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가 토, 일요일 옴팡지게 겹쳐 시골에 허겁지겁 다녀 오는데 올인했던 지라 쉬었다는 느낌이 전혀 남아있질 않았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작정하고 쉬어보리라 마음먹고 놀고 있던 친구 한 넘을 꼬셔 무작정 목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용산역.. 추석에 시골 내려갈 땐 무슨 피난가는 것처럼 사람이 미어터지더니 오늘은 무척 한산하다. 속으로 주 5일 근무제가 아니라 주말만 근무제가 하루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생각이 200g 정도 무게를 더했다 -_-
ㅋㅋㅋ 드디어 나를 자유의 나라로 인도해 줄 케이퉥스 도착~ 항상 시골집 다녀올 때만 타던거라 양 손에 항상 각종 지역 특산품(-_-)이 들려있었는데 맨몸으로 기차에 올라보니 홀가분하기가 정말 서울역에 그지없다;;;; 작년 여름 가방에서 청국장이 샜을 때 당했던 설움이 비로소 가시는 순간이다. ㅜ.ㅠ
창가 자리라서 좋아라 했더니 창과 창 사이에 끼인 자리였다. 재수가 존내 없기도 하지... -_- 그래도 손에 든 카메라가 부끄럽지 않게 인증샷 쎄워본다.
열차를 타면 당연히! 당연히~!! 먹어줘야 하는 찐계란!! 오늘도 일말의 머뭇거림없이 사 제꼈다. 언제부턴가 찐계란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소금맛 계란. 말그대로 계란이 계란 자체로 짜다. -ㅠ-;; 도대체 계란에 어떻게 소금을 넣었을까, 이 계란을 삶지 않고 그대로 부화시키면 소금맛 치킨이 되지 않을까 하고 친구녀석과 조난 심층분석해 보았으나 결국 닭대가리 두 개에서는 나올 수 있는 생각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만 체감했다.-┏;;
영양가 없는 뻘담만 처주거니 처받거니 하다보니 창밖풍경이 어느새 바뀌어 있다. 이제사 여행 떠나온 삘이 난다. ^0^ 가만...근데 추석도 지났는데 이 퍼런 논밭은 뭐지? 원래 이맘 때는 황금빛 어쩌구 해야 하는 거 아냐?
찐계란을 혼자 5개나 쳐드신 친구분은 지루한지 슬슬 처자실 준비를 하신다.....
그렇게 세 시간 반만에 목포역에 도착.
만면에 화색을 띤 친구넘...저넘 뱃속에 닭알 5개가 곱게 발효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슬슬 경계심이 생겼다.. 이따 방구만 뀌어바라...-┏+
역전 번화가 풍경....사실 이런 것에는 관심없다. 우리의 관심은...오직 하나.. . . . . .
. .
바 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남자의 로망을 가슴에 담아보자는 웅대한 꿈을 품고 온 목포 아니던가!!
원래는 배 하나 빌려타고 목포 앞바다를 일주하며 취췻~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녀~!라는 차인표 횽아의 명대사라도 흉내내볼 참이었지만..(어허~! 로망이라니까!) . . . . . . . . . . .
어디서 대나무 막대기를 구해온 이넘은 웬지 다른 속셈이 있는 듯 하다.....-_-
수소문끝에 빌릴 수 있었던 작은 쪽배 한 척....
아니나 다를까! 녀석...뭔가를 만들고 있다...
내 친구지만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넘이다....떡밥도, 미끼도 없이 낚시바늘만 꽂고 난데없이 낚시질이라니~!!! 난 차인표를 생각했는데 이넘은 바다를 보며 순간 강태공을 떠올렸나보다. 존내 낭만적인 샛퀴....... 뭐라 타일러보고 싶었지만 배에 탄 이상 배의 무게 중심이 놈의 엉덩이 두 짝에 맡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냥 바라만 볼 뿐이었다...ㅜ.ㅠ
녀석은 그렇게...
노래도 부르다...
졸다가....
그러면서 나름대로 세월을 낚고 있었다.. -ㅅ-
>
갑자기 움찔하는 녀석.
뭐, 뭐라도 걸린게야?! 설마?
우오오...과내 맥주마시기 대회 우승이래로 니가 정녕 뭔가를 해내려는 게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아놔....ㅅㅂ 나도 모르게 슬램덩크 서태웅의 대사가 튀어 나왔다..
아까웠다...너로서는...
그뒤로 또 한참...
노래도 부르다...
졸다가...
. . . . . . . . . . .
이때까지는 모든 것이 조난 평화스러웠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 . . . . . . . . . . . . . . . .
다시 움찔~!!!
벌떡 일어나는 녀석의 동작에서 이번엔 뭔가 다른 시추에이션임을 직감했다...
이윽고 배 밑쪽에 무언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쀍~!!!!!!!!!!
오..오징어? 가오리?
아니 그것보다....
어쩌다 대나무 낚시에 이딴 게 걸린거지!!!!!!???????
놈이 무거워서 수면위로 끌어 올리지 못하자 배 주인 아저씨가 갈고리로 찍어서 건져올려주신다.
어이구, 이놈 홍어 아니어라~!
