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생의 시계가 움직이고
사랑이 눈처럼 솓아지는 오후
멈춰 선 바퀴, 유리문 안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아련한 청춘을 더듬으며
삼십년의 세월을 지워나갔다
뜨거운 입김에 가려
바깥세상이 까맣게 멀어지고
하얀 눈 위에 떨어진 가녀린 낙엽
거울에 새겨진 서러운 입술 자국들
-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