을 공사의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청년 세대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기업 공채가 줄고 취업 문턱이 높아진 상황이라 20~30대 취업 준비생의 박탈감이 크다. 젊은 층이 ‘계층이동 사다리’로 인식하던 ‘좋은 일자리’가 노력 여하에 관계없이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23일 오후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모습. /남지현 기자
23일 오후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방침은 역(逆)차별”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높은 연봉에 고용안정성이 보장돼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20년 공기업 신입사원 연봉 순위’에서 인천공항공사는 4589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2020년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순위에서도 인천공항공사가 18.4%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인천공항공사의 지난해 일반직(5급) 신입직원 공채에는 35명 선발에 5469명이 몰려 1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취업 준비생 사이에선 “서류전형 통과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형은 서류, 필기, AI면접, 1차 면접(영어), 2차 면접(논술·주제발표), 신체검사 등 6단계로 이뤄진다. 공익어학성적도 필수다. 연세대 졸업생 A(여·27)씨는 지난 5월 인천공항공사 인턴직에 지원했다가 서류탈락했다. 그는 “토익 점수가 900점대 중반이라 탈락한 것 같다”며 “인턴되기도 바늘구멍인데 정규직되려면 토익은 만점, 자기소개서에 스펙도 빵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재학생 B(여·24)씨는 “인천공항공사는 근무지도 수도권인 데다 성차별적 꼰대 문화도 덜해서 여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직장”이라며 “한 학교에 몇 명 들어가기도 어려운 곳인데 정부의 선심성 공약으로 정규직 전환된다는 게 굉장히 불쾌하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각 대학교 커뮤니티, 취업 정보 카페 등 20·30대가 즐겨찾는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젊은 층 사이에선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라는 말도 생겨났다. 2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다니,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게 평등입니까?”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하루만에 7만여명이 동의했다.
문 대통령이 2012년 9월 노량진에서 고시생들이 즐겨 먹는 ‘컵밥’을 먹은 사진도 인터넷에서 회자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게 “공무원도 많이 뽑고 시험 횟수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인국공 사태 이후 다시 화제가 된 이 사진에는 “공무원 많이 뽑는다더니 이런 방식이었냐” “일자리를 늘려야지 인건비를 늘렸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285만명이 가입한 취업 카페 ‘독취사’에는 “인국공 사태는 참담하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2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는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이해하지만, 최소한의 면접과 시험도 없이 일괄 정규직화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고,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무기력하다” “노력한 자들이 오히려 차별받는 거지 같은 상황”이라며 실망과 분노에 빠진 젊은 층이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특히 정부·여당이 ‘기계적 평등’을 주장하면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를 무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엘리트의 밥그릇을 빼앗아 이득을 다수에게 나눠준 뒤 대중의 지지를 얻는게 정부의 전략(연세대 커뮤니티)” “단순 노동 인력과 대졸 공채 사무직이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게 어떻게 ‘평등’일 수가 있느냐(서울대 커뮤니티)”는 것이다. 젊은 층의 신분 상승 기회가 박탈되면서 “집에 돈은 많고 공부는 안했던 사람이 제일 살기 좋은 나라가 됐다”는 조소도 나왔다.
공시생 회원이 수십만명 가입한 인터넷 카페 ‘공취사’ 등 다수 커뮤니티에는 ‘엽관제(선거에 이긴 정당 출신들이 공직을 독차지하는 제도)로 회귀했다’ ‘그저 운과 시기를 잘 타야 취업되는 이 나라 현실’ ‘이럴거면 문 대통령은 노량진에 와서 컵밥은 왜 먹었나’ ‘이게 나라냐’는 글이 올라왔다.
[박상현 기자] [원우식 기자] [남지현 기자]
역차별 아닐까요? 안타깝네요, 정책에 따라서 좌우지 되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