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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육아
셋째 재연이 출산 후기
함태수 | 2011.04.01 | 조회 12,979 | 추천 10 댓글 0

오늘로 꼬맹이 태어난 지 꼭 2주째가 되었다.


진작 출산 후기를 쓰고 싶었지만 도통 시간이 나 주질 않았는데,


오늘 재인이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롯데마트 놀이터에 가 준 덕분에 울 꼬맹이 자는 시간을 틈타


이렇게 출산을 되돌아보며 후기를 써 보려 한다.


셋째를 계획... 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긴다면 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늘 내가 꿈을 꾸면 그러했듯이,


실제로 또 하나의 선물이 우리 품에 와 주었다.


이번의 출산은 몇 가지 스토리가 있다.


기억나는 대로, 또 기록해 두고 싶은 대로 열 달 간의 임신과 출산 이야기를 순서대로 적어보려 한다. 


 


1. 셋째가 생기다.


 


  3월 중순쯤이었나, 며칠 전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배가 찌릿찌릿한 게 아무래도 임... 신..을 한 것 같았다. 오늘 해 볼까 내일 해 볼까... 임신테스터를 사다놓고 망설이기를 며칠, 드디어 어느 토요일 아침 일찍


눈 뜨자마자 확인을 했다. 결과는 두 줄... 두 아이 다 임신 전에 예감이란 게 있었는데, 이번에도 정확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는 재인이 아빠에게 말을 꺼냈다.


   " 자기야, 우리한테... 또 한명의 아이가 생긴 것 같아."


   "뭐... 진짜?"


   재인이 아빠가 무척 놀랐다. 그리고 나는 왠지 눈물이 났다. 내가 아이를 원했는지 안 원했는지도 헷갈렸다. 두 아이가 이제 여섯 살, 세 살... 이제 좀 수월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재인이 지훈이 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너무나도 완벽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아이라니, 약간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눈물을 한참 흘렸다. 그리고 우리는 일주일 정도 시간을 가졌다. 설마, 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다는 생각은 첨부터 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실제로 받아들이는 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한 일주일을 보낸 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산부인과에 갔다. 2011년 4월 1일, 임신 6주+3일째였다.


 


 


2. 쿼드 검사


 


  임신을 하면 초음파 검사로 시작하여, 목둘레 검사(다운증후군 검사), 피 검사로 하는 쿼드 검사(기형아 판별검사), 필요시 양수검사, 막달검사, 태동검사 등등 수많은 검사를 하게 된다. 사실 나는 위의 두 명의 아이들을 집에서 낳긴 했지만, 산전검사는 산부인과에서 빼놓지 않고 다 했고, 초음파 검사도 꼬박꼬박 했다. 늘 '정상입니다' 문자를 병원에서 받으면서도 당연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16주째 하는 쿼드 검사(전통적인 기형아 검사, 엄마 피를 뽑아 네 가지 항목의 기형아 발생확률을 나타내는 검사) 중 다운증후군 항목에서 92:1 이라는 확률의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쿼드검사라는 게 무엇인지도,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나마 전화로 그 소식을 알려 준 의사가 마지막으로 한 ' 이 판정을 받더라도 99퍼센트의 아기는 정상으로 태어납니다.' 라는 한 마디 말이 가까스로 붙잡고 싶은 희망이었다. 


  사실 나는 왠지, 어딘지 모르게 이번 출산이 불안했다. 임신했었을 지도 모를 3월 1일에 라섹 수술도 했고, 안약도 넣고, 진통제도 먹었고(임신 등에 문제가 없다고는 했지만), 또 내가 받았을지 모를 x-ray검사나 먹었을지 모를 약 등으로 아이에게 뭔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하나 하는 이상한 불안감... 그런 게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산부인과에서의 전화 한 통으로 확실해져 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수없이 '아닐 거야!'를 외치면서도, 그 즈음 구매한 스마트 폰으로 한없이 '쿼드검사'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몇 시간 여의 검색과 수없이 많은 임산부들의 양수검사 후기 등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의 안도와, 여전한 일말의 불안감을 동시에 안을 수밖에 없었다. 


