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이영옥 이가 꽉 물린 식용유 병 하나가 있다 치자 뚜껑과 몸체는 온 힘을 다해 내용물을 보호했고 병 속의 어린것들은 행복했다 시간은 모든 물질에 틈을 벌린다 시간의 집요함이란 빛나는 다이어몬드에도 흠집을 내지 않던가 몸체와 뚜껑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자 서로의 합의하에 귀찮아진 내용물을 쏟아냈다 어딘지도 모르고 끌려아온 것들은 운 좋게 다른 병으로 옮겨지기도 했지만 프라이팬에서 뜨거운 세상을 맛본다 홀가분해 진 뚜껑은 벌써 보이지 않았다 굴러서라도 떠나는 게 뚜껑의 근성이다 무엇을 채워도 든든해지지 않는 빈 통은 집안이 떠나가도록 점점 시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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