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 미국 골든글로브에 이어 이번엔 영국 아카데미다. 한국영화사상 최초 미국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을 전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영국 아카데미상’에도 초대됐다.

영국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는 한국시간으로 1월7일 오후 다음달 있을 시상식에 초대될 주요 시상 부문 후보들을 발표했다. ‘기생충’이 이날 노미네이트된 부분은 작품상,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등 모두 4개. 지난 해 같은 외국어영화로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이 중 외국어영화상을 위시로 작품, 감독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독식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에 비견할 만한 그야말로 ‘기생충 신드롬’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한국영화가 영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두번째. ‘기생충’에 앞서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또다른 명장 박찬욱의 ‘아가씨’가 2018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진출, 수상까지 이어지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앞서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 감독, 각본 등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기생충’은 영국 아카데미에선 작품상이 추가된 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수상이 유력시되는 외국어영화상의 경우,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에서도 경합을 벌였던 ‘페인 앤 글로리’, ‘더 페어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과 재회하게 됐다.

감독상 부문은 골든글로브 후보 명단과 동일했다. 봉준호 감독 외에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상을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번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백미’는 ‘기생충’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단 점이다. 후보작들은 감독상 후보 명단과 같아 지난 골든글로브와 유사하게 감독상 수상자의 영화가 작품상도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생충’과 나란히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로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비롯해 ‘결혼 이야기’, ‘나이브스 아웃’, 북스마트’ 등 5편이다.

영국 아카데미는 같은 달 있을 오스카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영화 시상식. 2월2일 영국 런던에서 펼쳐지는 이 시상식은 특히 작품상을 영국 내 작품과 비영국 작품 두 분야로 따로 나눠 시상, 이 분야 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기생충’이 영국 아카데미상에도 노미네이트되면서 글로벌 영화계의 새해 빅3 이벤트라 할 만한 ‘골든글로브-영국 아카데미-오스카’를 ‘올 킬’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발표는 1월13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