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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육아
[39주 2일] 덕순이 출산 후기 (01/02)
파랑새 | 2011.07.20 | 조회 11,915 | 추천 7 댓글 0

1월 1일 아침 7시경부터 시작된 가진통은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6~8분 간격으로 지속되길래 곧 진진통이 걸리려나 싶어서 부랴부랴 오빠 깨워 지정호 가서 머리도 자르고 (진통하며 머리 자르다니 난 용자! ㅋㅋㅋ) 이마트 가서 출산 전에 먹으려던 쭈꾸미도 사놓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쭈꾸미 먹고 있다보니.. 간격이 또 20~30분으로 늘어나고...


아예 진통이 사라지는건 아녔지만 그렇다고 규칙적이거나 하늘이 노래지는 정도도 아니길래, 꾹 참고 기다렸다. 예정일 전에는 나오겠지 ..


 


그렇게 밤이 되고.. 나는 진통으로 선잠을 들랑 말랑.. 계속 어플로 체크하고.. 끙끙...


가진통이 올 때 힘주지 말고 몸을 이완시켜야 진행이 잘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심호흡 하며 릴랙스 하려고 노력했으나.. 좀 센 진통이 온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며칠 집에서 보내야 한다면 정말 큰 일이다 싶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아픈건 최악..흑흑..


그런데 새벽 4시쯤 되니까 진통의 강도도 세어지고, 뭔가.. 10분 이내로 진통이 계속 오는 것이었다!


 


이대로 간격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아침에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끙끙대며 샤워하고 머리감고 출산가방을 마무리 지었다. 오빠는 계속 사과작업 중..(내가 딱히 진통 간격이 줄어들었다 말하지 않았으니 월요일 오후에 반차쓰고 병원 갈 생각이었단다)


 


내가 준비를 마치고 병원가자 얘기하니 오빠는 화들짝! ㅋㅋㅋ 진작 말하지 그랬냐면서 주섬주섬...


진통 간격은 대략 5~6분 정도였다. 이러다가 병원가서 진통이 싹~ 사라진다든지.. 진행이 거의 안됐다든지 하면 완전 억울하겠지만, 그래도 오빠를 이대로 출근시키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차라리 아침에 가보고 아니다 싶으면 난 친정으로 ㄱㄱㅆ, 오빠는 출근 하기로 했다.


 


배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오니 겨울 새벽은 짱 추웠다.. ㅠㅠ


게다가 우리 앞에 이중주차 되어있던 망할 검은색 똥차!!! 오빠가 끙끙대며 겨우 밀었다. 사이드라도 걸려있었다면 창문을 깨버렸을 기세 ㅋㅋ


 


 


곽생로로 가는 동안 진통은 점점 더 간격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이거 왠지, 그냥 돌아올 일은 없겠다 싶은 예감...


(하지만 난 그때까지도 출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뭔가 기대감? 이런게 더 컸었다ㅋㅋ)


 


 


그렇게 1월 2일 오전 6시 반쯤 곽생로에 도착했다.


새벽 분만이라 3층 간호사실에 접수하고, 곧 태동검사를 시작했다. 이게 바로 고역이라는 태동검사구나.. 배에다가 측정기 주렁주렁 매달고 좁디좁은 침대에 똑바로 누워 꼼짝도 못한 채 진통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ㅋㅋㅋ


아오... ㅠㅠ 집에서 침대에 누워 진통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난 혹여 진통이 사그라들진 않을까 걱정하며, 규칙적으로 오는 진통에 안도감을 느꼈다능...ㅎㅎ


 


 


그렇게 30~40분쯤 진통하고 있던 순간...


뱃속에서 뭔가 "폭"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물이 쭉쭉 나오기 시작했다.


" 아 이게 양수 구..나...?"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시작되는 어마어마한 포풍 진통!!!! ㅠㅠ


 


 


이제까지 진통은 애교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숨이 막혀왔다.


입에서 저절로 신음과 비명이 새어나오며, 급하게 간호사 선생님을 불렀다.


"저기요.. 선생님.. 양수가 터진것 같아요.."


 


 


와서 그렇네 하시며 무심하게 패드 몇 장 깔아주고 다시 돌아가셨다. 악.....ㅠㅠ


계속 신음과 비명을 지르며 끙끙대길 몇 분? 몇 십분?


당직 선생님이 진찰하러 오셨다. 그리고 생애 첫 내진..


 


나의 귀에 들린 말은 80프로 정도 진행됐다는 엄청난 소식!


그리고 무통은 못 맞겠다 싶은 좌절..ㅠㅠ


하지만 80프로라니 어디인가! 이 고통이 10프로 진행이었다면 정말 수술시켜달란 말이 바로 튀어나왔을 듯...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고 있는 날 데리고 가족분만실로 이동시켰다. (어떻게 걸으란 말이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옵하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덜덜 떨면서 입에선 비명이 눈에선 눈물이 좍좍..ㅠㅠ


옵하를 보니 왠지 더 서러웠다. ㅋㅋㅋ 내 두 손을 꼭 잡아주던 그 손마저 없었다면 진통은 훨씬 더 힘들었을 듯.