  


  *** 쿼드 검사를 하면 270:1 이라는 확률을 기준으로 270:1 보다 한 수치라도 낮으면 고위험군 판정을,


270:1과 같거나 그보다 높으면 저위험군 판정을 받게 된다. 270:1 이란 270명 중의 한 명이 다운증후군(혹은 다른 증후군) 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숫자는 별 무의미한 게, 2:1 이건, 269:1 이건 아무튼 270:1 보다 낮게 나오면 무조건 '양수검사' 를 권하고 그 아이는 고위험군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부모들의 근심이 시작된다. 양수검사는 꼭 필요한 검사는 아니지만, 부모가 걱정이 되면 엄마의 자궁 속에 주사바늘을 꽂아 양수를 채취해 아이의 염색체 이상을 판별하는 검사를 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이상 판정을 받으면? 아이를 지우라는 것인가? 정상 판정을 받으면? 그동안의 걱정근심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비용도 최소 6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 의료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 하든 안 하든 선택은 부모 몫이지만, 만약 양수 검사를 하게 된다면 주사 바늘로 인한 세균 감염이나, 주사 바늘에 태아가 찔릴 가능성 등 모든 위험에 대해 부모가 감수한다는 동의서에 도장을 찍고 검사를 해야 한다. 그 무엇도 들어갈 수 없는 튼튼하고 안전한 자궁이라는 아기의 집에 주사바늘을 꽂을 때의 산모와 태아의 불안감, 그 후에도 먹어야 하는 항생제 등 감당해야 할 모든 어려움은 모두 산모와 아이의 몫으로 내버려 둔 채...


 


 나는 남편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 남편은 신기할 정도로 그 검사에 대한 과학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 어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수치에 의한 판정이 아닌, 산모의 피 검사 하나만으로 아이의 기형아 유무 판별은 신뢰할 만한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양수 검사를 한다손 치더라도 99퍼센트 이상의 아이가 모두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 매우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쿼드 검사를 하는가? 또 왜 양수 검사를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나의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양수 검사를 할 시, 아이에게 닥칠 위험성이 어쩌면 내 아이가 이상아일지도 모르는 확률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양수 검사 후 정상 판정을 받는 아이가 그렇게도 많다면 무슨 근거로 쿼드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내 자궁과 태반을 뚫고 들어갈 주사 바늘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설사... 만에 하나 무슨 이상이 있다손 치더라도 16주... 4개월이 지나 모든 것이 다 생긴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양수 검사를 받지 않기로 했고, 우리 아이를 믿기로 했다.


 


   3.  열 달간의 인내 


 


  사실 이 후기를 쓰기를 얼마나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건강한 아기 낳아서 꼭, 우리 결정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 주리라. 이 의지 하나만으로 나는 길고 긴 열 달을 버텼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는 3.36킬로의 건강한 모습으로 내 품에 와 주었다. 그 어떤 걱정근심도 한 순간에 떨칠 만큼 예쁘고 사랑스럽고 건강했다. 나는 아기에게, 하늘에게, 모든 것에게 감사했다. 이후로는 아무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열 달 동안은 마냥 그렇지만은 못했다. 믿을 만 하지 못한 검사라도 그 모든 산전 검사의 과정과 결과 등은 산모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라면. 나는 여러 날을 악몽을 꾸었고, 온 정신을 다해 아이가 건강할 거라는 생각만으로 나를 꽉 채우려고 애썼다. 몇 번, 나이 35세 이상으로 아이를 출산한 주위 몇 분에게 양수 검사 질문을 해 보았다. 실은 쿼드 검사 결과가 그리 나왔다며... 놀랐던 것은, 백이면 백, 그분들 모두가 양수 검사를 했다고 했다. 쿼드 검사 결과가 초초위험군으로 나와 양수 검사를 했지만 정상이었다는 이야기, 첫째 둘 째 다 쿼드 검사 결과 이상이 있어 둘 다 양수 검사를 했다는 어느 엄마(도저히 그 검사 결과를 안고 열 달 편안히 지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나이가 너무 많아 쿼드 검사 없이 바로 양수 검사 했다는 어떤 분... 하지만 모두 정상, 모두 건강하고 이쁜 아기들을 출산한 분들이셨다.


