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들 - 나희덕-
승부역에 가면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로
구름 옮겨가는 소리
지붕이 지붕에게 중얼거리는 소리 그 소리에 뒤척이는 길 위로 모녀가 손 잡고 마을을 내려오는 소리 발 밑의 흙이 자글거리는 소리 계곡물이 얼음장 건드리며 가는 소리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송아지 다시 고개 돌리고 여물 되새기는 소리 마른 꽃대들 싸르락거리는 소리 소리들만 이야기하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겨울 승부역 소리들로 하염없이 붐비는 고요도 세 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