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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
정종철 "'내일 뭐 먹을까' 이 질문으로 옥주부 탄생"
다이애나정 | 2019.07.10 | 조회 855 | 추천 1 댓글 1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앞치마를 맨다.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가족의 식사를 챙긴다. 잘한다고 말하니 더 잘하고 싶은 요리와 살림. 개그맨 정종철은 요즘 ‘옥주부’라 불린다. SNS 프로필 사진도 앞치마를 매고 고무장갑을 낀 모습. 팔로워의 75% 이상이 여성이라서 놀라우면서 또 즐겁다. 주방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옥주부’ 정종철을 만났다.

“초심으로 돌아가 SNS에서 이웃들과 소통하던 때를 떠올렸어요. 제 요리와 저희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최대한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그때처럼, 요리책에도 저의 현실적인 요리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족하지만 요리도 사진도 스타일링도 모두 다 제 손으로 진행했어요. 당연히 전문 포토그래퍼와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작업하면 책이 훨씬 예뻐질 테니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참 많이 했어요. 하지만 저는 살림이 좋아서 요리하는 사람이에요. 요리 덕분에 아내와의 관계도 집안 분위기도 좋아하지는 걸 직접 겪었기 때문에 요리가 얼마나 매력 있는 일인지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 『옥주부의 진짜 쉬운 집밥 레시피』13쪽)

아내와 관계 회복을 위해 시작된 ‘요리’

오래 전부터 요리책을 내고 싶었다고요.

 

지금 저의 주요한 일상 중 하나가 요리니까요. 평소에도 요리책을 많이 봤어요. 만약에 내가 요리책을 만든다면 정말 쉽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출간 제안을 받은 게 작년 9월 초쯤인데요. 책 만드느라 허리 디스크가 생겼어요.

 

요리를 하느라고요?

 

주방 앞에 오래 서 있었으니까요. 하루에 10~12시간 정도 음식을 만든 것 같아요. 그동안에도 만들었던 음식이지만 계량을 하지 않고 눈대중으로 만들어 왔으니까요. 계랑스푼, 계량저울을 사용해가면서 레시피화하는 게 은근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요리책을 너무 만들고 싶었는데 동시에 후회도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요. (웃음)

 

따로 작업실도 얻었다고요.

 

하루 종일 집에서 요리만 할 순 없으니까요. 조리대만 설치된 작은 방을 구했어요. 새 주방을 꾸미는 느낌으로 조리 도구도 새로 샀죠. 남자 감성치고는 꽤 괜찮을 거예요.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어요.

 

레시피도 직접 만들고 요리도 직접 하시고, 사진은 어떻게 찍으셨나요?

 

제가 구도를 잡고요. 사진은 미대 나오신 출판사 대표님이 찍어주셨어요. (웃음) 매번 촬영 대마다음식을 많이 하니까 남으면 집에 가서 먹으려고 용기도 따로 준비했는데, 사진 찍고 나면 남는 음식이 없었어요. 대표님이 저랑 동고동락하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기사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요리를 하게 된 건, 아내 황규림 씨의 편지 한 통 때문이었죠.

 

맞아요. 저희 부부가 2006년에 결혼했는데, 세 아이를 낳고 식구가 많아지다 보니 저는 가정보다는 일을 좇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가족들에게 소홀해졌죠.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편지 한 통을 줬어요. 편지를 읽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눈물이 줄줄 나왔어요.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뼈아프게 후회했고 반성했죠. 이후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아내랑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몇 년 사이 아내와 대화하는 법을 잊은 거예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내일 뭐 먹을까?”라고 물었는데, 이 질문으로부터 옥주부 인생이 시작됐어요.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면서 차츰차츰 관계가 회복됐어요.

타율이 좋은 자신 있는 메뉴만 선별

평소 요리책을 즐겨 보셨다고요. 『옥주부의 진짜 쉬운 집밥 레시피』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초심자들이 봐도 정말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를 담았어요. 정말 이 계량 숫자만 딱 지키면, 이 맛이 안 나올 수가 없으니까요. 제가 고집하는 맛의 기본을 지켰고요. 물론 사람에 따라 맛의 기준이 다르니까 ‘어, 나는 맛없는데?’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80% 이상은 맛있다는 평가를 자신해요. 확실히 타율이 좋은 자신 있는 메뉴만 골랐거든요. 그리고 제가 사용하는 재료의 브랜드 도 모두 노출하고 싶었어요. 왜냐면 독자들이 실제로 많이 궁금해 하거든요. 어떤 브랜드의 간장을 쓰냐고 물을 때, 저는 대답해주고 싶은데 책으로 담는 건 어려움이 있어서 못했죠. SNS에서 물어보시면 대부분 대답하려고 해요.

 

공동구매도 하시더라고요?

 

제가 쓰고 있는 물건 중에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추천해주고 싶은 거예요. 인터넷 최저가보다 싸게 살 수 있으면 너무 좋잖아요.

 

옥주부 레시피를 참고하려면 기본적으로 ‘옥주부표 양념장’을 만들어 놓아야겠더라고요.

 

요리하는 분들에겐 너무 당연한 건데요. 그만큼 쓸모가 다양해요. 처음 시도하기는 어렵지만 한 달 내내 요리가 쉽고 간단해질 수 있는 노하우예요. 맛간장은 사과, 배, 대파, 양파, 생강, 다시마, 다진 마늘, 간장, 물, 설탕, 매실 진액을 계량대로 섞으면 되는데, 대개 이미 집에 있는 재료들이니까요.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맛간장을 10L 정도로 만들어 놓으라고 한 이유는 맛간장의 소비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이에요. 4인 가족에겐 1주일이면 바닥을 보이는 용량이에요. 각 가족의 상황에 맞게 양을 조절해서 냉장실에 넣어 보관하면 편해요. 가쓰오부시로 맛을 낸 일본식 간장 ‘옥쯔유’도 만들어놓으면 매우 편리해요. 냉메밀국수, 어묵탕 등 간장을 바탕으로 하는 모든 일본 음식과 볶음, 조림을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옥주부 레시피’가 주부들 사이에서 소문을 탄 계기가 있나요?