  나는 어느 순간 그런 질문도, 그런 생각도 멈춰버리기로 했다. '우리 아기가 정상이게 해 주세요.' 라는 기도조차 걱정을 담는 투로는 결코 하지 않았다. "건강하고 예쁜 아기, 언니를 닮아 미인이고, 오빠를 닮아 순한 성격의 똑똑한 우리 아기가 되게 해 주세요" 늘 이렇게 긍정의 언어로만 아이를 생각하고 아이를 위해 기도했다. 문득문득, 순간순간 나를 공격하는 불안한 생각들, 그런 그림들과 정말 전쟁을 했다. 아이 아빠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것에 관해 말조차 아꼈고, 양가 부모님들에게도 가족 중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 정신이, 우리 스스로가 먼저 건강한 아이를 잉태하고자 했다. 나는 그 후로 그 산부인과에 가지도 않았고 초음파 검사도 받지 않았다. 쿼드 검사를 통해 산전 검사에 대한 불필요함, 그리고 불신이 강해져서였을 것이다. 


 


  열 달 동안 나는 한 때는 오븐을 사서 베이킹에 빠졌고, 또 조금 지나서는 목공에 다시 정신이 팔려 지냈다. 집안 곳곳이 개조되었고, 출산 두어 달 전에 홈패션에 수강 등록을 하고 미싱도 구입해서 패브릭으로 집안을 꾸미는 여러 가지 일들로 바빴다. 둘째 지훈이도 집에 데리고 있었던 터라, 문화센터에 여섯 달을 데리고 다녔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백화점에 나가 기분전환도 하고 마음에 드는 것들을 구입하기도 했다. 어서 시간이 가서, 나의 건강하고 예쁜 아기를 내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빨리 시간이 흐르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나무를 톱질하고, 못질을 하고, 페인팅을 할 때에는 배가 많이 묵직했고 허리도 끊어질 듯 아팠지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좋았다. 동생 선비는 '언니 일 중독인 것 같아' 했지만 지칠 때까지 일을 해도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생각해 보니, 임신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는 입덧 때문에 거의 누워 있다시피 했다. 큰애, 둘째 때는 그리 심하지 않던 입덧이 이번에는 왜 그리 심했는지, 구토를 거의 매일, 힘이 없어 누워만 있는 날들이 많았다. 또 7,8개월쯤부터는 어찌나 골반이 아픈지 앉을 때도 설 때도 아파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았다. 막달되어서는 골반과 허리통증, 또 지나친 작업 등으로 인한 어깨와 등 통증이 겹쳐서 몸이 많이 괴로웠다. 하지만 더 괴로운 것은 마음이었다. 열 달을 의지로, 믿음으로 버텨왔지만 이제 낳을 날이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했다. 빨리 건강한 우리 아가를 만나고 싶었다. 확인하고 자유롭고 싶었다. 아이를 태중에 담고, 늘 무엇을 하든 아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엄마로서 나는 정말로 정말로 어서 자유롭고 싶었다. 


 


 4. 예정일 +5일


 


  11월 22일이 예정일이라고 했다. 나는 예정일 일주일 전 한밤중에 세 시간 지속되는 가진통을 겪었던 터라 이번엔 좀 일찍 나오려니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리폼 작업을 끝냈고, 매일 집을 깨끗이 청소했다. 아기 용품도 모두 준비해 두었고, 사골국도 이틀에 걸쳐 끓여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진통이 오질 않았다. 예정일 당일도, 그 다음날도, 살짝 배가 아프려다 말았다. 이슬도 비치지 않았고 배도 처지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났다. 


  매일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과정에 만나는 모든 질문이 귀찮아졌고, 모든 관심이 부담스러워졌다.


  이러다 아이가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 안 나오면 어쩌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 영원히 안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나흘이 지났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예정일 후 나흘 째 저녁에 나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참을 수가 없어서 옷을 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밤 아홉 시였다. 바람이라도 쐬어야지 집에 있다가는 우울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제 하루 이틀이면 소식이 오려니 생각하면서도 그 일분 일초가 얼마나 갑갑하고 지루하던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추운 밤길을 걸으며 아기에게 부탁했다. 제발 나와줘...이제 제발 소식을 줘...더이상 엄마가 못 기다리갰어... 제발 부탁이야...ㅜ.ㅜ 애원을 했다.


 


 


  5. 드디어... 출산이다.


 


   11월 27일 새벽, 나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찌릿찌릿... 진통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걸 보니 진짜인가 보다. 벌써 며칠 째 속았던 터라 나는 말을 아꼈다.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고 시간주기를 쟀다. 5분 10분, 4분, 7분, 그리고 점점 5분 간격이 확정되면서 나는 오전 열 시 정도 남편에게 말을 꺼냈다. "진통 시작된 것 같아, 5분 간격으로 네 시간째야. "  남편은 당황하지 않으면서도 내심 반기는 눈치다. "그래? 오늘 나오겠네..." 벌써 지난 주부터 아기를 기다렸던 나와 남편이다. 내가 조급해하는 걸 알아서 말은 안 해도 나보다 더 매일 아기 소식을 기다렸을 것이다.


