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다른 배우들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걸 볼 땐 무척 쉬워 보였는데 전 그렇지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평범함 수상소감이었다. 밥상이라는 독특한 단어도, 아름다운 밤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도 없었지만 서영희의 수상소감은 많은 배우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담담하게 소감을 말하던 서영희의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일까?





지난 18일 열린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식'에는 수많은 영화계의 별들이 출동했다. 하지만 이날 진짜 주인공은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서영희다. 흥행 스코어가 낮았던 작품이기에 혹자에게는 그녀의 수상이 의외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영화 시상식 남여우주연상 주인공들은 흥행작에 출연한 배우들의 차지였다. 때로는 그 공정성이 의심될 만큼 문제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영희는 다르다. 그녀에게는 스타 파워도 대단한 관객 동원력도 없다. 때문에 그녀의 수상은 더 많은 의미를 지닌다. 사실 '김복남'은 여배우가 출연하기 매우 어려운 작품이였다. 시나리오 자체가 여배우에게 매우 가혹한 내용이라 출연을 꺼린 배우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외딴 섬에서 사는 한 여자가 마을의 모든 남자들에게 성과 노동력을 착취당한다는 설정 자체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후에 살인자로 변하는 주인공 김복남은 웬만한 내면의 힘으로는 쉽게 표현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런 캐릭터를 서영희는 놀라울 정도로 소화해냈다. 거무스름한 얼굴에 정규교육이라고는 단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김복남은 성폭행과 폭력에 시달리더니 돌연 살인자로 변모한다. 김복남을 연기하는 서영희의 정신적 건강이 염려됐을 만큼 캐릭터가 가진 폭은 크고 변화무쌍했다.





서영희는 도전을 즐기는 배우다. 앞서 출연한 '추격자'에서 그녀는 살인자에게 희생당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이 작품으로 인지도를 쌓았지만 그녀는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왜 서영희가 독한(?) 영화에 끌리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녀가 연기 자체에만 골똘히 집중하는 배우란 것이다.





소속사의 관계자에 따르면 서영희는 캐릭터에 허덕이기 보다는 연기 자체를 즐기는 배우라고 한다. 그녀는 '김복남'을 촬영할 때 연기보다 고단한 스케줄을 더 힘들어했다고 한다. 당시 MBC TV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울에서 '선덕여왕' 촬영을 마치고 여수 금오도로 이동해 촬영하기를 반복했다. 여수 금오도는 육지에서도 무려 6-7시간을 배를 타고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섬에서도 차를 타고 한 참을 들어가야했다고.





때문에 그녀는 허리에 통증이 오는 등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촬영을 진행 했다고 한다. 관객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많은 배우이기 때문이다.





"연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수상소감은 서영희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그녀의 수상은 순수하게 연기에만 집중한 배우의 쾌거이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win@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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