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독립운동
단재 신채호는 허리와 고개를 굽히는 법이 없이 서서 세수를 했다. 그렇게 바닥이며 옷이 온통 젖는데도 그는 “옷 젖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소. 나는 다만 고개를 숙이기가 싫을 따름이오”라고 말했다. 그것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던 상황에서는 결코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신채호의 자존과 절개였다.
1906년부터 1910년 중국으로 망명할 때까지 그는 대한매일신보사에서 주필로 활동했는데, 1907년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에게 진 빚 1천 3백 만원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자 대한매일신보는 신문캠페인을 벌여 적극 지원하였다. 국민 모두가 아끼고 아낀 돈을 신문사로 보내며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채호는 뜬금없이 신문사 직원들 앞에서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 말을 어찌 믿느냐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왜들 그러나? 나는 담배를 못 끊을 것 같은가?”
신채호의 물음에 직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직원들은 글을 쓰던 사람들과 얘기를 하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줄담배를 피워대던 그를 보아왔던 것이다. 심지어는 장죽에 잘게 썬 잎담배를 담아 피우는데, 다 타면 재를 털고 또 피우고 하여 나중에는 대통이 뜨겁게 달아 손으로 쥘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 대통만 창구멍을 통해 바깥으로 내밀어 그 열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피워 물었다.
하지만 한달 뒤 직원들 앞에서 신채호는 꼭꼭 접은 돈 뭉치 하나를 꺼내 보였다. 바로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담배를 끊고 그 돈을 모아 국채보상금 모금에 보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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