호..홍어? 삭혀서 돼지고기랑 김치랑 싸서 동동주랑 조난 먹는...확 올라오는 아스트랄한 맛으로 먹는다는 그 홍어? 이윽고 배 위로 건져 올려진 넘의 자태는....
스텔스 전투기가 생물로 화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_-;;;;;;;;;;;;;;
그렇다....
일주일 이상 곱게 삭은 뒤 어르신들 술상에 올라가 있어야할 홍어가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이다!!! 첫날밤
새색시마냥 다소곳하게 널부러져 있는 홍어를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친구녀석 홍어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한마디 한다.
이넘 배에 뭐가 짚이는데?
정말로, 홍어 배 언저리에 무언가 이물감 느껴지는 것이 만져지고 있었다.
점입가경, 설상가상이란 말이 이럴 때 쓰는 것이던가........;;;
*이시점부터 X파일의 테마음악을 각자 mp3로 깔아주면 대략 좆타.*
갑자기 친구넘 무언가 결심한 듯, 평소 소지하고 다니던 나이프를 꺼내더니 거침없이 홍어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바다도... 인표횽의 로망도... 강태공의 낭만도...
그런거 없거든? ㅗ-_-ㅗ 이 돼버리고 망망대해위에 처참한 도륙 행위가 벌어지기 시작한 시작했다...!
그러나 놀라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헑~!! 뭔가 있다....!
그랬다...정말 홍어 뱃속에는 인간세계의 그 무언가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이거보다는 덜 황당하겠다...
내장과 함께 쏟아져나온 내용물들...우리의 인상은 해괴함과 쇼킹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지만 홍어놈은 뭔 일 있냐는 듯...변함없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대략 드러난 내용물은 소주병;;;이 보이고....또 웬 책이 -_- 구겨져 들어가 있고...
또...디카처럼 생긴게... . . . .
끄집어내보기로 했다.
액정이랑 버튼이 이리저리 달린거 보니 디카맞다. 새거 같아 보였는데 첨보는 물건이었다. 나도 그래도 디씨께나 들락거린다고 생각했는데...-_-;;;
이리저리 돌려보니 모델명이 보인다. 잘 모르는 거니까 패스! 디씨 장터란에서 팔기도 어렵겠다.
비린내나 어떻게 해보면.....-_-;;
일단 카메라는 챙겨보기로 하고 내용물 적출 작업은 계속 됐다.
책....
누렇게 뜬 것이 곰팡내 풀풀나는 조선시대 책 같았다. 최신디카와 옛날책의 공존이라...헐헐;;; 이미 이 바다 위의 쪽배는 세상과 동떨어져 다른 차원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제목은,....그래도 옛날 책이라고 한자다. ㅅㅂ ...찬~찬히 훑어보니...... 구하고 두자 밖에 모르겠다.;;; 역시 잘 모르겠다. 패스!
그리고 담배까지...소주하고 세트로 나오니 홍어만 알아서 삭아주면 술판 벌여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담배는 잘 못 보던 넘이다. 피워 볼까 생각했다가 꾹 참았다.
그래...이미 상황에 재미들리기 시작했다...-_-;
나올 게 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뭔가가 또 얼핏 눈에 띈다... 그놈 참...많이도 처먹었네;
조심스레 꺼내어 살펴본 것은...다름아닌....
-_-;;;;;
홍어에게도 나름대로 가족 계획이 필요하다는거냐...-_-;;;;;;;;;;;;;;;;; 그...그것도 베네통!
암튼 꺼내놓은 것을 모아보니...
대략 이정도다. 전혀 연관성 없어보이는 물건들이 한자리에...그것도 바다생물의 뱃속에 모여 계모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홍어넘은 이것들을 어디서 글케 주워 삼킨걸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여기까지 읽어보고 구라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조용히 익스플로러 꺼라.
졸지에 내장이 잘 손질된 홍어는 배 주인 아저씨 술안주용으로 잘 포장했다...아마 지금쯤이면 쾡~ 한 암모니아 냄새와 함께 잘 숙성되고 있을거다...
그나저나 무언가 비밀을 말하려는 듯한 저 홍어놈의 표정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로망을 외치며 떠났던 바다여행은 그야말로 미슷헤리물의 줄거리가 되어버렸다.... 평소 미슷헤리갤에서 즐겨 놀았지만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다. 도대체 왜 여자는 들어있지 않은 거냐? -_-;
기세좋게 홍어배를 갈랐던 친구녀석도 할말을 잃은 채 망연자실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손에는 소주병과 카메라를 답은 비닐 봉다리를 손에 꼭~ 쥔 채...
나중에 물어보니 아무래도 자기가 잡은 홍어를 다른 사람 주기가 못내 아쉬워 살짝 삐져있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_-;;;
마치 한편의 낚시글과도 같았던 목포의 추억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카메라는 집에 가져와서 물에 행구고 말려보고 탈취제도 뿌려보았지만 결국 살리지도, 비린내 제거도 하지 못했다. 커허헉.
세상 많고많은 개뻥같은 일이 내게도 불현듯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대로 한동안 안주거리로 올려놓을 수 있을 만한 에피소드였지만....
웬지 앞으로 홍어는 절대 못먹을 것 같다..ㅠ.ㅠ;;;;;;;;;;;;;;;;
혹시 신구 용왕님은 그 홍어의 정체를 알고 있지 않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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