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동영상 포인트
공지 [필독]회원등급 확인 및 기준, 등급조정 신청 방법 안..
핫이슈
마지막 여관 / 김행숙
영원한별빛 | 2020.08.06 | 조회 772 | 추천 0 댓글 1

마지막 여관

 

 김행숙


 

조금 전에 키를 반납하고 떠나는 손님을 봤는데 분명히, 당신은 그 손님과 짧은 작별인사까지 나눴는데

 

당신은 빈방이 없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더 이상 빈방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말은 이상하게 들립니다. 당신은 기껏해야 작은 여관의 문지기일 뿐인데, 세계의 주인장처럼 당신의 말은 몇 겹의 메아리를 두르고 파문처럼 퍼져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동심원 가운데 서 있으면 나도 나를 쫓아낼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한겨울 산속에서 길을 잃은 나무꾼 이야기 같은 게 자꾸 생각나고,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인데, 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까? 왜 그런 이야기만 기억날까? 왜 그런 이야기에 도시빈민 출신의 내가 나오는 것일까?

 

깊은 산속에서 나는 간신히 여관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여관도 쓰러질 것 같고, 나도 쓰러질 것 같지만, 이런 산속에 여관이 있다니,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여관은 귀신의 집이었습니다. 산 사람은 손님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나는 숨을 쉬지 않고도 말할 수 있어요. 실로 나는 산 사람이 아니요, 유령 같은 존재올시다.

 

죽은 사람 흉내 내는 것들은 이제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당신이 치를 떨었습니다. 당신의 말은 이상하게 들립니다. 두 번 다시 시체 따위 치우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내가 잠들면 죽게 돼 있다고 마치 당신은 나의 운명을 일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잠만 자겠습니다. 나는 시퍼런 입술을 벌렸지만, 내게도 얼음 같은 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시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0
추천

반대
0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댓글쓰기
최신순 추천순
swwet | 추천 0 | 08.07  
굿굿
0    0
오직, 바람 / 김 산 (0)
영원한별빛 | 조회 665 | 추천 0 | 08.06
코코뱅 (2)
swwet | 조회 810 | 추천 1 | 08.06
비오다 영어로 (2)
swwet | 조회 765 | 추천 1 | 08.06
코로나바이러스 현제상황 (1)
영원한별빛 | 조회 721 | 추천 0 | 08.06
호떡집에 불난 것 같다 (2)
swwet | 조회 791 | 추천 1 | 08.06
레바논 당국, "폭발참사 이스라엘 배.. (1)
영원한별빛 | 조회 784 | 추천 0 | 08.06
호떡 (2)
swwet | 조회 804 | 추천 1 | 08.06
바게트 (2)
swwet | 조회 889 | 추천 1 | 08.06
흑맥주 (2)
happykingdoom1004 | 조회 806 | 추천 1 | 08.06
트라우마 (2)
happykingdoom1004 | 조회 642 | 추천 1 | 08.06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1)
happykingdoom1004 | 조회 640 | 추천 1 | 08.06
개떡 (1)
swwet | 조회 592 | 추천 1 | 08.05
수수부꾸미 (1)
swwet | 조회 621 | 추천 1 | 08.05
올챙이 국수 (1)
swwet | 조회 567 | 추천 1 | 08.05
막국수 (1)
swwet | 조회 565 | 추천 1 | 08.05
칼국수 (1)
swwet | 조회 548 | 추천 1 | 08.05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영어로 (1)
happykingdoom1004 | 조회 539 | 추천 1 | 08.05
금강산도 식후경 영어로 (1)
happykingdoom1004 | 조회 664 | 추천 1 | 08.05
산의 장어 (1)
happykingdoom1004 | 조회 587 | 추천 1 | 08.05
한산 모시 (1)
happykingdoom1004 | 조회 607 | 추천 1 | 08.05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