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있어서 유머란 무엇일까요? 자료를 찾아보니 ‘유머가 판매 증대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유머 광고로 인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율’과 같은 제목의 논문자료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학술자료보다 어느 미국 코미디언의 고백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미국의 코미디언 제리 사인필드는 “나는 가끔 아버지가 물건을 팔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구경하곤 했다. 아버지가 웃기면 사람들은 반드시 아버지한테서 물건을 사곤 했다. 사람들을 웃기면 웃기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제리 사인필드는 유머가 돈을 벌게 해준다는 것을 세일즈맨인 아버지로부터 배웠고, 결국 엄청난 돈을 버는 코미디언이 됐습니다.
코미디언이 돈을 버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머 광고는 돈을 벌게 해줍니다. 수천 년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웃음은 언제나 돈을 벌어다 줍니다. 특히 세상이 어지러워질수록, 경제가 어려울수록 유머 광고는 빛을 발하고, 제품과 기업에 좋은 이미지를 만들며 궁극적으로 돈을 벌어다 줍니다.
유머 광고의 방법은 굉장히 많지만 광고에서는 대표적으로 반전, 성, 과장이 주류를 이룹니다. 이 세 가지 코드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소비자의 폭소를 불러일으키기 가장 쉽다고 검증된 방법이기도 합니다. 특히 TV광고에서는 처음에는 평범한 스토리의 흐름을 타고 가다가 마지막에 전혀 예상치 않았던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 내어 소비자의 웃음과 제품의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TV광고에 비해 인쇄광고의 유머는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한 장의 지면에는 스토리나 과장을 넣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광고 지면 하나에 웃음을 넣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제품 소개하기도 바쁜데 거기에다 웃음까지 넣으라니 유머 광고를 보는 사람은 즐겁지만 유머 광고를 만드는 광고인은 언제나 울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역시 불가능이란 없고, 걱정을 떨쳐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광고를 만들다보면 유머 광고의 아이디어가 번뜩이기 마련입니다.
다음은 보다보면 저절로 낄낄대게 되는 우수한 유머광고들입니다. 우수한 유머 광고에는 웃음에 제품의 특징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냥 웃기기만 한 광고는 정말 웃긴 광고밖에 되지 않습니다. 웃음에만 신경 쓰다가 제품을 전혀 알리지 못하면 그건 웃기지도 않은 일입니다. 실컷 웃다가 그 웃음 언저리에 제품이 남는 유머 광고, 그게 진짜 유머 광고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아래의 광고들을 감상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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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용 소화제 [그림1]
한 장의 그림에 스토리를 담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카피 한 줄 없이 스토리를 넣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다음의 소화제 광고는 카피 한 줄 없이 스토리와 유머를 모두 녹여버린 좋은 광고입니다.
꼬마 인디언이 사냥을 나가서 곰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곰을 향해 화살을 쐈지만 곰의 엉덩이에 가벼운 부상만 입혀 오히려 화만 돋웠네요. 화가 난 곰은 화살을 쏜 사람을 찾았고 놀란 꼬마 인디언은 증거인멸을 위해 활을 꿀꺽 삼키고 맙니다. 생명은 가까스로 구했지만 꿀꺽 삼킨 활이 뱃속에 있으니 이를 어쩔까나? 하지만 걱정 마세요. 뭐든지 소화시킬 수 있는 소화제가 있으니까요. 귀여운 캐릭터 일러스트와 멋진 스토리, 그리고 과장의 유머가 이루어져 깐느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멋진 광고 작품입니다.
[그림2]
[그림3]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이 상황을 어찌할꼬? [그림2,3]
어느 디지털 카메라 회사에서 자동으로 웃는 얼굴을 캡처하는 기능을 가진 카메라를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를 사용하고 보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연출되네요.
[그림2]는 모두가 엄숙해야할 장례식입니다. 이 상황을 카메라로 찍기도 미안한데, ‘어렵쇼?’ 자동으로 스마일 캡처 기능이 작동하네요. 장례식에서 웃고 있는 이 여인의 사연은 무엇일까요? 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찌해야 하나요?
[그림3]은 공항에서 이별하는 커플입니다. 카메라에 담긴 여인의 얼굴에 아주 엷은 미소가 있네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이 상황, 우리는 이런 상황의 웃음을 ‘꼼짝마 유머’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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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내 여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림4]
처음에는 무슨 광고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다가 내용을 알고 나서 소위 ‘빵’ 터져버린 광고입니다. 처음에 이 광고는 보석가게의 반지 광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순간 접착제 광고랍니다.
반지를 끼워주고 결혼 고백을 해야 하는데 상대방의 태도가 애매한가봅니다. 아예 반지를 뺄 수 없게, 그리고 영원히 뺄 수 없게 순간접착제를 바른다는 내용의 광고입니다. 정말 황당한 유머 광고가 아닐 수가 없네요. 하지만 유머 광고는 그저 유머 광고일 뿐이라는 거 아시죠? 이걸 따라했다가는 영원한 결합이 아니라 영원히 안녕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조달청 사보 ‘바른조달’에 실린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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