  한 시쯤 되어 나는 재인이와 바깥 산책을 했다. 조산사 선생님께는 벌써 문자를 보냈지만 한 시쯤 되자 배가 좀 더 많이 아파서,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진통중인 산모가 조산원에 있다며, 얼른 안산으로 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두 아이를 다 집에서 낳은 나로서는 조산원 분만은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이쪽으로 오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걸 알자 마음이 바빠졌다. 마침 장 보러 다녀온 남편에게말 하고 얼른 집에 가 출산용품를 쌌다. 아침 진통 중에도 아이들 먹을 게 걱정 되어 미리 끓여 둔 코다리 찜도 밀폐용기에 담고 밥도 챙겼다. 조산원에 가서 진통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기에 사과, 귤, 감도 한 보따리 쌌다. 재인이는 오늘 정말 동생 나오냐며 신나 했다. 멀리 엄마 아빠랑 여행가는 기분에 들뜬 두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안산 아기탄생 조산원으로 출발했다.


 


 6. 지루한 진통의 서른 시간


 


  출발 시간이 오후 한 시 반, 도착 시간이 두 시 오십 분... 도착하자마자 내진을 하신 조산사님은 웃으며 '아직 멀었어요. 이제 1.5센티 열렸어요' 라고 하셨다. 맥 빠지는 말씀이다. 나는 내심 셋째라 진통시간이 짧을 거라는 말들만 믿고, 도착하자마자 아기를 낳는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말이다.


우리는 천천히 코다리찜을 데워서 아이들을 먹이고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설마 여섯 시, 일곱 시 경에는 아기를 낳겠지 하며... 아주 차분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안산 중앙역 근처 동서코아 빌딩에 있는 아기탄생 김옥진 조산원. 중앙역 근처는 매우 시끄럽다. 쇼핑샵, 먹거리 골목등으로 아주 왁자지껄하다. 남편과 나는 김밥과 라볶이를 먹었다. 날이 추워서 웬지 매콤한 게 땡겼다. 앤젤리너스 커피숍에 들어가서 나는 치즈케잌을, 재인이 아빠는 아메리카노를, 재인이는 하겐다즈를 먹고, 여전히 진통이 세어지질 않아 나는 재인이와 이십 분쯤 바깥을 걸어다녔다. 그리고 어둑어둑해지자 재인이가 밖이 시끄럽다며 졸린다며 투정하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함께 모두 조산원에 들어왔다. 들어와서도 공에 앉아 운동도 하고 계속 쉬지 않고 걸어다녔지만 저녁 일곱시가 되어 다시 내진을 했을 때도 2센티... 진통이 너무 더뎠다.


 


   옆방에는 또 다른 산모가 입주해 본격 진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진통은 5분 간격을 지속, 조금 세어지긴 했지만 곧 아이를 낳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남편도 처음엔 긴장하더니 나중엔 가져온 오백 페이지짜리 '예수평전'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어디에나 책을 가져가는 사람이다. 재인이도 아장아장 성경을 읽고, 아무래도 오늘밤엔 동생이 태어날 것 같지 않다고 하자 '바로 동생이 태어나는 줄 알았는데 ' 하며 무척 기다렸다. 밤 아홉시, 열 시가 되자 나는 걷기도 지쳤고 허리가 너무 아파 누워버렸다. 왼쪽 옆으로 누워야 아기가 하늘을 안 본다고 해서 옆으로만 누워 있었더니 그것도 고역이었다. 설상가상, 있던 진통 주기마자 길어져 한 시간에 두 세 번 정도밖에 느낌이 오질 않았다. 오늘 밤 안엔 나오려나, 새벽엔 나오려나, 옆 방 산모는 내가 진통이 안 와 괴로워하는 밤 시간 동안 죽겠다고 흐느끼며 너무 짠한 신음소리를 밤새 내었다. 나중에는 내가 지칠 정도로 옆방의 진통이 계속되어 나는 새벽 시간 복도에 나와 걸었다. 새벽 네 시 반정도, 드디어 옆 방에선 아기 탄생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길고 지루한 진통이 이제 끝나는 구나, 이제 그 신음은 없겠구나 싶어 방으로 살짝 들어갔다. 나는 아기에게 거의 애원하다시피했다. 이제 제발 나와줘.. 제발 부탁이야.. 엄마가 잘해줄께, 그 동안 일한다고 너무 힘들게 한 거 미안해... 엄마 이제 좀 자유롭게 해 줘..