 

지금은 유튜브도 하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이 먼저였어요. 요리하는 영상이나 사용하는 조리기구, 인테리어 관련해서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고요. 믿을 수 없겠지만 제 팬클럽이 생겼어요. 이름은 ‘옥벤저스’ 귀엽지 않나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옥주부 레시피 메뉴는 무엇인가요?

 

햄볶음밥, LA갈비, 달걀장조림, 치킨덮밥, 두툼제육볶음 등 너무 많죠.

 

만약에 반찬가게를 연다면 어떤 메뉴가 자신있나요?

 

두부조림, 꼬막무침, 장조림? 책에는 ‘후다닥 만들어 먹는 반찬’이라는 타이틀로 메뉴를 소개했는데요. 모두 초보자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예요.

 

집에서 요리는 오직 ‘옥주부’ 담당인가요?

 

아니요. 아내도 많이 해요. 외식도 자주 하고요. 집밥만 먹으면 질리잖아요. 그리고 주부들이 너무 힘들고요. 저는 집밥을 꼭 먹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다만 편하게 쉽게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요리를 소개하고 싶은 거예요. 요리는 누가하더라도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 가족들이 먹을 음식이잖아요. 일찍 일어난 사람이 할 수 있는 거죠. 주방에 도마를 두 개 딱 올려 놓으면, 두 사람이 같이 요리할 수 있어요. ‘이걸 누가 하겠지?’, ‘누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집이 우선이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집에서는 항상 앞치마를 매고 계신다고요.

 

앞치마를 매면 일 모드로 바뀌니까요. 그래서 더 앞치마를 찾게 돼요. 일할 때 편하기도 하고요.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신 거죠? 편집도 직접 하시나요?

 

모두 직접 합니다. 아이들이 잠을 자면 밤 10시쯤 컴퓨터를 켜요. 그때부터 작업이 시작되는 거죠. 너무 늦게 끝날 때는 늦잠을 자느라, 아이들이 학교 가는 걸 못 볼 때가 있어요.

 

요리와 살림을 하면서 ‘개그맨 정종철’은 어떻게 변했나요?

 

일단 더 열심히 살게 된 것 같아요. 더 치열하게 살게 되고요. 저는 이 치열함, 열심이 싫지 않아요. 즐거워서 더 열심히 하는 거거든요. 옥동자로 살았을 때, 제게 여성 팬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살림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니까 저를 지지해주는 분들의 75% 이상이 여성이에요. 굉장히 놀랍고 감사하죠. 제가 2000년 KBS 1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는데요. 옥동자는 제가 만든 캐릭터인데 ‘옥주부’는 팬분들이 만들어준 이름이에요. 그래서 더 소중해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아빠일 것 같아요.

 

저를 이상적인 아빠로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도 다른 평범한 아빠들이랑 똑같아요. 화낼 때는 화내고 부족한 모습도 많죠. 다만 조금 노력하려는 것뿐이에요. 왜냐면 아이들이 크면 저랑 시간을 보내는 게 어렵잖아요. 같이 이렇게 밥 먹을 시간도 많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랑 많이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각방이 생기고 나서, “밥 먹자”하고 부르면 다들 자기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아이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 전까지는 가족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요.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여요.

 

뭔가를 급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옛날에는 제가 악착 같았거든요? 방송에 나가면 어떻게든 빈 공간에 뛰어들어서 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좋게 말하면 열정이 있었던 거고 한편으론 맹랑했는데, 지금은 조바심이 나지 않아요.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방송도 그래요. 제가 필요하다면 언젠가 부르지 않겠어요? 안 필요하면 안 부를 거고요. 저는 제 일상을 지키면서 기다리고 싶어요.

 

이런 여유는 어떻게 생긴 걸까요?

 

내 가족이 있으니까요. 집이 우선이니까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안아줄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제가 알기 때문이에요. 누구에게 욕을 먹든, 댓글 테러를 당하든 내 가족은 내 편이잖아요. 내 편인 가족을 위해서라도 행동을 똑바로 해야 하고요. 왜냐면 나를 믿어주는 가족을 배신할 수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제가 돈을 벌지 못하면 내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요즘은 가족이 나를 믿어주니까 내가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순서가 바뀌었어요.

 

‘개그맨’이라는 정체성이 옅어지는 불안감은 없나요?

 

글쎄요. 저는 지금 기다리고 있는 거라서요. 대중들이 원하는 플랫폼이 나오면 언제든지 나가고 싶고요. 제게 맞는 캐릭터, 어울리는 옷을 입고 싶어요. 기다리면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유튜브로 소통하는 연예인들이 계속 늘고 있는데요. 제작자로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천천히 하고 싶어요. 사실 저도 광고를 돌리고 유명한 사람을 출연시키면 구독자 수를 금방 올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화제가 된다면 다른 채널과 다를 바가 없겠죠. 숫자를 목표로 하고 싶지 않아요. 차곡차곡 제 색깔 안에서 성장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뚜렷하게 목표를 잡진 못했지만, 소박하게 천천히 간절한 마음으로 팬들을 만나는 게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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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 | 추천 0 |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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