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후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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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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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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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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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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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