 


  진통이 한번에 계속 와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 오히려 낫다. 진통이 오다 안 오다 이렇게 뜸하면 산모가 오히려 정신적으로 지쳐 버린다. 첫째 둘째 출산이 모두 스트레이트로 진행되었던 것과 달리 이번 진통의 과정은 너무 날 힘들게 했다. 임신기간도 그랬지만, 출산마저도...  진통이 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재인이 아빠가 지쳐하는 나에게 그랬다. '' 그냥 포기하고 편하게 자... 아침까지 못 낳으면 병원 가자.'' 충격적인 말이었다.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제왕절개, 수술? 나에게? 셋째를?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지치긴 하지만, 진행만 된다면 충분히 자연분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통이 이렇게 잘 안 걸리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아침이 되면 조산사님께 물어봐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새벽 네 시쯤 선생님이 오셨다. 내진하시더니 '4센티 열렸어요, 진행되고 있어요" 하셨다. 나는 놀랐다. 진통이 있다 없다 하는데도 아기는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4센티다. 앞으로 6센티 언제 열리나..... "선생님,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요~ 기다려야죠~~" 태평하신 우리 선생님...ㅜ.ㅜ 나는 너무 힘든데...


 


  드디어 아침이 왔다. 벌써 오전 아홉시였다. 밤새 출산하지 않은 걸 아신 친정엄마와 시부모님 모두 걱정이 태산이셨다. 나는 아이들과 남편을 아산 집으로 내려가라고 했다. 아이들 옷도 갈아입혀야 하고 밥도 문제였다. 다른 것보다 이 상태로라면 저녁때가 되어도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진행됐나 보러 오신 조산사님께, 아이들과 아빠는 내려가라고 할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무척 놀라셨다. 


  "선생님, 진통이 또 안 와요. 거의 한 시간째 없어요." 


  "정말요? 나는 지금쯤 진통 떔에 아파 죽겠어요~ 하고 부른 줄 알았는데."


  "선생님, 혹시 가진통 아니에요? "


  "아니에요. 새벽에 4센티까지 열렸잖아요. 진행중인 거에요."


  우리의 침울한 기색을 알아채신 선생님...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씀을 드디어 하셨다.


  " 그럼... 이렇게 합시다. 주사를 조금 맞아봅시다. 나.. 정말 주사 안 놓는데, 셋째인데 이렇게 진행 안되는 경우가 없으니 열 방울 이내로 맞는 거에요."


   우리는 새벽부터 촉진제 주사를 맞자고 할까, 기다렸었다. 촉진제며 유도분만은 내 사전엔 없다 였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우리가 너무 기다리고 있었고 너무 지쳐있는 상태였다. 선생님은 아주 조금, 진통을 도와주는 정도로만 놓으실 거라며 주사를 꽂으셨고, 너무나 신기하게도 주사방울이 딱 세 방울 들어갔는데 바로 진통이 걸렸다. 아, 이럴수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격진통, 거센진통이 발동이 걸렸다.


   


 공에 앉아서 눈을 감고 오는 진통을 참았다. 아니 사실은 너무 반가웠다. 너무 아팠지만 너무 기다렸기에... ㅜ.ㅜ 그렇게 몇 번 진통 후 양수가 터졌다. 신기했다. 이제 드디어 시작이구나....


