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으로, 그리고 세계로 -
개인이나 사회 또는 국가는 마땅히 중심점이 있어야 한다.
이 중심점으로부터 다른 사람 또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설정된다. 따라서 국가는 지리적으로 국토나 도로에 있어서 그의 중심점이 되는 원표를 확정하는 것이다. 바로 고대 서양에서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거나 중국의 장안(長安)으로 향한다는 것이 모두 이 중심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도로의 원표는 일본의 식민지 시대인 1910년대에 세워졌다. 이 도로원표는 1935년(昭和 10년) 현재 교보빌딩 옆 고종즉위 칭경비각(稱慶碑閣) 앞 우측으로 옮겨졌는데 가로 세로 1.2 m의 정사각형 기초바닥 위에 높이 1.2 m의 3단 석재를 설치한 것이다.
한 면에는 도로원표(道路元標)가 세로로 새겨지고, 다른 한 면에는 부산, 대구, 목포, 광주, 군산, 전주, 대전, 청주, 인천의 9개 도시와 이 원표로부터의 거리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또 한 면에는 춘천, 해주, 평양, 진남포, 신의주, 원산, 함흥, 난항, 청진 등 현 북한지역 9개 도시의 거리가 앞의 도시처럼 새겨져 있다. 즉 이 도로원표에는 현재의 남북한에 있는 18개의 도시에 대한 거리를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거리의 단위는 일본식 표기로서 ㎞를 ´천( )´으로 표시하였다. (칭경비각 앞의 도로원표의 이 일본연도는 누군가에 의해서 파손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