 


 


불과 며칠 전의 일인데, 아기 낳고 나서 이 느낌 꼭 기억해야지! 자연분만 다시는 안해!! 라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아팠다" 라는 기억만 날 뿐, 정확히 그 느낌이 어땠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저 나 죽겠다 싶었던.. 덜덜 떨리던.. 그런 고통?


 


 


간호사가 꼭 대변 볼 것같이 느껴지면 부르라고 해서 (덕슈니가 내려왔다는 증거) 부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불렀다.


이윽고 시작된 포풍 내진! ㅠㅠ 아까 선생님이 하던건 정말 젠틀한 내진이었구나. 손을 자궁속에 넣고 휘져으면서 열린 정도를 측정하던데 진짜 입에선 비명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날카로운 고통은 아니었기에 참을만 한..


 


고통스런 내진 끝에 들리는 "다 열렸다!" 라는 구원의 소리!!


그런데 분만실로 걸어가잔다.ㅋㅋㅋㅋ 악...  어떻게 걸어!! ㅠ


 


 


--------------------------------------------------------------------------------------------


 


 


어기적 어기적 분만실로 가서 굴욕의자에 눕고 제모 등등 했으니 전혀 굴욕적이지 않음. 난 그저 아파 죽을 뿐...ㅠㅠ


분만실로 가면 바로 아기를 낳는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 곳은 냉철한 간호사들 뿐이었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엄마 소리지르면 힘빠져!! 소리 지르지말고 밑으로 힘을 줘!!" 라는 훈계뿐.. 흑흑...


 


 


하지만 죽을 것 같은 고통속에 어떻게 힘을 주란 말이냐.


이윽고 한 간호사가 내 배를 누르며 힘주라고 한다. 아 정말 죽을 것 같다. 이 고통을 대체 몇 번이나 해야 덕슈니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정말 이대로 까무라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계속 다리를 지탱하지 못하고 힘을 이상하게 준다며, 간호사들은 날 다그쳤다. 양 손으로 손잡이를 땡기며 다리로는 굴욕의자를 밀고 밑으로는 힘을 주라고!! 하지만 숨도 못 쉴것 같은 고통 속에 그게 말처럼 쉽나. ㅋㅋㅋ


 


 


그렇게 얼마나 흘렀나, 드디어 선생님이 내려오셨다. 이제 조금만 더하면 출산인가보다. 오빠도 탯줄 자르러 오는 것 같았다. 어느새 내 뒷머리를 잡아주고 있었다.


 


다시 이어지는 고통!!!


아 정말 욕나올 것 같다. ㅠㅠ


제대로 힘을 못줘서 아기가 위로 자꾸 올라간다고 한다.


힘들더라도 빨리 끝내자란 생각에 온 몸으로 힘줬다. 얼굴에 피가 쏠려 터질 것 같다. ㅋㅋ


 


 


곧 말로만 듣던 회음부 절개 느낌도 나고 (아프지만 아프지 않다. ㅋㅋ 오히려 반갑다. 곧 나올거란 생각에)


이윽고 무언가 빠져나옴과 동시에 나보고 힘을 빼라고 한다. 어깨가 나온다고!!!


 


 


오빠가 탄성을 질렀다. 덕순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이 모든 과정이 끝난것이다!!! 엉엉...


우렁차진 않지만 바로 들리는 덕순이의 울음소리가 너무나도 다행으로 느껴졌다. 앵앵~


 


 


선생님이 후처리를 하는 동안, 오빠는 덕슈니 목욕 시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래를 불러주라는 데도 못 불러준 바보 아빠 ㅋㅋ 같이 씻기자는데 손도 못대고 우물쭈물 하고 있더라 ㅋㅋ


나한테 뽀뽀한 이후 밖으로 내보내지고, 난 후처리...후처리..


 


따끔따끔 아프지만, 이정도의 고통은 아까에 비하면 천국이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출산이 끝났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다시는 이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확고한 생각만 맴돌았다. ㅋㅋㅋ 뭔가, 죽음의 문을 뚫고 살아나온 느낌이다.


이게 출산의 고통이구나.. 내가 첫 애라 뭘 모르고 기대감만 컸었지, 혹여 둘째를 갖게 된다면 정말 예정일이 다가올 수록 두려움만 커질 듯;; 


 


 


엄마 젖냄새를 맡으러 덕순이가 왔다.


정말 너무 작아서.. 저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다 들어가 있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뽀뽀해주고 싶어도 어디 다칠까봐 떨어져서 살짝 했다. 이쁜 내 딸.


 


 


그렇게 1월 2일 오전 8시 20분, 지인이가 3.14 원주율 몸무게로 세상에 건강하게 태어났다!


엄마가 정말 너무 힘들었어! 그래도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정도면 순산한 편이니 역시 내 딸은 효녀구나 ㅋㅋ


 


 


이제 겨우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모든게 까마득한 일 같다.


 


내 배가 불렀던 시절...


부른 배로 회사 다니던 시절...


배도 부르지 않던 신혼 시절...


백만년 전 같은 오빠와의 연애 시절...ㅋㅋㅋ


 


이런게 인생인가. ㅠㅠ


너무 빨리 지나간다.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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