   바로 삼심여 분만에 자궁문은 6센티로 열렸고, 그 때부터 미칠 듯한 진통이 시작됐다. 이전 두번의 출산보다 더더욱 아픈 것 같았다. 왜였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제 힘줘야 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진통의 주기 중 처음은 견뎌야 한다. 그리고 아주 거세어 질 때 그 때 항문에 힘이 들어가면 그 때 엄마도 죽을 힘을 다 해 항문에 힘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기가 밀고 내려오는 힘과 엄마의 힘이 합세하여 자궁문이 열리며 아기가 나온다. 옆으로 누운 자세로 낳자고 하셨지만 다리가 너무 무거웠다. 그때그때의 산모의 편안함을 위해 수시로 자세를 바꿀 수 있다. 조산사님은 오랜 경험으로 초음파 없이 청진기만으로 태아의 상태와 내려온 위치를 아신다. 건강한지, 자세는 어떤지도 아셨다. 진통이 몰려왔다 사라지는 사이사이 조산사님은 아주 부드럽게 내 팔과 다리를 손으로 천천히 만져주셨다. 그것이 그렇게 위안이 될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날 뒤에서 붙잡고 나는 남편에게 기대어 있는 자세로 마지막 한 순간을 위해 달려갔다. 남편을 얼마나 불렀는지,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재인이는 뒤에 두고두고 그 이야기를 했다. '여보, 나 좀 살려줘... 죽을 것 같아... ' 그 때 그 순간을 회상할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그 모든 순간에 우리 재인이가, 지훈이가, 남편이 함께 하고 있었다. 지훈이는 내가 진통하는 동안 로보카 폴리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었고... 재인이는 엄마 아프다며 울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아기가 세상빛을 보기 직전, 아기 머리를 재인이가 맨 먼저 보았다.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순간에도 끝이 있었다. 아기 머리가 나오는 순간, 참을 수 없이 아픈 마지막 순간 곧이어 몸통이 주르륵 빠져나왔고, 모든 고통이 끝이 났다. 탯줄이 이어진 채로, 열 달 동안 나를 많이도 힘들게 했고 나를 많이도 기다리게했던 우리 아가, 우리 꼬맹이 셋째가 내 배 위에 올려졌다. 하얀 태지가 등에 하얗게 덮인 채로... 조산사 선생님은 "아유, 아기 아직 38주 밖에 안 됐네요. 아직 태지도 안 없어졌어요... 아직 때도 안 됐는데 엄마 아빠가 나오라고 난리를 했네요." 하셨다. 엥? 뭐라구? 정말 첫째 둘째는 미끌하긴 했지만 몸에 이런 태지는 없었는데 하얀 태지를 아주 뒤집어 쓰고 나왔다. "예정일 계산 잘 못 됐나봐요."  나는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럼 예정일도 안 된 아이를 안 나온다고 난리를 쳤단 말인가? 그런 엄마 아빠 말 듣고 그래도 얘가 나와주었구나...ㅜ.ㅜ 너무너무 아이에게 미안했고 아이에게 너무너무 고마웠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인이 아기 때와 아주 똑같이 생겼다. 건강하고... 예뻤다. 지훈이는 태어나자마자 계속 울었는데 울 꼬맹이도 태어날 때만 울고 내 배 위에서 꼼지락꼼지락 울지도 않았다. 나의 열 달 간의 일말의 불안감과도 완전히 굿바이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나도 탯줄을 만져보았다. 태맥이 정말 세게 뛰고 있었다. 5분도 넘게 말이다. 재인이도 재인이 아빠도 만져보고, 십분 정도 있다 나온 태반도 재인이는 만져 볼 수 있었다. 재인이처럼 특별한 경험을 하는 아이들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지훈이도 재인이도 태어난 동생이 너무나 신기한지, '엄마, 동생 너무 귀여워, 너무 예뻐' 를 연발했다. 젖을 물리고 한 참 후 눈뜬 우리 막내딸을 바라보며 나도 너무 신기하고 너무 감사하고 너무 예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한 시간 정도 젖을 물리고, 잠든 막내 딸 사진도 한참 찍고, 우리는 출산 세 시간 반 만에 차를 타고 아산 집으로 다시 향했다. 이번에도 회음 절개도 없었고 찢어짐도 없었다. 밤새 화장실 들락날락, 자연관장으로 인공관장 필요없었고, 출산 후 바로 차를 타고 아기 안고 집에 왔지만 앉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정말 자연출산의 위대함이란... 


 


   세 번의 임신, 그리고 김옥진 조산사님과의 만남을 통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출산... 축복이다.


   우리 부부는 세 명의 아이들을 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제야말로 뭔가 


꽉 찬 듯한 느낌? 


   정말 어렵고 긴 여정이었지만 세번째의 임신의 과정과 출산의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매일 내 품에 안겨 젖을 먹고 잠을 자는 우리 셋째를 보면서는 그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더욱 큰 기쁨과 사랑을 느낀다. 너무 감사하다.


   잊을 수 없는 나날들이었기에 그 끝에 선 지금, 긴 출산 후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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