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길목에서 -고은영-
싸늘한 기후와 애환이 겹친 계절은 나보다 더 우울하네
뭉턱뭉턱 무너져 내리네 바람의 희롱 하는 대로 휩쓸리거나 아래로 하강하는 것들의 서러움 모든 인연은 눈물나게 야속하구나
속 끊이는 시간에도 계절은 겨울 행 열차를 타고 멈추거나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질주하는 암울 쨍쨍한 햇살이 비치든가 바람이 불던가 아무래도 가을은 그 뜨거웠던 사랑의 비음을 쏟아내는 소각장 같다
어쩌면 낙엽들은 눈을 감고 마지막 고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가 확 불을 당기면 형체도 남지 않고 타올라 사라질 것 같은 메마르고 미약한 숨소리로 지상을 덮고 있다
재가 되어 낱낱이 까발려 질 청춘의 연애사가 이별로 가볍게 날아오를 이 가을의 정거장에는 젊은 애인들이 멀어져 갔고 늙은 애인도 은근한 아듀 속에 멀어지려 한다 저만치 아쉽게도 멀어져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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