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울 때 초록비나 꽃비가 되어, 나도 세상의 무엇 하나 반듯하게 키워내고 싶다
생명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아버지의 탯줄 같고 어머니의 젖줄 같은 물 땅 속에는 하늘의 물이 흐르고 당신과 나 사이에는 사랑의 물이 흐른다
하늘비는 이 땅의 축복 누구에게 축복의 이유가 되고 싶다
2 비가 비처럼 와서 나무가 젖고 숲이 젖고 산이 젖고, 그리고 강으로 흘러갈 때 비를 닮은 여자, 빗물 같은 여자 당신에게 강물처럼 젖어들고 싶다 하늘처럼 젖어들고 싶다 당신 품에서 가장 깊은 강물로 살다가 가장 오랜 강물로 늙어가고 싶다
3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 없는데 무지개 뜰까 꼭 무지개가 아니라도 좋다 비 떠난 후, 세상은 또 얼마나 정갈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